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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사람 좋아하는 따뜻한 배우

2019-08-14 17:40:52

[임현주 기자] 류준열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영화 ‘봉오동 전투’를 향해 남다른 애정을 비췄다.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서 임무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로 변신했다. 빠른 발과 정확한 사격 솜씨로 독립군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선사한다.

7월3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눈빛이었다. 영화의 여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찢남(국사 교과서를 찢고 나온 남자)’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그의 눈빛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 재밌게 보셨어요? 전 시사회 때마다 눈 한쪽을 가리고 보거든요. 이번에도 늘 그렇듯 반밖에 못 봤어요. 그렇게 봐도 재밌더라고요?(웃음)”

취재진이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류준열은 먼저 말문을 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늘어놨다. 그의 넉살 좋은 모습에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영화를 찍고 나서 돌아보면 잘 기억이 안 나요. 추웠는지 더웠는지 밖에 기억이 안 나서.(웃음) 이번 영화에서 배우도 배우지만 제작진들이 굉장히 고생했어요. 산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니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속상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었죠. 쓰레기통 들어주는 것 밖에 못했어요.”

이번 영화를 선택한 계기를 묻자 류준열은 “영화가 가진 힘이나 기본적인 메시지가 너무 크게 와 닿았어요”라고 운을 뗀 뒤, “데뷔하기 전부터 원신연 감독님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봐왔어요. 전작들을 재밌게 봤고, 감독님이 워낙 사람 좋다는 말을 익히 들었어요. 정말 좋으신 분이더라고요. 특히 감독님이 리더십이 좋아서 다들 고생안하고 기분 좋게 찍을 수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류준열은 ‘봉오동 전투’로 ‘그 시대에 있었던 사람’같다는 호평을 들으며, ‘국찢남’ 수식어까지 붙었다. 이에 그는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역할도 그렇고 이번 이장하 역할도 제가 추구하는 지점이거든요. 그만큼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특히 ‘봉오동 전투’는 한명의 위대한 영웅이야기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니까. 이런 수식어까지 붙여주셔서 너무너무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장하를 그리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뒀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류준열은 “사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께서 ‘무사 역할을 지양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배우들이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살아 숨 쉬는 느낌보다는 죽어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털어놨다.

이어 “역시나 (유)해진 선배님 그리고 (조)우진 선배님과 갭을 두고 표현해야해서 정말 어려웠어요. 스크린 속에서 선배님들은 휴게소에 들려서 호두과자도 먹고 라면도 먹는 걸 표현하셨다고 했는데, 전 정말 사탕 하나 못 얻어먹고 앞만 보고 촬영했거든요. 선배님들이 재밌는 연기들을 펼칠 때 너무 부럽더라고요. 전 앞밖에 못 봤으니까. ‘교수님들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다’ 그때 깨달았어요. 어쨌든 정답은 기초에 있고, 뒤에 배우는 것들은 앞에 배웠던 과정을 상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썼던 노트들을 쌓아놨던 것이 뿌듯하고 좋더라”고 밝히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더불어 “제가 달리기 빼면 시체라고 할 정도로 뛰는 걸 좋아해요. 축구할 때도 그렇고.(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산이다 보니까 아무리 빨리 달려도 속도감이 안 나더라고요. 촬영할 때 애를 좀 먹었어요. 특히 (유)해진 선배님이랑 같이 있을 땐 확 차이가 나요. 이건 집고 넘어가고 싶은데, 현장에 계신 모든 제작진, 배우들 다 통틀어서 유해진 선배님이 제일 잘 뛰세요. 정말 ‘실화’.(웃음) 범접할 수 없는 부분이죠. 어마어마하세요. 산신령같은 존재라고 할까요?”라며 유해진의 체력을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를 향해 일부 시선은 ‘국뽕영화’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이와 관련해 류준열은 “감독님이 많이 서운해 하세요. ‘봉오동 전투’는 단 몇 줄로 표현될게 아니니까. 숫자로 밖에 기억될 수 없는 점이 가장 울컥하더라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수 있는 힘은 그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니까. 대부분 살면서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살잖아요. 과거 역사들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저 또한 그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아쉬움과 함께 바람을 전했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소준열’이라는 별명이 생길정도로 꾸준히 작품을 하는 그의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될까.

“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큰 힘이 돼요. 차기작 관련해서 왜 소식이 없냐고 많이들 속상해하시더라고요. ‘아 이거 한 작품 찍어야하나’ ‘유튜브라도 해야 하나’ 싶어요. 사실 콘텐츠는 많아요.(웃음) 축구도 좋아하고, 사진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운전도 좋아하니까 할 건 많아요. 제가 유튜브하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웃음) 아직은 뭐 차기작 계획을 해야 해서.(웃음)”

‘택시운전사’ ‘독전’ ‘뺑반’ ‘돈’에 이르기까지 롤이 점점 커질수록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막중할 터. 하지만 류준열은 그렇지 않단다.

“배우가 생각해야하는 지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다만, 이번 여름시장에 많은 분들이 ‘봉오동 전투’를 보러 와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전쟁 영화 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봉오동 전투’로 그 소원은 이뤄진 것 같아요.”

한편, 영화 ‘봉오동 전투’는 8월7일 개봉,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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