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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r모놀로그] 이나영의 별책 부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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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11월21일 개봉작 ‘뷰티풀 데이즈’ 엄마 役

무대 밖 배우를 만나는 일은 별책 부록 읽기와 같다. 갖은 미사여구로 소개되는 소위 ‘극 중 인물’은 없다. 작품 완성을 목표로 몇 달씩 고생한 한 개인만이 덩그러니 있다. 카메라는 없지만 녹음기는 있는 경계 위 공간. 그간 여러 배우를 그곳에서 만났다.

“아니, 대본을 좀. 시나리오를 좀 잘 써와야죠. (웃음)”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다면 앞뒤 안 보고 출연을 결정하는 편인 그에게 영화과 졸업작 출연 제안이 오면 어떡하겠냐는 질문이었다. 배우 이나영의 대답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부록이 재밌는 순간. 그건 주인공이 경계심을 거두고 소탈한 면을 드러낼 때다. 이나영은 잘 쓴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전화가 어마하게 울리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작 출연 역시 시나리오가 동기였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엄마(이나영)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젠첸(장동윤)이 가족의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으며 ‘걸어도 걸어도’ 등을 떠올린 이나영에게 ‘뷰티풀 데이즈’는 해보고 싶은 장면이 많은 작품이었다. 더불어 그는 “비대중적이지 않다”는 말로 거리감을 경계했다.

“처음 준비하고 찍을 때보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허탈해요. 솔직히 지금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약 16년 전 영화 ‘후 아 유’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앳된 모습의 이나영은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 ‘후 아 유’는 연기를 제대로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 작품. 또한, 미처 느끼지 못한 연기 욕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신인을 향해 배우 조승우는 “독종이다. 연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뭐든 공부하려고 한다. 연습을 정말 옆 사람 듣기 힘들 정도로 한다”고 동료를 칭찬했다.

2002년과 2018년. 그 긴 시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이나영을 11월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연기를 계속 해온 것과 자신감은 별개”라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공부하려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회상했다. 이나영이 추구하는 그의 미래는 관객이 궁금해 하는 배우다. 배우가 대중을 좇는 것 대신, 대중이 배우를 좇아가는 걸 목표하는 배우와 약 1시간 동안 나눈 ‘이나영의 별책 부록’을 모놀로그로 재구성했다.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영화 ‘걸어도 걸어도’ ‘인생’ ‘그을린 사랑’이 생각나더라고요. 평상시 제가 좋아하는 톤의 영화였어요. 그래서 결정을 쉽고 빠르게 했죠. 해보고 싶은 장면이 많았어요. 다만 시나리오는 마음에 드는데, 제가 감독님 정보를 많이 모르고 있더라고요. 장편이 처음인 신인 감독님이란 것만 알고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감독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모성애와 탈북자를 다루려고 하시는지가 제겐 중요했어요. 그래서 미리 감독님 다큐멘터리를 봤죠. 뵙기도 전에 그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더라고요. ‘이걸 일관되게 파고드시는 분이라면 한번 몸을 던져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감독님 뵙는 자리에선 작품 안으로 더 들어가려고 했던 거 같아요. 이 영화에 출연한다면 꼭 알아야 될 것, 탈북민의 삶과 마음 등을 얻기 위해 많이 여쭤봤어요.

