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충무로가 ‘우상’을 이야기한다.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의 제작보고회가 2월19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수진 감독,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참석했다.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로테르담영화제, 시체스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쓴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오래 전에 썼다. 13년 전으로 기억한다”며, “‘한공주’를 찍고 난 다음에 무거운 것보단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손이 계속 ‘우상’ 쪽으로 가더라. ‘아 이것도 지금 해야 하는 이야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보고 혼자 그 시작점이 어디일지 한번 고민해봤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알렸다.
감독은 “우상을 쫓는 남자, ‘그렇게 갖고 싶고 찾으려 한 게 헛것이었구나’를 깨닫는 남자, 우상조차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왜 제목이 ‘우상’일까. 그는 “제목과 사전적 의미가 크게 다르진 않다”며, “한 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신념이 맹목적으로 바뀌면 그것 또한 우상”이라고 답했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의 존재는 감독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는 후문.
먼저 한석규는 명회를 연기한다. 명회는 차기 도지사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이었으나 아들의 실수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 인물. 한석규는 “구명회는 나쁜 놈”이라는 말로 시선을 모은 뒤, “예전에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쇠가 본디 쇠였는데 남은 건 녹뿐이더라.’ 구명회는 그런 인물이다. 명검이 될 수 있는 쇠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남는 건 흉물스러운 녹 덩어리뿐인 인물”이라고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80년대 중반의 난 ‘우리가 영화를 우화적으로 밖에 표현 못 하는구나’란 분노심이 있었다”며, “다행히 지금 (시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우상’은 다 보여주는 영화”라고 작품의 강점을 알렸다. 이어 “지금은 그런 (사회 비판적) 영화를 안 만드는 건지 못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마음이 울적하더라”고 상업성에 치우친 현대 충무로를 비판했다.
설경구는 억울하게 아들을 잃자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의 실체를 쫓는 중식을 표현한다. ‘우상’은 설경구와 한석규의 첫 만남이 뜨거운 관심을 부르는 작품. 허나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우상’은 그 기대를 약간 벗어날 전망이다. 설경구는 “한석규 선배님이랑 붙는 신이 그렇게 많진 않다. 각자의 영역이 있고 그걸 감독님께서 잘 버무려주셨다”며, “가끔 현장에서 형님을 뵈면 후배를 향한 배려나 유연함을 느끼곤 했다. 내가 성질이 급한데 그걸 많이 눌러주셨다. 중심을 잡아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특히 ‘아들을 억울하게 잃는다’ ‘모든 것을 걸고 실체를 쫓는다’ 등의 설명은 배우 설경구의 뜨거움을 대변하는 듯하다. 설경구는 “문장으로 보면 강렬한 캐릭터다. 하지만 장애 아들이 가정을 이루길 바라는 심정으로 이름을 ‘유부남’으로 지은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소박함이 내포된 절절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 “다른 등장인물이 자기 인생을 돌파해나간다면 중식은 듣는 인물이고 유일하게 큰 깨달음을 얻는 인물”이라며, “드러내는 인물이 아닌 평범한 인물로 접근했다”고 주안점을 소개했다.
천우희는 ‘우상’으로 또 한 번 이수진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련화는 중식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날 같이 있다가 자취를 감추는 인물. 천우희는 “이수진 감독님의 차기작을 몹시 기대하고 기다렸다. 배우로서, 관객으로서 팬”이라며, “‘우상’ 시나리오를 나에게 건네주셨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한공주’ 덕에 배우로서 성장했다. 때문에 감독님께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캐릭터에도 욕심이 났다”고 출연 배경을 알렸다. 천우희는 “남녀 통틀어서 전무후무한 캐릭터”란 말로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한편, ‘우상’은 제69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 ‘파노라마 섹션’ 공식 초청작이다. 이에 설경구와 천우희는 독일 조 팔라스트 극장에서 ‘우상’을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했다. 설경구는 “작품이 안 좋거나 맘에 안 들면 거리낌 없이 냉정히 퇴장한다”며, “근데 우리 영화는 관객이 꽤 몰입도 있게 보더라. 덕분에 안심했다”고 작품의 재미를 간접 알렸다.
이수진 감독이 “사유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한석규가 “‘영화로 뭘 할 수 있나?’를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한 영화 ‘우상’은 3월 중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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