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⑨┃육지담, 좌충우돌 꿈의 성장기

2015-08-02 19:25:54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걷고 있는 똑같은 뮤지션일 뿐이라고. 여기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대화를 나눈 아홉 번째 여성 힙합 뮤지션은 래퍼 육지담이다. Mnet ‘쇼미더머니3’ ‘언프리티 랩스타’ 등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 육지담은 최근 여성 보컬 그룹 써니힐의 주비 ‘감성팔이’, 가수 샤넌 ‘사랑X꺼져’ 랩 피처링 참여 및 각종 공연 등을 통해 활발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가 본다.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할 수 있는 랩이 좋았다. 랩을 배울 수 있는 학원까지 찾아 다녀봤지만 아무 곳도 없었다. 방법을 모르니 답답함만 커질 수밖에.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힙합 음악만 계속 찾아 들었다.

방송에서 ‘쇼미더머니2’를 접했다. 래퍼들이 직접 가사를 썼다. 이제껏 몰랐던 그에게는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이후 래퍼 허인창과 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랩을 배우게 됐다. 그리고 육지담은 ‘쇼미더머니3’에 도전했다. 여기까지가 육지담의 힙합 입문 이야기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포기란 없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비난 역시 거셌다. 브라운관 속 자신의 어설픈 모습을 바라보던 육지담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주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승부욕 강한 육지담에게 더 큰 자극이 됐다.

“‘쇼미더머니’ 끝나고 주위에서 힙합 음악을 관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만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게 더 자극이 되던걸요. ‘못 할 거다’는 말을 들을수록 ‘내가 왜 못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독하게 먹고 정말 열심히 했죠.”

이후 ‘언프리티 랩스타’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육지담은 분명 성장해 있었다.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며 육지담은 시청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육지담은 “솔직히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전까지 ‘다시 사람들 앞에 어떻게 설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하지만 결국 잘 해 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달라진 육지담을 기대해

‘언프리티 랩스타’ 이후 자신의 첫 앨범 작업에 한창이라는 육지담은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 한다”고 입을 열었다.

“방송에서 주로 세고 쏘는 랩을 했잖아요. 아무래도 그렇게 강한 모습만 보이다 보니까 제 몸에 배인 것 같아요. 제 스스로도 잘 맞는 것 같고요. 하지만 앞으로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스타일을 보이고 싶어요. 앨앤비 장르에 무드 있고 섹시한 스타일이랄까요. 그루브도 있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게요.”

말하는 입 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육지담은 새로운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라져야만 했다. 방송 활동이 자신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계기임은 분명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안에 머물 수는 없었다.

“제가 성장한 건 사실이지만 방송에서 모습이 육지담의 완전체가 아니잖아요.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많은 분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어요.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를 모두 배제하고 신인 가수 육지담으로서 첫 앨범을 들고 대중 앞에 서길 바라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여성 힙합 뮤지션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조금만 그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으로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 이와 관련해 육지담은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듣는 귀가 많이 좋아졌다. 음악성에 대한 기대감을 만족시키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일단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대등한 기준에서 전혀 손색없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제 앨범이 언제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 노래를 만들고 조금씩 완성해가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크더라고요. 제 색깔도 찾을 수 있고요. 그런 과정에서 제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갖길 바라요. 아직 음악적인 프라이드가 없거든요. (웃음) 내면에서 나오는 프라이드를 갖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가수 윤미래의 ‘검은행복’을 듣고 힙합 음악에 매료됐던 자신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음악을 듣고 누군가 힙합 음악에 매료되는 날을 꿈꿔본다. 육지담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육지담에게 자신만의 매력에 대해 질문했다. 열아홉 특유의 톡톡 튀는 발랄함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만들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덜 성숙한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클지 모르는 모습이 래퍼 육지담의 매력이 아닐까요? (웃음) 어디로 튈지 모르잖아요. 앞으로 육지담의 좌충우돌 성장기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 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진 풍파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보다 맞서 싸우는 모습이 기특할 정도다. 누군가의 말대로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바람이 멎는 건 아니지 않는가. 일단 부딪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육지담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계속해서 성장해가고 있듯 말이다. (사진제공: 육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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