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가요만 남았다' 드라마-영화는 어디로?

2010-01-04 13:50:17

1월3일,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제16회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오후 2시에 공연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이른 오전부터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 앞에 북적였다.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중장년층까지 관객들의 연령대가 무척이나 넓었다는 것.

카라, 포미닛, FT아일랜드, 소녀시대, 샤이니 등의 아이돌 가수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청소년 팬들을 끌어모았으며, 디너쇼 못지않은 화려한 트로트 가수들의 축하무대 덕분에 발걸음이 쉽지 않은 중년층까지 한데 모았다.

그러나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사하지는 못했다. 같은 공간에는 있지만 10대 청소년들은 아이돌 가수에만 열광했고, 중장년층 역시 친근한 트로트 가수들에만 흥미를 보였다. 모두가 즐길 수 있었던 공연은 장윤정과 박현빈의 축하무대에 불과했다.

소녀팬들을 시상식으로 끌어모으는데 일조했던 샤이니는 공연 후반이 되어서야 불참 소식을 알려왔다. 진행을 맡은 김병찬 아나운서가 중국 북경에 가 있던 샤이니가 현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고 전한 것. 전화연결을 통해 샤이니가 죄송한 마음을 전했지만, 이들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던 팬들은 아쉬운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어두운 표정으로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시상식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객석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뜬 것이 10대 팬들뿐만은 아니였다. 장장 4시30분에 달하는 긴 시상식은 관객들을 지치게 했고 결국 아름다운 엔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연장을 찾은 한 중년 여성관객은 “대구에서 올라왔는데 지금 내려가면 밤 12시 안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시상식이 너무 길어 지쳤다”고 털어 놓았다.

축하공연은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오프닝 무대에는 300명의 가수가 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으며, 시상식 중에는 30곡에 가까운 축하곡을 들려주었다. 이 대목은 이번 시상식의 정체성이 헷갈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연예 예술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내막은 ‘트로트 시상식’, '대중가요 시상식'에 가까웠던 것. 몇몇 개그맨과 방송인들이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이들의 숫자는 손가락을 모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희극인상, 최우수프로그램상, TV진행상, 라디오 진행상 등이 있었지만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예술'이라고 칭하는 많은 분야에 대해서는 시상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상의 70% 이상이 가요에 집중되어 있어 '연예 예술상'이라는 이름을 퇴색시켰다.

2010년의 포문을 여는 첫 시상식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 수십 개에 달하는 수상 내역과 수 십 명의 수상자들은 시상식 자체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은 물론, ‘그들만의 잔치’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16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동안 개최된 ‘대한민국 연예 예술상’이 보다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변화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사진 김경일 기자 saky7912@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