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드라마를 무기로 판타지를 거부하다 (종합)

2017-11-14 22:25:29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웹툰이 충무로를 만났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하 신과함께)’의 제작보고회가 11월14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용화 감독,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이정재가 참석했다. 이와 관련 ‘신과함께’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재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를 원작으로 두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간 충무로는 수많은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먼저 강풀 작가의 여러 작품이 웹툰의 영화화를 가능케 했고, 2017년 개봉작 ‘임금님의 사건수첩’ 또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 가운데 마침내 웹툰 ‘신과함께’가 은막에 왔다. 웹툰 ‘신과함께’는 한국 신화를 전면에 내세운 소재의 이채로움을 이유로 영화화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바 있다.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 자홍(차태현)이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과 함께 49일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드라마.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은 “2시간이란 시간 속에서 감정, 스토리 다 버릴 수 없기에 저승 차사와 진기한의 시점을 합쳤다. 주호민 작가님께서도 영화 ‘신과함께’를 흔쾌히 존중해주셨다. 용기를 내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하정우는 망자의 환생을 책임지는 삼차사의 리더이자 변호사 강림 역을 연기했다. 그는 “저승 차사의 리더 역할이다.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강림이 진기한의 임무까지도 수행한다. 자홍의 변호를 한다”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또한,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웹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참 놀라웠다. 어쩌면 진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세상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에 임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신과함께’는 흥행 여부를 떠나 한국 영화계의 역사에 기록될 작품이다. 먼저 제작비가 약 400억 원에 달하며, 마치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제작됐다. 하정우는 “굉장히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트를 부수고, 나중에 또 같은 것을 짓는다면 낭비 아니겠는가”라며, “배우의 스케줄과 노화 그리고 (김)향기의 성장 등을 감안해 한 번에 간 것 같다”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약 11개월 동안 실내 세트 촬영을 한 탓에 의사로부터 비타민 D 주사를 종용 받았다고 알려 폭소를 모으기도.


차태현은 19년 만에 나타난 정의로운 망자 자홍 역을 맡았다. 그는 “귀신 아니고 귀인이다. 회사원이 아닌 소방관이다. 원작보다 입체적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역할을 소개하며 소방관을 연기하기에 노란색 옷을 입고 왔다는 재치를 발휘했다.

이와 관련 김용화 감독은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고민이 많았지만, 자홍 역할을 할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호불호가 적고 역할을 진심으로 해냈을 때 가장 폭발력 있는 배우가 좋겠다는 의견 아래 차태현을 캐스팅했다고 밝혀 배우를 웃게 했다.

극중 자홍의 직업이 원작과 달라진 것에 대해 웹툰 팬들의 우려가 거셀 수 있는 것이 사실. 차태현은 “원작의 자홍도 매력이 있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소방관이란 직업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기에 영화 속 자홍도 마음에 들었다”라고 했다.


‘신과함께’에는 많은 CG가 사용돼 이승에서는 하늘을 날고, 저승에서는 불지옥을 오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강림 차사와 덕춘이가 머리 쓰는 일을 맡는다면, 내 역할은 단순 무지하다”라며 망자와 차사를 호위하는 일직 차사 해원맥 역을 설명한 주지훈은 “한 색깔의 공간에 있으면 사람이 혼란해진다. 촬영 감독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다”라고 크로마키 배경에 익숙해져야 했던 촬영의 고된 면을 취재진에게 알렸다.

김향기는 강림과 함께 망자를 변호하는 월직 차사 덕춘을 연기했다. 그는 “덕춘이는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망자를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아이”라며, “망자가 생전에 저지른 죄를 스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라고 덕춘을 소개했다.

이정재는 천륜 지옥의 재판관이자 염라대왕을 표현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역할로 우정 출연을 하기로 김용화 감독과 약속했고, 이어 염라대왕 역을 제안하길래 무심코 수락했을 뿐인데 이렇게 홍보 자리까지 왔다며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 이에 김용화 감독은 “염라대왕 역에 조금 더 큰 배우가 필요했다. 이정재의 성격을 잘 안다. 빗장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마수를 뻗쳤다. 우정으로 30분 나오는 배우다”라고 이정재를 칭찬했다.


제작보고회 중간 하정우는 ‘400억 예산 영화’ ‘판타지’ 등의 위험 요소에도 불구 왜 ‘신과함께’를 선택했는지 묻는 질문에 “거창한 이유는 없다. 관객 입장에서 어떤 재미가 있는지 생각하고 따진다”라며, “앞서 CG, 기술적 성과, 판타지 등을 언급했지만 그 모든 것이 드라마를 앞서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다. 드라마가 주는 힘이 엄청났다”라고 답했다.

이어 하정우는 ‘신과함께’의 티저 예고편을 언급했다. 그는 “티저 예고편이 나가고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판타지 영화라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 반응을 듣고 ‘영화를 보시면 다를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도전보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메시지와 드라마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다”라고 드라마가 ‘신과함께’의 강점인 것을 재차 알렸다.

우선 지금까지 대중이 ‘신과함께’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티저 예고편이 전부다. 그리고 하정우의 언급처럼 예고편은 하정우, 차태현, 이정재를 비롯한 배우 다섯의 화려한 캐스팅과 CG만이 돋보일 뿐이다. 과연 주연 배우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처럼 ‘신과함께’는 화려한 특수 효과 이상의 드라마를 전달할 수 있을까. 영화는 12월2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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