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획인터뷰②] 하휘동-최수진 부부, 10년 후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2017-09-24 17:38:46

[김영재 기자]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하나가 된다.

결혼에 색깔이 있다면 그것은 무슨 색일까. 아마 만인이 떠올리는 것은 신부의 결혼복(服)인 웨딩 드레스로 대표되는 순백일 테다. 이런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반대로 검정 턱시도를 입은 신랑에게 하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전달한다. “이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외치는 주례의 말처럼 신부와 신랑은 이로써 정말 하나가 되어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또 남편이 된다.

하나가 된다는 것. 그 자체가 특별한 일이지만, 하나 되기 전의 두 사람이 특별하다면 그 과정은 타인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비보이(B-boy) 하휘동과 현대 무용가 최수진의 결혼은 대중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Mnet ‘댄싱9’ 시즌1 우승과 더불어 시즌2와 시즌3에서도 활약한 하휘동. 그리고 같은 프로그램의 시즌2와 시즌3에서 활약한 수진 초이(Soojin Choi), 최수진.

‘댄싱9’에서의 소개를 빌리자면 최수진은 “뉴욕 ‘시더 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Cedar Lake Contemporary Ballet Company)’에서 4년 정도 활동하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무용단에 입단”한 무용계의 주목 받는 현대 무용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했고, 졸업과 동시에 뉴욕의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며, 이어 300대 1 경쟁률을 뚫고 발레단의 단원이 된 것. 이후 1인자의 자리를 버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현대 무용을 전도하는 이로서 보다 왕성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무대에 올렸다.

하휘동은, 최수진의 말을 인용하자면 “어느 한 부분이 최고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한 부분은 바로 비보잉(B-boying)이다. 열네 살에 비보잉을 시작해 현재까지 비보이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는 2001년 한국 최초로 세계 대회에 출전해 베스트 쇼(Best Show)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비보이의 세계 대회 최초 출전이자 수상이다. 더불어 그는 2002년 영국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기도. 대한민국 최초 우승 기록이다. ‘댄싱9’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비보이가 된 그는 현재 스트리트 댄스를 넘어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댄싱9’ 시즌2에서 마스터와 참가자로서 시작됐다. 당시 방송에서 ‘수진 초이’가 “선택은 레드윙즈”라고 말할 때 하휘동은 극도의 기쁨을 표출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책으로 쓰자면 복선인 순간이었다. 또한, 그는 최수진의 무대를 보고 “점프할 때 우주에 있는 줄 알았다”라는 말로 그때는 몰랐을 미래 인연의 그랑 점프(Grand Jump)를 칭찬하기도.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현실로 옮겨진다면 주인공은 두 사람이 아닐까. 발레리나가 현대 무용가로 바뀌었을 뿐 하휘동과 최수진은 극적인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에 백년가약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을 bnt뉴스가 만났다. 바쁜 일정 탓에 사진 촬영과 인터뷰는 서둘러 진행됐지만, 두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기획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기획인터뷰①] 신랑 비보이 신부 무용가...‘댄싱9’ 하휘동-최수진 부부
[기획인터뷰②] 하휘동-최수진 부부, 10년 후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Q. 결혼이란 책임감을 앞에 두고 지금 어떤 감상에 젖어있는가? (본 기획은 결혼식 17일 전인 9월6일 진행됐다)

“오빠가 우리의 성장 모습이 담긴 영상을 만들어줬다. 오빠도 나도 춤을 춘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함께하지 않았을 때도, 함께하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앞으로 어떤 춤 인생을 함께 그려갈지 설레기도 하고, 눈물이 났다.”(최수진)

“평소 항상 자주 본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이란 단어가 주는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하휘동)

Q. 8월14일 최수진의 SNS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화제가 되어 ‘댄싱9’을 시청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상견례 직후 찍은 사진이기에 묻고 싶다. 서로의 부모님은 내 딸의 배우자, 내 아들의 배우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 가족은 연애 때부터 오빠의 존재를 알고 계셨다. 하지만 결혼할 사람이라는 위치까지는 생각을 안 하신 듯하다. 오빠와의 결혼을 결심한 이후에 어머니는 오빠 편을 들어주고, 아버지는 오빠가 예전보다 더 젊어 보인다고 칭찬하셨다. ‘이제 보니 서로 닮은 것 같다고, 천생연분 같다’라고 말씀하기도 하셨다.”(최수진)

“(최)수진이가 나보다 우리 가족들에게 연락도 자주 하고, 잘해드린다. 부담스러울 정도다. 우리 가족은 수진이를 최고의 신부라고 칭찬한다. 내가 복이 많다고 했다.”(하휘동)

Q.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 업)’의 힘듦이 두 사람 앞에 다가오고 있다.

