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터뷰] 가수로 돌아온 이시연 “트랜스젠더는 OO하다는 편견 깰 것”

김선영 기자
2010-05-12 23:05:56

이시연은 투박한 남자구두를 벗어 던지고 제 발에 예쁜 ‘빨간 구두’를 신겼다. 오랫동안 벽장 속에 잠들어있던 빨간 구두를 신고 ‘여자로서의 삶’을 당당하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가수로 2년 만에 돌아온 이시연. 한때 그는 이대학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사람이었다. 이대학 안에서는 언제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울고 있는 한 여자 ‘이시연’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무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잘 알기에 그는 자기 속의 ‘이시연’을 숨겨왔던 세월이었다.

여자 같은 남자 이대학 “그게 나의 한계였다”

남성이면서 여성복 모델을 설 수 있는 ‘특별한’ 모델로 활동했던 그 시절 이대학은 ‘대리만족’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밖에서 치마를 입거나 여성스러운 아이템을 착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때만은 지금처럼 온전한 여자처럼 지낼 수 있었고 꾹꾹 눌러왔던 욕망들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영화 ‘두사부일체’, ‘색즉시공1’ 등에 출연해 본격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며 ‘이대학으로 살아가는 삶’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여성스러운 남자’로 희화화됐지만 그게 자신의 한계였다.

“그냥 그런 역할만 했다면 더 버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였다. 좋아하는 일이라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숨이 조이는 느낌이 들만큼 너무 힘들었다” 평생 남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 그는 결국 여성이 되고자 결심했다.

“나는 일회성 이슈거리가 아니다”

2008년 초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이시연’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선 그는 욕망을 눌러왔던 시간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또 한 차례 겪어야 했다. 수많은 악성댓글에 시달렸고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했다.

“돌을 던지지 않았을 뿐 가슴에는 칼이 꽂힌 듯 아픈 시간들이었다.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연예계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를 많이 했다. 이제 내가 원하던 삶을 사나보다 하며 행복하게 여겼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2년간의 공백은 그에게 지친 몸과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시연은 다시 가수가 되어 대중들 앞에 다시 섰다. 연예계로 돌아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두렵고 앞으로도 차가운 시선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화제성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며 잃었던 미래나 삶을 되찾고 싶었다”

이시연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이 단단해졌다. 예전에는 그냥 울기만 했다면 이젠 울어도 좋다. 더 울 수 있다는 마음이다. 지금 이 시간만큼 더 가면 나는 더 단단해질 거다. 그 세월만큼 세상도 변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기니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이제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도망치거나 숨지 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엄마의 가슴 아픈 말, 그러나 이게 내 현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이시연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평범한 여자의 삶이 여자가 된 지금도 높은 벽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엄마가 드라마 속 행복한 결혼 장면을 보다 문득 ‘누가 너를 아내로 삼으려 하겠냐’는 말을 했다.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속상했다.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니까” 이시연은 앞으로 더 당당해지려고 한다. 그로 인해 세상이 트랜스젠더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델과 영화배우로 알려졌던 그가 가수로 컴백한 것도 노래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가 변하고 나서 영화로 나온 적은 있지만 그건 캐릭터일 뿐이고 인간 이시연을 보여주는 일이 없었다. 내 삶을, 내 의지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 힘들 때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던 일이 생각이 났다. 이런 부분을 음악에 담아 공감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의 데뷔곡 ‘난 여자가 됐어’에 자전적 이야기보다는 보편적인 이별의 가사를 담은 것도 까닭도 그 때문. “‘너와 내가 별반 다른 게 없구나. 너도 똑같이 사랑을 하고 아픔을 느끼는 여자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내가 성소수자이니 어떠하다’는 부분들을 깨고 싶기도 했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종종 “‘햇살’ 속을 걷고 싶다”고 말하는 이시연에게 지난 20년은 겨울이었다. 어둡고 외로운 섬에 있던 이시연은 이제 ‘햇살’이 비추는 일반적인 삶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나 소외된 마음들이 울타리 쳐진 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개인적으로도 덜 무시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이시연.

동화 ‘빨간 구두’ 속 소녀처럼 가시밭길에서 고통스러운 춤을 춘다해도 이시연은 행복해질 거다. 꼭 그렇게 될 것이다.

한경닷컴 bnt뉴스 김선영 기자 kkoddang@bntnews.co.kr
사진 김경일 기자 saky7912@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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