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없는리뷰] 섹시하고 세련된 주춧돌 ‘블랙 팬서’

2018-02-16 15:08:02

[김영재 기자] 2월14일 ‘블랙 팬서’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블랙 팬서’는? 물론, ‘스포’는 없다.

★★★☆☆(3.1/5)

대중이 원하는 바와 영화 평론은 대개 어긋나기 마련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이런 문제가 영화 ‘블랙 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 평론에서도 불거졌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캡처 한 장. 캡처 속 어느 트위터 사용자는 전문가 한 줄 평을 나열하며 분노의 욕설을 내뱉었다. “그래서 영화가 재밌다는 거야 뭐야?”

그래서 ‘블랙 팬서’는 재밌는 영화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솔로 영화는 총 아홉 작품이다. 그중 기자가 판단한 ‘블랙 팬서’의 재미 순서는 네 번째다. ‘아이언맨’>‘스파이더맨: 홈커밍’=‘닥터 스트레인지’>‘블랙 팬서’>‘토르: 천둥의 신’>‘인크레더블 헐크’>‘앤트맨’>‘퍼스트 어벤져’>‘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닥터 스트레인지’를 제외한 상위 다섯 작품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5대 부족이 뭉친 아프리카 왕국 와칸다. 세상은 그들을 최빈국으로 여긴다. 하지만 와칸다는 부와 기술을 거머쥔 숨겨진 최강국이다. 아버지 티차카(존 카니)의 사망으로 왕위 계승을 앞둔 티찰라/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의 고민은 와칸다의 미래다. 와칸다의 기술은 세계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를 구하자니 벌거숭이가 될 왕국의 미래가 눈에 밟힌다. 이 가운데 나타난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그는 말한다. “내 평생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지.”

그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다수의 악당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헬무트 제모(다니엘 브륄)는 대다수 관객이 꼽은 마블 영화 속 최고의 악당 중 하나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자 앞서 언급한 공통점의 근거는 ‘인간적’이란 수식어다.

어벤져스와 울트론의 전투 때문에 가족을 잃은 헬무트 제모는 죽은 아내의 음성 메시지를 반복해서 듣는다. 자유의 통제가 목적인 하이드라, 우주를 태초의 어둠으로 되돌리려는 말레키스(크리스토퍼 에클스턴) 등과 비교하자면 그의 존재는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토르’ 시리즈의 악역도 마찬가지다. 각각 흙수저와 2인자의 고민을 전달해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이 완성됐다.

‘블랙 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 전략을 또 한 번 반복했다. 에릭 킬몽거는 티찰라를 향해 날을 세운다. 다분히 ‘인간적’인 이유 때문이다.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마이클 B. 조던은 ‘섹시한 악당’이란 수식어에 관해 “에릭 킬몽거는 티찰라가 에릭을 인간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길 바란 듯하다. 섹시한 악역은 부산물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이 ‘인간적’인 악당은 대중의 물음인 재미 여부에 긍정을 안긴다.

그러나 섹시한 악당의 출현에도 불구 ‘블랙 팬서’를 향한 일부 혹은 다수는 아쉬움을 표한다. 이유는 액션 신의 부족이다. 특히 한국 팬들이 지어준 ‘부산 팬서’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부산에서의 액션 신 분량은 5분에 불과하다. 참고로 부산 촬영 분은 전체 125분 러닝 타임 중 약 19분을 차지한다. 또한, 블랙 팬서의 육박전만큼 군대 간의 전투도 비중 있게 다뤄진 점은 슈퍼 히어로의 온전한 활약을 바라는 누구에겐 성에 안 차는 분배일 수도.

영화 ‘테이큰3’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등에서 무난한 블록버스터 연기를 펼친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배우도 관객도 전보다 몰입할 수 있는 진일보한 역할을 맡았다. 비브라늄 슈트와 레이저 포가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에 드라마를 덧댄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첫 등장한 율리시스 클로 역의 배우 앤디 서키스는 관객이 마음 편히 미워할 수 있는 약탈자를 연기했다. 무조건적인 악랄함으로 극 전반을 이끈다.

혹자는 ‘블랙 팬서’에 대해 “‘퍼스트 어벤져’ ‘토르: 천둥의 신’처럼 세계관 확장에 그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부속품”이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인크레더블 헐크’와 ‘아이언맨’을 제외한 모든 페이즈1 영화 역시 그랬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시작을 알린 두 영화는 ‘블랙 팬서’까지 총 18편이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춧돌로 평가되고 있다. 그때는 미처 예상 못한 반전이다.

4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다.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썩 재밌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모든 사건의 흑막 타노스(조시 브롤린)가 오는 것. ‘블랙 팬서’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위한 주춧돌이자, 미래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위한 또 하나의 시작점이다. 여기에 연민을 모으는 악당과, 전 세계 20억 인구로 추정되는 흑인의 고뇌까지 버무려졌다. 볼트와 너트로 여겨지던 과거 주춧돌에 비하면 2018년 주춧돌은 조금 더 세련된 방법으로 마음을 홀린다. 2월14일 개봉. 12세 관람가.(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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