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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훈 셰프 “오너 셰프? 오케스트라 지휘자, 주방-홀-직원간 3박자 이끌어야 해”

2019-01-31 16:05:37

[이혜정 기자] 쿡방이 유행하며 셰프들의 매체 진출이 인기를 끌었고 높은 인기 탓에 금방 열기가 식으리라 예상한 이들이 무색하게 아직 그 기세가 여전하다. 다양한 셰프들의 레시피와 그들의 요리실력, 말솜씨로 여전히 방송계에서는 쿡방이 대세다.

그중에서도 쿡방의 인기를 진두지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자 이재훈 셰프. 일명 서촌 아이돌로 불리며 서촌에서만 3개의 레스토랑은 물론 거제도에 2개, 총 5개의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로 음식과 경영 모두를 지휘 중이다.

요리와 경영은 물론 강의, 방송, 메뉴 개발까지. 이재훈 셰프가 걸어가는 길, 걸어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오너 셰프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요리 소신을 표현하던 그와 명품 주방 조리 도구 브랜드 블랙큐브코리아의 쿡셀 프라이팬의 컬래버레이션 화보 현장에서는 그의 열정과 노력이 물씬 묻어났다.

Q. 근황

“먼저 작년에 결혼한 게 개인적으로는 큰 변화였고 작년 10월쯤에는 거제도에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그래서 거제와 서촌의 내 레스토랑들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최근엔 JTBC ‘알짜왕’이라는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돼서 또 시청자분들을 만나 뵙게 될 예정이다. 매주 두 번 정도는 LG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륨에서 VIP를 상대로 강연도 한다. 그 외에 학교나 기업 행사도 진행 중이다. 모두 재미있는 일이다”

Q. 요리 시작 계기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있었던 게 어머니가 대학에서 가정을 전공하셨다. 자연스럽게 집에 요리책이 많았는데 그래서 요리책을 마치 동화책처럼 보면서 꿈의 나래를 펼쳤던 것 같다. 그러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을 키웠는데 사실 집안 사정이 별로 안 좋았다. 그래서 뭔가 요리를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유학길에 오른다는 걸 막연하게만 생각하다가 27살쯤에 요리를 계속할 거면 본고장에 가서 좀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궁금증도 컸고 내 실력에 대해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까지 벌어 둔 돈을 다 투자해서 유학길에 올랐고 그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

Q. 한국을 떠난 타국에서 요리를 배우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사실 나에겐 즐거움이 더 컸다. 참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유학 갈 비용을 마련한다는 게 집안 사정상 어려웠을 뿐이지 유학 생활 자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같이 공부를 했던 친구 중에는 여러 불평불만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자체가 매일매일 행복했다”

Q. 까델루뽀를 비롯해 5개 레스토랑의 오너셰프. 각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바가 다를 것 같은데

“서촌에 까델루뽀를 포함해서 3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고 거제도에 2개가 더 있다. 총 5개를 운영 중이다. 까델루뽀 같은 경우는 운영한 지 만으로 8년 정도 됐다. 계절마다 바뀌는 이탈리아 정찬을 소개하는 자리고 비스트로 친친 같은 경우는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안 식당. 에노테카 친친은 내 두 번째 가게였는데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해도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가격대가 부담 없는 콘셉트. 거제도에서 전개 중인 레스토랑의 경우 거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지 않나. 그래서 레스토랑 이름도 오스테리아 사르데냐인데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이름인 사르데냐에서 떼왔다. 해산물 요리를 전문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하는 중이고 바 마요르카 같은 경우는 굉장히 좋은 뷰를 만들어서 음료와 와인 등 간단한 주류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Bar다”

Q. 오너 셰프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셰프와 오너 셰프의 역할은 완전 다르다고 생각한다. 요리와 경영은 다른 거니까. 주인 의식은 주인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레스토랑에서 보이는 어떤 흐트러진 부분이 내 눈에만 보인다(웃음). 그런 디테일한 것들이 손님들에게 쌓이고 쌓여 감동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배웠던 것은 작은 디테일을 잡아야 좋은 레스토랑이라는 것. 디테일을 잘 캐치해서 완벽함을 도모하는 게 오너 셰프에게 있어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오너 셰프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요리뿐만 아니라 홀과의 유대 관계, 손님 케어를 넘어서서 요즘에는 SNS 관리까지 이루어져야 하니까.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게 유지를 해야 하고”

