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16 ‘반박불가’ 화제작, 우릴 잊지 말아요~

2016-12-06 19:00:09

[조양분 기자] ‘화제’는 ‘화제’를 낳는다.

연말이 다가왔다. 얼마 남지 않은 2016, 올 한 해를 불타오르게 만든 작품들이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작품들 중, 드라마-예능-영화에서 유독 2016년을 관통했던 작품들을 선정해 봤다.

앞으로 나열될 세 작품은 국민적인 관심을 차지했던 최고의 화제작. 이름만 들어도 많은 이들이 동감할 그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신드롬 ‘태양의 후예’


시청자들을 잠 못 들게 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올 상반기 KBS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마지막회는 38.8%(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도 입증했다.

‘태양의 후예’가 뜰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스타 작가 김은숙과 김원석의 힘이다. 김원석 작가가 집필한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작 ‘국경없는 의사회’는 김은숙 작가를 만나 ‘태양의 후예’로 재창조됐다. 기존 원작의 재난 중심에서 멜로 위주로, 닥터였던 유시진(송중기)은 특전사 요원으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말 그대로 대박을 낳았다.

또 다른 이유는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합이다. 송중기는 제대 후 첫 작품으로 ‘태양의 후예’를 선택했다. 복귀작인 만큼, 주연을 맡은 송중기에 대한 관심은 곧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송혜교 역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3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었기에 이목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택한 것은 신의 한 수.

송중기는 드라마 방영 전 미소년 같은 외모 덕에 카리스마 넘치는 군인 역에 적합할지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았다. 그러나 이는 곧 환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을 ‘유시진 앓이’에 빠트렸고, 그는 유시진 그 자체였다. 강모연(송혜교)을 향한 직진 사랑, 알파팀 팀장으로서 책임감 넘치는 모습, 거기에 군복을 입어도 가려지지 않는 막강 비주얼까지. 말 그대로 출구 없는 매력이라 칭할 만하다.

송혜교의 복귀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멜로드라마에 강했던 그는 이번에도 여전했다. 극중 송혜교가 연기한 강모연은 ‘멋쁨(멋짐과 예쁨)’이었다. 직업적 신념으로 환자를 살리는 ‘멋진’ 의사였고, 사랑 앞에선 ‘예쁜’ 여자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고, 시청자들을 대리만족 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태양의 후예’의 명대사들도 한 몫 했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그럼 살려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등 수많은 명대사는 심쿵 포인트.

그러나 ‘태양의 후예’도 옥의 티는 피해갈 수 없었다. ‘현실과 맞지 않다’ ‘과도한 PPL이 몰입에 방해가 됐다’ 등의 혹평을 들어야 했던 것. 하지만 이러한 단점보다 드라마의 장점이 더 컸나보다. ‘태양의 후예’는 단순한 멜로드라마를 뛰어넘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 결국 가슴이 기억하는 드라마로 남게 됐다.

#히트제조기 ‘프로듀스101’


올 한해 가장 주목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오아이(I.O.I). 그들의 태생은 어디서부터 일까. 아이오아이라는 그룹의 시작, 거기엔 ‘프로듀스101’이 있었다.

먼저 101명의 소녀들이 등장한다는 것부터 신선했다. 이렇게 수많은 연습생들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경우의 수가 많아 시청자를 취향 저격한 연습생도 가지각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픽 미(PICK ME)’는 ‘프로듀스101’의 메가 히트곡. 입에 착 붙는 노래는 거리에 울려 퍼졌다. 중독성 강한 댄스는 내재돼있던 흥을 폭발시켰다. 가히 올 상반기를 대표한 히트곡이라 할 만하다.

‘프로듀스101’은 연습생들을 A~F 등급으로 구별했다. 그러나 이 점은 너무 가혹하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실력에 따라 등급을 구분 짓는 포맷은 연습생들에겐 가혹했지만 이슈를 모으기엔 적합했다. 이어 엠넷에서 항상 논란거리가 된 ‘악마의 편집’도 역시나 문제였다. 특정 연습생들을 중점적으로 편집해 얼굴을 비추는 것. 상대적으로 화면에 자주 나오지 못한 연습생들은 기회조차 잃을 수밖에.