탈북민이 주인공인 영화예요. 하지만 비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엔 주인공의 굴곡진 삶, 그가 아들에게 취하는 태도, 엔딩 신 등이 마음에 들었어요. 거하지 않게 주제가 툭 던져지는 구성의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그래서 더 욕심났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어렵지 않은 영화예요. 가족을 다루지만, 온전히 가족 휴머니즘만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고요. 그간 보기 힘든 형식의 영화인 건 맞아요. 바람이 있다면 부디 이런 영화들이 관객 분들께 익숙해졌으면 해요. ‘뷰티풀 데이즈’뿐만 아니라 이런 류 영화가 많이 익숙해지면 앞으로 더 많은 장르를 극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연기한 엄마는 그냥 살아가는 여성이에요. 큰 목표 없이 그냥 과거와 현재를 살고 있죠. 우리도 큰 목표나 ‘언제까지 뭘 해야 돼’ 계획이 없으면 어떤 때는 그냥 살아가잖아요. 특히 이 여성에겐 하루하루가 그런 나날이었을 듯해요. 하지만 엄마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아요. 그리고 엔딩에서 어떤 조그만 빛을 발견하죠. 지금 현재가 삶의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들께서 왜 희망이나 삶의 지속 의지를 가져야 되는지 깨닫게 해드리는 영화예요. 언젠가 올 빛을 위해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감정 연기도 많이 생각했어요. 10대에 탈북을 해서 어마어마한 과정을 겪었음에도, 결국 소녀잖아요. 그리고 소녀가 20대로 성장한 후엔 클럽, 마약 등을 겪어요. 이때가 영화 색을 가장 많이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라고 감독님과 이야기 나눴어요. 그가 동물적으로 삶을 산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반대로 현재는 모든 걸 겪어낸 후 굉장히 덤덤하고 담담하죠. 그 안에선 뭔가 소용돌이치더라도 연기는 자꾸 걷어내게 되더라고요.

젠첸이랑 다투는 신에서 특히 그랬어요. 시나리오에선 서로 감정이 격해지는 신이었는데, 연기론 거기까지 못 가겠더라고요. 결국 다 걷어냈어요. 아무리 아들이 욕하고 해도 엄마는 눈으로 얘기하며 아들을 제압했죠. 그게 더 강해 보이더라고요.

6년 만의 복귀작이에요. 근데 쉬려고 쉰 게 아니에요. ‘열일하자’는 생각에 차기작(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결정한 것도 아니고요. 제 템포가 어떻게 갈진 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연기에 대한 굶주림과 열의는 항상 갖고 있어요. 동료 분들 활약상을 보고 ‘나도 그들처럼 해야 하는데’란 생각, 왜 안 하겠어요. 하지만 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면 나중에 괜히 후회할 거 같아요. 보시는 분들께 자신 있게 못 내밀 거면 가만히 있는 게 맞고요. (웃음)

‘뷰티풀 데이즈’로 이나영 배우 인생 제2막이 시작된다고요? 너무 거하지 않나요? (웃음) 너무 거해서 좀 창피한데요.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해요. 다양성 영화도 자주 보고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생각한 게 있다면, 대중 분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노력을 많이 많이 해야 하는 지점이겠죠. 저를 궁금해 하셨으면 해요. ‘이번 영화에선 저 배우가 또 어떤 느낌을 줄까? 또 어떤 분위기를 낼까?’ 같은 궁금증? 그래서 그 배우를 좇아가게 되는? 굉장히 어렵죠. 어려운 목표죠.
 
갑자기 연예계 일을 시작했어요. 2년을 쉼 없이 달렸고요. 전 제가 이 일에 굉장히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만 둘 생각만 계속 했죠. 그러다가 ‘후 아 유’를 만났는데, 갑자기 가슴에 뭐가 생기더라고요. 그 전엔 느끼지 못한 뭘 하고 싶은 마음이요. 그때부터 연기를 생각하고 분석하고 했죠. 배우 이나영의 자아가 그렇게 자라났어요.

차기작은 ‘로맨스는 별책부록’이에요. 대본이 되게 밝아요. 특히 제 역할은 상대역보다 조금 더 밝은 듯해요. 둘의 핑퐁이 계속 밝게 오가는 가운데 뭔가 애틋한 게 있어요. 지금 한 8부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그 감정이 시청자 분들께도 잘 전달됐으면 해요.

아이가 아직 세 돌이 안 됐어요. 한국 나이론 4살인데, 말은 해요. 엄마 이나영의 고충이요? 고충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해요. 모두가 겪는 일인데요 뭐. 물론 육아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거기에서 나오는 행복함과 뿌듯함이 있습니다.(사진제공: 이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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