Q. 셰프들의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는 중인데. 이런 변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나 역시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 외에 많은 일을 하고 있고 셰프들의 그런 다양한 활동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셰프라는 작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매장에서 일을 열심히 해서 인센티브를 얻는 것,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나도 다음 달부터는 기업과 메뉴 기획 같은 일도 추진 중이다. 셰프들이 여러 분야로 진출하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각 셰프마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완전 요리에만 매진하고 집중하는 사람이 있고 방송 출연이 잘 맞는 사람도 있고 또 나처럼 경영에 흥미가 있 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다”

Q. 레스토랑 운영에 이어 다양한 활동까지 이어가는 중. 최근 본인에게 가장 흥미로운 활동은 어떤 것

“다음 달부터 동남아시아에 가서 CJ와 함께 협업으로 메뉴 기획을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베트남 현지 내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드는 거다. 내가 만든 메뉴를 상품화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푠데 기대되는 일이다. 이런 새로운 프로젝트가 참 설렌다”


Q. 본인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추구하는 점은. 어떤 걸 고객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은지

“요즘 SNS가 발달하면서 일회성으로 무슨 동 맛집이라고 해서 인기를 얻었다가 또 반짝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내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최근에 오픈한 거제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5년 이상씩 됐다. 내가 가게를 오래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 손님을 나라고 생각하고, 손님들이 우리 레스토랑에 왔을 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온 것 같다. 사실 음식과 맛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한계나 평균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맛은 기본이고 그 외에 손님에 대한 걸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작은 거 하나하나를 손님 편에서 생각한다는 것. 그런 느낌을 드리고 싶다”

“직원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요리를 만들고 내놓는 게 직원들에겐 일상이지만 사실 손님들에겐 평생 한 번 있을 수 있는 이벤트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러니까 마음가짐을 좀 달리하고 임하자고 말하는 편이다”

Q.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 출연으로 일약 스타 셰프 반열에 확고히 들어섰다. 방송 출연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서촌에서 아무래도 가게를 여러 개 하고 있었다 보니까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다. 운영하는 가게의 콘셉트도 다 달랐다 보니까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냉부해 촬영을 시작하고 한 20회 정도 촬영을 한 것 같다. 방송은 40주 정도 나간 것 같고. 8명의 셰프가 대결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일명 난다, 긴다고 하는 셰프들을 모아놓은 대결의 장 아닌가. 아무리 승부가 게스트의 주관적인 결과라 하더라도 이기고 지는 거로 나뉘고 평가받는 거다 보니까 사실 힘들긴 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1위부터 8위까지 매기는 건데 어떻게 스트레스가 없겠나(웃음)”

Q. ‘냉부해’ 촬영 중 에피소드

“음식이라는 게 주관적인 느낌이다 보니까 한 번은 내가 5번인가 6번 정도를 내리 진 적이 있다. 그때는 방송 출연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 그러던 차에 재충전 겸 가족들과 태국 여행을 갔다 왔는데 그 후에 김숙 씨 편 촬영을 하게 됐다. 김숙 씨가 마침 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셔서 태국에서 내가 먹었던 메뉴를 조합해서 선보였는데 그래서 이겼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방송에서 울었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승패를 떠나서 방송을 좀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Q. 어떤 셰프와의 대결이 좀 부담스럽던가

“아무래도 같은 이탈리안 분야에 있는 셰프와 대결할 때가 더 힘들다. 샘 킴 셰프랑 할 때 유독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제작진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는지 샘킴 셰프와 대결을 많이 했었다. 어려운 기억이 있다”