“스몰 웨딩이 생각을 덜하고 준비를 덜 하는 것이 아니더라.”(최수진)

“이번에 느꼈지만 결혼식은 규모가 작든 크든 손이 많이 가고 힘들다.”(하휘동)


Q. 결혼식에서 꿈꾸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누군가는 화려한 드레스를, 누군가는 성대한 잔치를 꿈꾼다. 일생 단 한 번뿐인 시간이기에 사람은 누구나 결혼에 로망을 투영한다. 그리고 잔치의 주체가 하휘동과 최수진이라면 로망은 더욱 특별할 듯하다.

“결혼식은 정말 심플하게 꾸미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하게 하고 싶다.”(최수진)

“결혼식은 형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한다면 결혼식 자체보다 결혼식 이후에 어떤 삶을 꾸려갈 것인지에 대한 로망이 컸다.”(하휘동)

Q. 웨딩 주얼리는 무엇으로 결정했는가? 보통의 다른 부부처럼 예비 아내의 취향이 반영됐을 수도, 아니면 각자의 취향 모두가 투영됐을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부모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질문이 가장 궁금한 부분일 테다.

“다른 사람들도 다하는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이것저것 디자인을 그려보기도 했다. 고민 중 디자이너 분을 직접 만났다. 함께 상의하고, 미리 디자인된 반지를 골라 보석 위치를 원하는 대로 재배치했다. 평소 춤출 때 액세서리를 자주 안 한다. 그런데 이번 반지는 목걸이 줄을 하나 더 만들어서 목에 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고 신기한 것은 목에 걸었을 때 반지 모양이 의도치 않게 숫자 9를 상징하더라. 다들 웃으면서 하늘이 인정한 ‘댄싱9’이 만들어준 인연이라며, 운명적 반지를 만났다고 웃었다. 오빠도 일반적 결혼 반지 디자인이 아니라서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했다.”(최수진)

Q. 댄서와 댄서가 만났다. 결혼 이후에 이런 배경 위로 쌓아 올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예를 들어 공연예술가 팝핀현준은 배우자인 국악인 박애리와 함께 이종(異種)이 결합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어떤 그림이 될지 아직 모르겠다. 우선 12월에 함께 할 공연을 준비 중이다.”(하휘동)


Q. 이른 질문이지만, 나중에 2세를 낳았을 때 발레와 비보잉 그리고 현대 무용 중 어느 쪽을 배웠으면 하는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 어떤 것이든 모두 좋다.”(최수진)

“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한다면 우리가 안 해본 예술을 했으면 한다.”(하휘동)

Q. 결혼하면 더 이상 그냥 하휘동, 그냥 최수진이 아닌 최수진의 남편 하휘동, 하휘동의 아내 최수진이란 소개가 추가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많을 테다. 서로에게 어떤 배우자가 되고 싶은지 듣고 싶다.

“현명하고, 똑 부러지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고 싶다.”(최수진)

“(최)수진이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 되고 싶다.”(하휘동)

Q. 이상적인 부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어떤 부부가 되고 싶나? 같지만 다를 수 있는 두 가지의 질문이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부부가 이상적 부부라고 생각한다. 항상 함께하는 든든한 관계가 되고 싶다.”(최수진)

“사랑이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 부부의 모습 아닐까.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그럼에도 그 변하는 모습까지 품어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되고 싶다.”(하휘동)


Q. 맞다. 사람은 변한다. 그리고 사랑도 변한다. 10년 후 하휘동-최수진 부부는 지금과 결이 다른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의 변화는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한다. 열정적이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더 끈끈히 하나가 됐을 10년 후의 두 사람에게 지금의 두 사람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래의 하휘동과 최수진에게 전달 부탁한다.

“결혼 전 벌써 많은 경험을 한 우리가 이제 드디어 결혼을 한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오빠를 더 아끼고 챙겨주고 싶었다. 오빠를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생각을 10년 후에도 잊지 않고, 오빠를 더 존경하고 사랑하길 바란다.”(최수진)

“같은 업(業)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발전하고 자란 우리가 이제 하나가 된다. 서로를 빛나게 밝혀줄 수 있는 사랑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하휘동)

-편집자 주- 하휘동과 최수진, 두 사람은 오늘(23일) 낮 12시 서울 모 처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달 앞둔 8월22일이었다. 어느 결혼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이들의 결혼은 보다 특별한 느낌이었다. 물론 정식으로 웨딩사진을 따로 촬영하겠지만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미리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춤꾼'들 각자의 몸짓을 담아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만나 또 다른 하나의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촬영 당일을 회상해보면, 둘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별빛들이 쉼 없이 반짝였다. 더 없이 따뜻했던 공간이었고, 시간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걸어날 모든 시간들을 축복한다.

기획/진행: 김강유
인터뷰: 김영재 기자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이슬기 디렉터
의상: 타우컴퍼니, 타우테일러(턱시도), 모스트 드레스 스튜디오(드레스, 화관)
헤어: 박호준헤어 최철중 원장(하휘동), 나미에 원장(최수진)
메이크업: 뷰티르샤 문하나 아티스트
장소: bnt스튜디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