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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사리’ 김명민, “발만 담그고 ‘흥행 배우’ 소리 듣는 거 원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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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상륙작전 다룬 ‘장사리’서 이명준 대위 役
|김명민이 꼭 해야만 하는 작품 원해
|학도병 위주 편집 “감독님 판단이 최선”
|TV 드라마 쪽대본에 절벽에 선 기분 느껴
|요즘도 아침마다 볼펜 물고 대사 연습 중


[김영재 기자] 배우 김명민(46)은 반가운 인터뷰이(Interviewee)다. 대화의 ‘감칠맛’이 그와의 인터뷰에는 늘 살아 있어서다. 또 그는 솔직하다. 어떤 질문에도 빼는 법이 없다. “글쎄요. 흥행작이 많으면 좋죠. 하지만 그런 작품에 출연을 못 했기 때문에 선택을 못 받았기 때문에 이런 영웅을 알리는 영화에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그에게 최근의 흥행 부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니 이 같은 진솔한 답이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진중한 어투로 “발만 담가도 참여했다는 이유로 ‘흥행 배우’ 소리 듣는데, 그렇게 해서 시류에 편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25일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 김태훈/이하 장사리)’은 그가 “김명민이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목표로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에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을 스크린에 옮긴 ‘장사리’에서, 그는 학도병을 이끄는 유격대 리더 이명준을 연기했다. 평균 17세에 불과한 772명의 소년이 단 2주간의 훈련 후 장사 해변으로 향했고, 후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유격 동지회에 그들을 기리는 친필 서한을 보냈다. “물론 사상자(전사 139명·부상 92명)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실패한 작전이라고 불리고요. 하지만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작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장사리 전투를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18일 언론시사회에서 곽경택 감독은 “관객 분들께서 학도병 이야기에 감정 이입하실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과감히 편집했다”고 말했다. 김명민 얼굴이 포스터 가운데에 놓인 것과 별개로, 이명준의 극 중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원래는 중간중간 이명준 대위의 전사 등이 들어가 있었어요. 아쉽죠. 그런 신들이 들어가면 인물이 훨씬 뚜렷해졌을 테니까요. 하지만 영화만 놓고 보면 감독님 판단이 최선 아니겠어요?”

‘포화 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장사리’까지 그간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여러 한국전쟁 영화를 제작해 왔다. 혹자는 세 편을 통틀어 ‘반공 3부작’이라 칭하기도. 김명민은 “완전 별개의 작품”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앞서 두 영화는 한국전쟁을 오락적으로 소비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앞에 두 영화요? 보긴 봤죠. 근데 그 영화들이 제 출연에 끼친 영향은 전혀 없어요. 그리고 ‘장사리’가 ‘인천상륙작전’ 속편으로 많이들 불리는데,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양동 작전일 뿐이에요. 영화적으로 둘은 정말 다릅니다.”

사실 김명민은 KBS2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리더를 연기했다. 성웅 이순신 역을 맡은 그는 해당 작품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신성불가침 영역에 계신 분이잖아요. 덕분에 제가 득을 많이 봤죠. 제게 리더 자질이 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게 아니거든요. 그 역할을 했기에 그냥 그렇게 봐 주시는 거예요. 리더 역할이라고 특별한 게 있겠어요? 어느 배우를 시키든 배우라면 다 잘합니다! 다 잘해요.”

이후 MBC ‘하얀거탑’에서는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 역으로,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똥 덩어리”를 외치는 지휘자 강마에 역으로 그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쪽대본에 힘든 적도 많았다. 그는 “잘하고 싶은데, 정말 잘하고 싶은데, 이틀 밤 새고 받은 대본이 쪽대본일 때의 기분 아세요? 정말 절벽에 선 기분이에요. 그래도 ‘베토벤’ 때는 이재규 형이 워낙 배려를 많이 해주신 덕에 정말 편하게 찍었는데, 쪽대본의 대명사인 어떤 작가님과의 작업 때는 진짜 많이 힘들었죠. ‘저 사람 쪽대본 때문에 저거밖에 못 하는구나’ 이렇게 이해해 주시는 분이 세상에 어디 계시겠어요. 쪽대본 나오는 것조차 모르셨을 거예요.”

그래서 그가 얻은 결론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명민은 지금의 그가 완성되는 데 도움이 된 철칙 세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자. 둘, 자신에게 엄격하되 타인에게는 관대하자. 셋, 남이 인정해 주기 전까지 스스로를 인정하지 말자. 때문에 그는 요즘도 볼펜을 입에 물고 대사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아침을 연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니 이제 올해로 연기 생활 23주년을 맞은 그다. 그 연습을 아직도 하냐는 질문에 김명민은 “아침 먹었다고 점심 안 먹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안 하면 입이 굳는다. 풀어준 만큼 풀리는 게 성대고 혀다. 자고 일어났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든가 발음이 잘 안 되면 내가 못 견딘다”고 했다. 노력을 멈추지 않는 배우, 김명민. 이만큼 열심히 사는 배우라면 ‘흥행 여부’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나태해지는 것을 겁내며 배우를 “가장 외로운 직업”이라 칭하는 그가 천생 배우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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