이후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올해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예능, 광고, 음반 활동 등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브라운관 속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림 걸즈(Dream Girls)’ ‘와타 맨(Whatta man)’ ‘너무너무너무’ 등 많은 히트곡들로 대세 걸그룹 반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젝트 그룹인 만큼, 내년 1월말 쯤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라 팬들의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속상하긴 이르다.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5년 후 다시 재결합할 것”이라며 서로 다짐했다. 5년이란 시간은 짧지 않다. 다시 모일 수 있다는 확답도 못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처럼만 승승장구 한다면, 결코 이루기 힘든 소망만은 아닐 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좀비 영화 본보기 ‘부산행’


‘부산행’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좀비물의 성공 신화를 이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 관객수 1,156만 5,386명을 기록, 역대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중 9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중 2009년 천만관객을 넘은 영화 ‘해운대’ 이후 처음이다.

흥행, 그 중심엔 공유가 있다. 그는 잘 나가는 금융권 펀드매니저 석우로 변신했다. 극중 가족보다는 일을 중요시하는 면모를 보이지만, 재난 속 위기를 맞닥뜨리며 점차 부성애를 표출한다. 석우의 부성애는 마지막 딸을 위한 희생에서 정점을 찍는다.

‘부산행’하면 이 캐릭터를 기억할 거다. 영화 속 독보적 존재감 상화(마동석). 한 눈에 보기에도 우락부락한 외모와 두터운 몸집은 그 모든 이유를 단번에 대변한다. 오죽했으면 관객들 사이에서 ‘맞는 좀비가 더 불쌍하다’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이외에도 성경 역의 정유미, 용석 역의 김의성, 수안 역의 김수안, 여고생 진희 역의 안소희, 야구부 고등학생 영국 역의 최우식, 노숙자 역의 최귀화 등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조합이 영화를 빈틈없이 채워나갔다.

그러나 ‘부산행’도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바로 변칙 개봉 논란의 대상이었던 것. ‘부산행’은 정식 개봉일인 7월20일 전 유료시사회를 15~17일 3일간 진행했다. 3일 동안 총 2,663회 상영, 56만 5,614명의 관객을 누적했다. 주말을 이용한 유료시사회가 ‘부산행’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결국 개봉 첫날부터 87만 2,390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 수 143만 명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부산행’의 기하급수적인 관객 수의 증가에는 변칙 개봉이라는 논란의 이면이 한 몫 더한 셈이다.

‘부산행’ 논란 중 신파적 요소도 자주 언급됐다. 특히 영화 후반부 공유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신파의 절정을 보여줬다. 한국 재난 영화에서 신파적 요소들은 자주 등장하지만, ‘부산행’에서는 뻔하디 뻔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은 앞으로 탄생할 한국형 좀비 영화의 본보기가 될 것이란 점은 틀림없다.

‘태후 신드롬’ 드라마 ‘태양의 후예’, ‘입덕의 아이콘’ 예능 ‘프로듀스101’, ‘한국 좀비물의 돌파구’ 영화 ‘부산행’. 세 작품은 올 한 해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그만큼 ‘화제’와 ‘논란’도 공존하기 마련. 그러나 무엇보다 남달랐다. ‘태양의 후예’는 강렬했고, ‘프로듀스101’은 다양했다. 그리고 ‘부산행’은 새로웠다.

‘제대로’된 작품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중은 앞으로도 당근과 채찍을 날릴 것이다. 그건 새롭게 찾아올 작품과 창작자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닐까. 내년엔 또 어떤 작품들이 우리를 불러 모을지 기대해본다. (사진: bnt뉴스 DB, KBS 홈페이지, 부산행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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