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인터뷰] 무릉도원을 거니는 낭만싱송라, 미스피츠(msftz)

김치윤 기자
2021-05-27 09:44:02
[김치윤 기자] 싱어송라이터 미스피츠의 음악은 이름처럼 흥미로움 그 자체다. 데뷔 싱글 ‘eternity’에서 몽환적 분위기 신스팝 ‘2080’, 딥한 무드의 브릿팝 ‘환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미스피츠는 ‘나는 요즘’ ‘bye bye I finally disappear from your life’로 어쿠스틱한 발라드를 연이어 들려줬다. 그리곤 ‘내게도 색이 칠해진다면 좋겠어’로 복고풍 신스팝 사운드를 들려줬다.
해가 바뀌며 7개월만에 ep ‘antigravity’를 발표한 미스피츠는 또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피아노와 스트링의 클래시컬한 조화가 ‘facetime, face me’, 드라마틱한 구성과 사운드메이킹 강약조절이 환상적인 ‘삼투압’ 등 두 발라드는 결이 무척 달랐다.
데뷔 후 일년간 발표한 7곡에서 엿볼 수 있듯 미스피츠는 어느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아티스트다. ‘이 가수는 어떤 음악을 한다’라고 규정짓고 시작하는 한국 풍토에서는 다소 낯설기도 하다. 그래서 활동명도 맞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내 감정을 전도당하게 만들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맞지 않는다’는 뜻의 ‘misfit’에서 따온 미스피츠(msftz)로 하게 됐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든 곡을 ‘미스피츠’화 시키는 특징이 있다. 특유의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무드다. 그저 편안하게 음악에 나를 맡기면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지다가 끝내 무릉도원에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을 안긴다. 드러내놓고 예술적 욕망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서서히 스며들어 끝내 포근한 환상을 선사하는 미스피츠의 음악은 꽤나 중독성이 강하다.

레드 원피스는 수기, 이너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직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인 듯하면서도, 어떤 곡에서도 미스피츠만의 인장을 새기는 분위기가 있다. 데뷔 500일을 향해 가고 있는 미스피츠 음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항상 어렵다. 어느 하나에 국한되기 싫다. 그렇게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한 장르를 잘해서 하는 게 아닌데, 무슨 장르를 한다고 하면 거기에 대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힘들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곡 중 ‘무인행성’이란 곡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몽롱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중간에 템포가 빨라지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곡을 쓸 당시 심각하게 밤낮이 바뀌어 있었다. 사람과 접촉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문득 ‘지구가 맞나? 사람이 없는 행성에 혼자 사는 게 아닐까’란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곡에 묻어난 듯 하다. 템포가 바뀌는 부분은 당시 한 곡안에 여러 곡이 들어있는 것 같은, 곡 변화가 심한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을 정도로 꽂혀있어서 그렇게 쓰게 됐다.


장르는 달라져도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은 밝으면서 몽환적인 무드가 관통한다. 심지어 여러 이별을 겪고나서 쓴 ‘Bye Bye I Disappear From Your Life’도 사운드는 청량한 느낌이다.
항상 내 방에서 밤에 곡작업을 한다. 같은 환경에서 곡을 쓰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가사는 슬픈데, 분위기는 밝은 곡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거기서 영향을 받은 듯 하다.
‘2080’ 가사가 특이하다. 시간에 흐름에 대한 시선이 낭만적이고 철학적이다.
10대 시절부터 시간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23살 때 유난히 과거사진들이 그리워졌다. 여기에 10대 시절 그리움까지 겹치면서, 시간의 불가항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던 기억을 데뷔곡에 담았다.

