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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GV 전도연, 웅크리고 있는 여왕의 귀환을 기다리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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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전도연이 영화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영화 ‘접속(감독 장윤현)’의 관객과의 대화 GV(Guest Visit)가 9월13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13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전도연, 명필름 심재명 대표, 송종희 실장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송종희 실장은 심재명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올드 보이’ 최민식 씨 머리도, ‘아가씨’ 멋진 머리도, ‘만추’ 현빈 씨와 탕웨이 씨의 머리 그리고 ‘은교’의 박해일 씨 특수 분장까지. 한국 최고의 아티스트”다. 심재명 대표는 ‘접속’의 제작사 명필름 대표이자, 전도연에게 각본을 건넨 “친정 엄마의 마음”을 가진 영화인이다.

‘접속’은 노래 한 곡을 매개로 보이지 않는 인연을 맺게 된 과거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와 이루지 못할 사랑을 꿈꾸는 여자가 PC 통신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로맨스 영화. 전도연이 우연 속에 음악을 접한 케이블 방송 쇼핑 가이드 수현을, 한석규가 사랑을 잊지 못해 음악을 전파에 실은 라디오 PD 동현을 연기했다. 그 외에 추상미가 동현을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방송 작가 은희 역을, 김태우가 수현과 여자친구 희진(강민영) 사이에서 망설이는 남자 기철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접속’의 개봉일은 1997년 9월13일이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듯 GV가 개최된 날짜는 2017년 9월13일이다. 대강이나 대략을 뜻하는 관형사 ‘약’의 사용이 불필요한 정확히 스무 해가 지난 것. 그해 가을만 하더라도 전도연은 충무로의 신인이었고, ‘접속’은 그의 얼굴이 스크린 위에 영사되는 첫 작품이었다.

영화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밀양’ ‘멋진 하루’ ‘하녀’ ‘카운트다운’ ‘집으로 가는 길’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 ‘남과 여’.  전도연은 20년간 총 17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특히 이창동 감독과 함께한 2007년 개봉작 ‘밀양’은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칸의 여왕’이란 영광을 품에 안겼던 바 있다. 굳이 셈을 하자면 ‘접속’ 이후 10년 만에 전도연은 ‘칸의 여왕’으로 거듭난 셈. 다시 10년이 흘러 그는 데뷔작을 마주했고, 청춘을 회상했다.


이번 GV는 전도연의 영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전도연 사진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수현과 동현이 1997년 당시 피카디리 광장에서 만나는 장면을 배경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장비 설치가 이어졌고, 오후 10시 5분경 행사의 주인공 전도연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연신 박수를 보냈다. 개중에는 휘파람을 부는 이도.

전도연은 “너무 떨린다. 우리 ‘접속’ 보러 와주셔서, 이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하다. 영화 잘 보셨는지 궁금하다. 나도 봤는데 쑥스럽고, 이 자리 앉아 있는 것이 창피하다. 감사하다”라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또한, 전도연은 송종희 실장에게 시선을 향하며 “분장 실장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머리를 잘라보고, 파마도 처음 해봤다. ‘접속’에서 왜 그런 콘셉트를 잡으셨는지 공식적인 자리에서”라며 답을 듣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접속’에서 전도연은 꼬불꼬불한 머리로 젊은 청춘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던 바 있다.

송종희 실장은 “현업에 종사하는 분장인으로서 반성하는 마음이 컸다”라는 말로 웃음을 모은 뒤, “소심한 젊은 청춘이자 여인의 마음을 헤어 스타일의 반짝거리는 무스로 표현하고 싶었다. 오늘 보니까 반성을 많이 하게 됐다”라는 말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도연은 자신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당황스럽게 눈물이 났다. 사실 작년에 ‘접속’을 보긴 했다. 볼 때마다 당황스럽긴 하다. 작년에 봤을 때는 나한테만 집중했는데, 내 목소리가 거슬리더라. 깜짝 놀랐다. ‘저 때 내가 저랬구나.’ 오늘은 그래도 영화에 집중하면서 봤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눈물이 났는데 주책이라고 분장실에서 혼났다.”

또한, 전도연은 “컴퓨터랑 친하지 않다. 게다가 그때는 컴퓨터라는 것을 전혀 몰랐을 때다. 단지 어렸을 때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컴퓨터 자판을”이라는 말로 모두를 웃게 했다.

당시의 전도연은 브라운관에서는 주목 받았지만, 영화계에서는 신인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을까. “장르적으로 이해를 못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연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전도연은 “‘접속’ 찍을 때 정말 바빴다. 잠도 못 자고. 극중 수현이 커피 잔을 들고 조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졸았다. 그 정도로 시간에 쫓기고 그랬는데, 드라마와 달리 사람들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더라. 그때는 그것이 제일 당황스러웠다”라고 텔레비전 드라마의 즉시성과 상반되는 영화의 특징을 설명했다.

심재명 대표는 “회사에서도 두 번째 영화였다”라는 말로 전도연의 캐스팅을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25보 썼다. 2년 반 정도. 캐스팅도 잘 안 됐고, 한석규 씨가 초고를 보고 좋다고 했는데 그 다음에 거절하셨다. 시간이 흐른 후 25보 시나리오를 보고 하산하듯이 출연을 결정하시더라. 투자자 분이 그 얘기 듣고 털썩 주저앉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정말 기뻐서. 그때는 한석규 씨 시대였다. 송강호 씨도 없었고, 최민식 씨도 없었고.” 송강호와 최민식이 없는 그때가 언제던가. 심재명 대표의 말은 또 한번 관객들의 큰 웃음을 불러 모았다.