Q. 요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요리 시작한 지 17년 정도 됐는데 가게를 7개 정도 경영했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첫 가게가 굉장히 잘 됐고 2번째 가게도 잘 됐다. 3번째 가게까지 잘 되니까 순간 너무 들떴던 것 같다. 4번째까지 성공하니까 주변에서도 거의 나를 신봉하고(웃음) 여러 매체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하다 보니까 내 능력을 넘어서 좀 오버 페이스를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메르스가 오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생기면서 좀 힘들었다. 그래도 다 놓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으니 힘들었지만 잘 버텨내 온 것 같다”

Q. 반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기본적으로 2달에서 3달마다 신메뉴를 개발해서 손님들께 내놓는데 그런 새로운 시도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와이프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줄 때도 행복을 느끼고(웃음)”

Q. 신메뉴를 개발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

“이번 달 요리 중의 하나는 거제도 밤바다를 보면서 느낀 감정을 음식으로 풀어냈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와이프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면서도 영감을 얻는다”

“음식이라는 게 헤어진 여자친구의 이름은 기억인 나지 않아도 그 사람과 먹었던 음식은 기억에 남더라(웃음). 내가 만드는 음식들은 단순히 음식이라기보다는 흩어져 있던 추억의 조각들을 모아서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 같다”


Q. 음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단순한 거. 맛있고 쉽게 할 수 있는 것. 난 어렵게 요리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게 맛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기만족을 위한 음식은 지양하는 편이다. 요리 서커스 대회가 아니고 직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

Q. 조리도구를 선택할 때도 꼼꼼하게 따져볼 것 같은데

“일단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선택하려고 하는 편이다. 요리사들이 어지간하면 한 번 사용했던 도구를 잘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엔 워낙 좋은 도구들이 많이 나와서 여러 가지를 좀 접목해 보려고 하는 편이다”

Q. 쿡셀 프라이팬을 평한다면

“일단은 그립감이 참 좋다. 보통 요리를 할 때 도구는 가만히 두고 음식 자체를 뒤집는 경우가 많은데 나나 셰프들의 경우 프라이팬 자체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프라이팬 무게감이 너무 있거나 그립감이 좋지 않으면 손이나 손목에 피로감이 쌓이게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디자인적인 면도 굉장히 예쁘고. 그냥 보기만 해도 코팅력이 우수한 게 눈에 보여서 좋다”

Q.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화려한 것만 쫓아선 안 될 것 같다. 방송에 나오고 화보를 찍고 잡지에 소개되고 하는 이런 셰프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30명 이내다. 반면 조리 과에서 셰프를 꿈꾸는 이들이 대략 5, 60만 명 정도 된다. 이런 사람들이 모두 스타 셰프를 꿈꾸고 유명해지길 바라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무언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리사가 요리를 잘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걸 가꿔나가야 할 것 같다

“사교적인 것도 매력이 될 수 있다. 사람을 잘 모을 수 있는 것. 외모를 잘 가꾸고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어떤 셰프의 매력이 될 수 있는 거고. 그런 한 사람의 매력이 커져 음식으로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샤프한 사람의 음식은 샤프할 수밖에 없다. 투박한 셰프들의 경우 역시 음식도 그렇고. 셰프 그 자체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Q. 다른 셰프들과 차별화되는 이재훈만의 강점은

“음식의 맛은 기본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떻게 내가 포장돼서 예쁘게 보일지에 관심이 있고 그걸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포장지가 여러 가지가 있지 않나. 셰프의 외모나 패션도 한 축이 될 수 있고 테이블 위에 꽃장식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나는 꽃도 배웠었다(웃음). 가게에 흘러나오는 음악과 벽에 걸린 그림도 포장지의 하나가 되는 거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셰프라는 것이 나만의 강점 아닐까”

Q. 앞으로 목표

“건강하면서 나태한 삶을 살고 싶다(웃음). 사실 나태한 삶을 살려면 살아가기 위한 금전적인 부분이 준비돼야 하지 않나. 가족들과 좋은 것도 많이 먹고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에디터: 이혜정
포토: 이동훈
의상: 에스티코
프라이팬: 쿡셀(Cookcell)
헤어: 미즈노블 성자 실장
메이크업: 미즈노블 안병숙 원장
장소: 까델루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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