데뷔곡 ‘2080’ 뮤직비디오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이 특이하게 대부분 정면을 보고 있다.
옆모습으로 말하면 독백 같은 느낌이 들어 정면으로 했다. 우리 계속 여기 있자는 가사의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다.
‘facetime, face me’ 뮤직비디오 디테일이 흥미로웠다. 빅클로즈업에서 눈 밑에 수정장식, 눈을 초 태우는 병에 담는 장면, 후반부 레드드레스를 입고 여왕이 된 듯한 장면 등 뮤비 전체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1인2역으로 촬영했다. 중후반부까지 어두운 장면에서 나오는 캐릭터 하나, 후반부 빨간 드레스 입고 눈밭에 있는 캐릭터 한 명이다. 눈에 붙인 수정장식은 거울조각이다. 상처입은 사람이란 뜻. 눈물로도 볼 수도 있고. 그 캐릭터가 눈송이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 눈이 녹아 없어지려고 하니 분노하고 밖에서 눈을 퍼오는데, 눈이 녹으니 분노하다가 기절해서 쓰러졌고, 눈의 여왕이 나타나서 치유하는 내용이다. 죽고 천국에 갔다고 해석해도 된다. 개인적으론 곡을 쓰는 감각이 사라질까봐 불안해하는 나를 대입해보기도 했다.

화이트 셔츠, 데님 쇼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게도 색이 칠해진다면 좋겠어’ 뮤직비디오는 스타일리쉬한 영화 같았다. 복고풍 색감, 가사가 나오는 자막스타일, 반전을 이루는 뮤직비디오 스토리라인 등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뮤직비디오 세상이 게임 속 세상이다. 내가 게임 캐릭터고, 다른 여자가 유저다. 게임 속 세상에서 태어나 지내왔는데, 게임 속으로 들어온 유저와 같이 놀수록 점점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는 내용이다. 후반부 같이 놀던 친구가 사라지고 나서 내가 질투에 가득찬 표정을 짓는다. 컴퓨터는 감정들에 대한 사전적 의미와 매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할 수가 없어서 사람을 더욱 흠모하고 부러워한다. 컴퓨터로서 절대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것을 사무치도록 부러워하는 안타까운 감정이다. 스파이크 존스 감독 영화 ‘허(HER, 2003)’를 보고 곡을 썼다. 게임 ‘심즈’도 참고했다.
중학교 때 좋아하는 가수를 보고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곡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이후 프로뮤지션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고등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특이한 행동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이 있다면 직접 참여하지 않고 관찰하고 떠오르는 잔상들을 메모했다. 수업시간이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했다. 계속 그러니까 애들이 궁금해하며 수첩을 보더니 비웃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오글거리는(?) 행동을 이어갔고, 결국 프로작곡가가 됐다.(웃음)
보컬스타일이 독특하다. 테크닉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인상. 어떻게하면 잘 부를까(기교를 과시할까)보다는 어떻게하면 분위기를 잘 표현할까에 집중하는 인상이다. 미스피츠가 보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보컬욕심보다는 작사작곡 욕심이 크다. 노래는 내 곡을 연주, 재현하기 위해 하는 셈이다. 그런데 기왕이면 더 잘하면 좋지않나 싶어서 레슨을 받으려고 한다.
혹시 레슨을 받으면 더 테크니컬해질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니크한, 미스피츠만의 개성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웃음).
자전거 타는 거 한 번 익히면 까먹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몸이 기억하니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곡들이 뚜렷한 형식, 스타일을 추구한다기보단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 더 중점을 둔다는 인상이다. 곡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감정이 들 때 거기에 어울리는 곡이 나오니까.
이신애(본명)와 미스피츠의 간극은 어떤가.
저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영상을 보면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미스피츠는 이신애보다 좀 더 정돈된 이미지로 만들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웃음)
이신애, 미스피츠로서 각각 신념은?
지금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게 살자.

탑, 스커트는 알렉산더 왕, 슈즈는 베가본드
스스로가 가장 멋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좋은 곡을 만들어서 자아도취에 빠졌을 때. 그리고 그 곡이 인정도 받을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 편인지.
확 울어서 풀거나, 아니면 결국 좋은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가장 큰 스트레스자 해소법이기도 하다. 세상 이런 역설이 없다(웃음). 과자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 ‘모던패밀리’를 정주행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소규모라도 공연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 미국이나 남미 등 더운나라로. 중학생 때 태국에서 살았는데, 워낙 기억이 좋아 태국을 포함한 더운 곳을 가고 싶은 것 같다.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헤어: 빗앤붓 하영 실장
메이크업: 빗앤붓 진아 실장
스타일리스트: 황초롱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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