“상대 여배우는 새로운 분을 고민했다. 96년 추운 봄이었는데, 사무실에 맨 다리에 베이지 바지를 입고 하얀 니트를 걸치고 오셨다. 시나리오를 알듯 말듯 보여드렸는데, 본능적으로 수현이를 이해하고 계시더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출연을 제안 드렸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셨다.” 이에 전도연은 “좋게 말씀해주셨지만, 그때는 캐릭터 이해가 사실 그렇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재밌게 읽었고, 하자고 하니까 했었고, 다른 길을 걷게 될지 몰랐다”라고 겸손을 드러냈다.


온라인에서 개최된 ‘전도연 사진전’에는 약 24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기자가 웹 페이지를 접속하자 ‘당신은 242448번째 관람객입니다.’라는 문구가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가운데 GV에서 소개된 두 번째 스틸컷은 ‘밀양’의 그것이었다.

“밀양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최고의 기쁨을 줬지만, 최고의 절망을 준 작품이기도 하다. ‘밀양’을 끝으로 연기를 그만 두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밀양’을 시작으로 워낙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배우 전도연에게 더 뭘 기대할까’라는 생각을 가지더라. 극복하고 싶은 산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넘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넘어설 수 있는데, 그때는 오히려 막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밀양’에 이어 ‘무뢰한’의 스틸컷이 공개된 가운데 심재명 대표는 전도연의 성장을 어떻게 지켜봤는지 묻는 질문에 “친정 엄마의 마음”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어 그는 “전도연은 자신의 역할에 어느 순간 의심하지 않는 배우다. 의심하지 않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인물을 의심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떤 배우는 캐릭터와 배우가 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다. 전도연은 그 인물이 된다. 굉장한 파장과 격렬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배우”라고 21년간의 인연에게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전도연은 이 같은 칭찬이 장점일지 고민하는 요즘이라고.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전도연은 전도연이다’가 장점이었다면, 이제는 ‘장점만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인물에 집중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어느 순간 나와 같은 사람이 되어 있더라. 좋은 것일지 생각을 많이 했다.” 더불어 그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전도연은 역시 연기 잘하지’ 이런 것 말고, 새로운 모습을. 부족하더라도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전도연의 고민은 계속 됐다. 공유, 하정우, 김남길.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던 바 있는 세 배우가 GV의 전도연에게 활자로 질문을 건넸고, 이 가운데 김남길은 ‘과거 전도연과 지금의 전도연이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다른지?’라는 물음을 선배에게 전달했다. “달라진 것은 크게 없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지 연기적인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진짜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그때 고민이 훨씬 더 단순하고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지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영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배우의 가장 큰 고민은 안타깝게도 여배우가 가지는 입지의 축소였다. 전도연은 “샤를리즈 테론을 보고 여배우로서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모습으로 멋있는 여배우의 길을 가고 있어서 부러웠다”라며, 한국 영화의 폭이 넓지 않은 현실에 관해 다음의 일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사람들이 뭘 더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할 때 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전도연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해 하신다. 이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지? 내 다음 작품은 뭐지?’라고 생각 중이다. 많이 우울했다. 그때 송종희 실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많은 힘이 됐다. 징징대지 말라고 하셨다. (웃음) 찍고 싶은 영화를 찍고 있을 때 그 시간 기다려서 빛을 발하는 배우들이 있으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욕심을 부리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전도연은 “‘남들이 만들지 않으면 내가 만든다’라는 생각을 하셨으면”이라는 심재명 대표의 여성 영화인들을 향한 도전과 실험 정신을 촉구하는 말에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의 주연과 연출을 맡은 동료 배우 문소리를 언급했다.

“오늘 ‘접속’ 보고 느꼈지만 소녀 같은 부분이 있다. 소극적이고, 겁도 많다. 도전을 무서워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캐릭터를 해서 도전 정신도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서 겁이 난다. (심재명) 대표님 말씀처럼 열심히 싸워나가고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점에서 문소리 씨를 응원하고 싶다. 용기내지 못한 부분을 용기낸 것에 관해 응원하고 싶더라.” 연출가 전도연, 제작자 전도연. 언젠가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전도연은 “오늘 20주년 걱정을 많이 했다. 관객 분들이 안 와주시면 어떻게 할지 조마조마했다. 이렇게 채워주셔서 감사하고, 20주년 기념 같이 관람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 어떤 작품과 모습으로 뵙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정진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라는 마지막 인사말로 모두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심재명 대표는 “어떤 영화는 2시간 후 휘발된다. 일주일 후 잊히는 영화도 있다. 20년이 지나서 다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도연이란 배우 덕분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부천 영화제’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90년대 중후반 많은 한국 영화가 배우 전도연 덕분에 가능했구나.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고 기뻤다. 한때는 ‘멜로의 여왕’이었고, 한때는 ‘칸의 여왕’이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어떤 여왕으로 스크린에서 전도연을 만났으면 한다”라고 전도연이 또 한번 알을 깨고 나오길 소원했다.

GV에 앞서 상영된 ‘접속’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아이디 ‘여인2’ 수현은 모니터 건너편에 있는 아이디 ‘해피엔드’ 동현에게 만나야 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고 채팅을 건넨다. 동현은 그것을 거부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피카디리 극장 광장에서의 만남을 이뤄낸다. 관객의 연령층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지만, 어쩌면 애초부터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GV의 모두와 전도연은 만나야 될 인연이 만난 것일지도.

그리고 인연의 원동력은 ‘접속’에서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해피엔드’를 기다리는 ‘여인2’의 간절함이었다면, 잠실 현장에서는 배우 전도연이 20년간 쌓아 올린 연기의 금자탑일 테다. 현재는 웅크리고 있지만, 미래에 있을 여왕의 귀환을 기다려본다.(사진제공: 매니지먼트숲, 명필름, CJ엔터테인먼트, 파인하우스필름, 사나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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