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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에 상상력 덧댄 ‘광대들’…소화 잘되는 영화를 원한다면 (종합)

2019-08-13 19:20:38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배우 조진웅이 광대로 돌아왔다. 보통 광대가 아니다. 폭군을 성군으로 포장하기 위해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다. 조진웅이 분위기를 띄우면 배우 손현주와 박희순이 그 여백을 먹색으로 채운다. 조진웅 말대로 소화할 것 없이 시원하게 먹으면 그만인 한 편의 팩션 사극이 개봉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이하 광대들)’의 언론시사회가 13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주호 감독, 배우 조진웅, 손현주, 박희순, 김슬기, 윤박, 고창석이 참석했다.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에 발탁되어 왕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 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김주호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전작과의 공통점으로 ‘팩션물’ ‘멀티 캐릭터의 등장’을 꼽은 뒤, “다만 전작과 비교하자면 시도가 과감해졌다.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몇몇 장면이 있는데, 드라마도 중요하나 과연 관객들께서 그 부분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얼마나 잘 받아들이실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알렸다. 감독이 말한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란 ‘이적 현상’으로,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믿기 힘든 여러 현상의 실제화가 ‘광대들’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김주호 감독은 “지금 시점으로 보면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말도 안 되는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희화화하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이적 현상의 묘사에 있어 그것을 최대한 존중하고 진지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코미디는 그 이면에서 찾았다. 그는 “광대들이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원칙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2018년 영화계를 주름잡은 조진웅이 광대패를 이끄는 리더이자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묘한 재주를 지닌 풍문조작단의 연출가 덕호를 연기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하다. “부담감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한 조진웅은, “내가 출연한 영화를 너무 사랑해 주셔서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이번 영화도 많은 관객 분들과 소통하자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유쾌하고 뚝심 있는 영화”라고 ‘광대들’을 요약했다.


조진웅이 광대라면 권력의 실세는 손현주의 몫이다. ‘연기 장인’ 손현주가 조선 최고의 실세이자 풍문조작단의 기획자 한명회 역을 맡았다. ‘광대들’은 그의 첫 스크린 사극이다. “때는 1990년대로 올라간다”는 말과 함께 시계를 거꾸로 돌린 손현주는, “처음 말씀드리는 이야기인데, 사극을 하다 말에 밟혀서 발톱이 빠지는 일이 있었다. 그 이후 사극을 멀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 시나리오에는 말 타는 장면이 없었다. 그런데 김주호 감독님께서 말을 타고 불로 들어가라고 하시더라. 덕분에 트라우마가 말끔히 없어졌다”며, “앞으로는 사극도 많이 할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

광대패의 말발을 담당하는 근덕 역의 김슬기 역시 이번이 첫 스크린 사극이다. 승마 연습 도중 낙마 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씩씩히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 마치 사진을 찍은 듯 사실적인 화풍으로 광대패의 무대를 그려내는 진상 역의 윤박은 이번이 데뷔 후 첫 사극이자 첫 상업 영화다. 윤박은 “조선시대에 천민이자 광대로 살던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에 집중했다”며, “사극 말투에 신경을 쓰지만 또 안 쓰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집권 말 혼란에 사로잡힌 세조를 그려낸 박희순의 연기가 눈에 띈다. 영화 ‘남한산성’ ‘1987’ ‘마녀’에 이어 또 한번의 ‘박희순의 재발견’이다. 최근 그는 영화 ‘봉오동 전투’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박희순은 “‘봉오동 전투’가 요즘 잘되고 있어 너무 다행”이라며, “‘봉오동 전투’를 재밌게 보신 분들께서 온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광대들’까지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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