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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물음표] ‘PMC’ 하정우, 매운맛 라면처럼 맛있어지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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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12월26일 개봉작 ‘PMC’ 에이헵 役

영화 ‘허삼관’을 연출하며 감독 하정우(40)는 그가 지닌 역량의 120%를 발휘했다. 분량의 40%를 사전에 찍어봤고, 콘티 작업은 5차까지 거쳤다. 누가 봐도 그는 온 정성과 힘을 다했다. 하지만 대중의 호응은 개인의 최선과 반비례했다. 주연 배우 겸 제작자로 참여한 신작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이하 PMC)’ 역시 추이가 심상치 않다. 손익분기점이 410만 명인 것에 비해 누적 관객수(1월10일 기준)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하정우는 한 라면 광고에 출연해 삶의 진리를 건넸다. 조리 과정을 성장에 비유했다. “실패 좀 하면 어때요. 좀 넘어지고 그럴 수 있지. 라면을 봐. 물에 빠지고 불에도 팔팔 끓고 하니까 맛있어지잖아.” 고난과 역경이 삶을 살찌운다는 논리다. 매운맛 라면의 진리는 현실에서 한 번 더 반복됐다. 그의 입지 ‘흥행보증수표’를 언급하자 배우는 “만약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것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이어가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흥행과 최선의 어긋남. 그러나 하정우는 개의치 않는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 식기 전까지 지금처럼 일을 계속 해나가”려는 그와의 인터뷰를 총 일곱 개의 문답으로 전한다.
 
―극장에서 ‘PMC’를 본 소감이 궁금한데.

전부터 여러 편집본을 봤다. 1시간 40분짜리도 있었는데, 그건 인물의 눈을 쳐다보기에 시간이 빠듯하더라. 영어 자막 보고 그 다음에 얼굴을 보려고 하면 장면이 넘어가는. 지금 버전이 가장 친절한 버전이 아닐까 싶다. 언시(언론시사회)에서 패키징이 완벽히 된 버전을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이게 우리가 만들어낸 최선의 결과물’이었다.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원론적 부족함이나 아쉬움은 나도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의 생김새 자체가 그러하다는 인정 아래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다 같이 최선을 다했다.

―하정우의 액션 신을 기대한 관객에게 ‘PMC’는 아쉬운 영화다.

관객 분들께서 왜 그런 혼란을 느끼셨는지 생각해봤다. ‘티저 예고편이나 본 예고편의 액션 장면이 이 영화를 그렇게 받아들이시게 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이 영화는 다리를 잃고 벙커에 갇힌 한 남자가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생존 탈출기다. 그게 묘미다. 그 인물이 어떻게 탈출하는지가 내가 초점을 맞춘 부분이었다. 만약 내 액션 신을 기대한 관객 분들께서 계시다면, 그분들께서 느끼셨을 아쉬움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수 외국 배우의 출연은 ‘PMC’를 특별하게 하는 요소다.

총 12명의 외국 배우가 출연했는데, 그중 미국 배우 조합의 철저한 룰을 따라야 할 배우가 4명이었다. 마쿠스(케빈 두런드), 로건(스펜서 다니엘스), 제럴드(마릭 요바), 맥켄지(제니퍼 엘). 어쨌든 외국 배우들은 일정 시간을 찍으면 집에 가야 했다. 호텔에서 차에 타는 순간부터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12시간 안에 다 끝나야 했다.

우리나라 역시 요즘은 주 52시간 근로를 지키고 있다.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그때는 많은 사람들의 배려와 희생이 필요한 때였다. 안 되는 걸 끝까지 시도해서 이뤄내기도 했다. 안 맞는 게 있으면 감독님과 한두 시간씩 얘기할 수도 있었다. 근데 지금은 준비를 안 하면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프리 기간이 엄청 늘어났고, 즉석으로 시도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지금은 서로가 알아서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시간이 흘러가고, 시간은 돈이다. 돌발 상황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요즘은 각 분야가 더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김병우 감독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얼마 전 다시 봤다. 지금보다 엄청 젊더라.

당연하다.(웃음) 촬영 기간까지 셈하면 6년 전이다, 6년 전. 나이가 드는 건 여러 가지 감정을 가슴에 안겨준다. 좋기도 하고, 허하기도 하다. 요즘 흰 수염이 많이 난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작은 영화 속 하정우가 그립다는 의견이 있다.

나 역시 소박한 영화에 출연한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좋아한다. 아이언맨의 얼굴도 좋지만, 그가 소시민의 얼굴로 사실주의 영화에 출연한 모습도 보고 싶다. 나 또한 갈증은 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순 없다. 기다린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영화가 기획되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럼 내가 직접 해야 되겠구나’란 생각을 한편으로 하고 있다. 아직 영화는 못 봤는데, ‘완벽한 타인’이 떠오른다. 아이디어 좋은 영화에 출연해 오밀조밀 앉아서 자근자근 대사 하는 그 모습이 참 부럽더라.

―하정우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가 버겁진 않나?

도리어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난 잘해야 돼’가 아니라 다수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누가 억지로 시킨 게 아니라 다 내가 좋아서 벌인 일이다. 나의 일이고, 나의 최고의 관심사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사랑하는 일이고, 또 그것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께서 계시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해석해서 긍정적 에너지로 활용하려고 한다.

―지난해엔 ‘운을 읽는 변호사’를 추천해줬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뭔가?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다. 어쩌면 인생의 대단한 진리와 잘 살기 위한 힌트는 굉장히 단순한 말 속에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물론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고 지나가면서 느끼고 있는 부분이긴 하다. 보편적이고 가장 위대한 것에 관해 얘기하는 책이다.

한편, 영화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 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DMZ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 타임 전투 액션. 12월26일부터 상영 중이다. 15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410만 명. 순제작비 120억 원.(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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