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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가을의 행복한 가을동화

2019-10-30 14:48:16

[정혜원 기자] 앳된 외모가 어엿한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드는 그녀, 유튜버 추가을. 걸 그룹 출신임을 증명하는 듯한 상큼한 외모와 털털함으로 남심을 사로잡던 ‘리니지 여신’에서 이제는 유튜브 채널 ‘가을동화’로 아들과 함께하는 잔잔한 일상을 그려가는 중이다.

추가을의 경력은 특별하다. ‘만인의 연인’ 아이돌에서 ‘하늘의 꽃’으로 불리는 승무원, 거기에 은행원부터 게임 방송 진행자까지. 남들이 쉽게 이루지 못할 다양한 이력을 20대 중반의 나이로 이미 경험한 그의 삶은 어쩌면 동화보다 더 동화 같다. 이런 화려한 경력들을 뒤로하고 한 사람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 정착한 그는 지금 더없이 만족스러워 보인다.

이제 7개월이 지난 아들과 함께 그가 보여주는 일상들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해 보인다. 아마 진정한 행복이란 이렇게 작고 소중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추가을이 그려가는 그녀만의 동화 같은 삶. 그 행복한 이야기를 bnt가 만나봤다.

Q. 화보 소감

“사실 예전엔 화보 촬영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그땐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부담이 커 많이 떨렸었다. 이제는 예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게 더 좋은 것 같다. 전처럼 얼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콘셉트는 내가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이라 더 익숙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육아와 유튜브 방송을 열심히 병행하고 있다. 원래는 게임 전문 방송을 2년 정도 진행했고, 육아 방송을 시작한 지는 4개월 정도 됐다. 임신과 육아로 한동안 쉬고 있던 게임 방송도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Q.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

“남편의 권유로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 원래는 게임에 관심도 없고, 잘 몰랐다. 남편 직업이 펀드매니저라 엔씨소프트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회사에서 나온 ‘리니지M’이라는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직접 해봐야 어떤지 아니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 ‘추가을’도 그때 만든 아이디를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다. ‘가을’은 키우던 강아지 이름에서 따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결국 게임 방송까지 접하게 됐다. 지켜보던 남편이 나도 방송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고민 끝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반응이 좋았다”

“육아 방송은 출산 후 아들과 함께 하는 평범한 일상을 남기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나중에 아들이 크면 ‘너 이렇게 자랐다’ 하며 보여 주고 싶다. 매번 일상만 올리면 지루하니까 소소한 육아 팁 등을 같이 올리고 있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게임 방송에서 육아 방송으로 전향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 육아 방송으로 전향하고 남성 구독자들이 5,000명 정도 줄었다가 다시 여성분들로 채워졌다. 게임 콘텐츠 특성상 기존 구독자의 경우 30~40대 남성이 99%였는데, 육아 방송으로 전향하고부터는 20~30대 여성이 99%가 됐다. 분위기가 완전히 정 반대가 됐다(웃음)”

Q. 결혼과 출산으로 남성 팬들의 실망이 컸을 것 같다

“사실 출산 후 다시 방송을 시작하면서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진짜 팬분들은 오히려 더 좋아해 주셨다. 축하해주시는 팬이 너무 많아서 나도 놀랐다. 복귀 방송 이후 ‘나는 이제 가을이 팬 아니고 온준이 팬’이라면서 아기 선물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팬들은 나를 여자라기보다는 여동생처럼 여겨주시는 것 같다. 방송 분위기도 워낙 건전했고, 내 성격 자체가 털털한 편이기도 해서. ‘리니지 여신’ 같은 별명도 들어 본 적은 있는데, 진짜 내 팬들은 나를 그냥 ‘빵떡이’라고 부른다(웃음)”

Q. 방송할 때 악플은 없나

“게임 방송 진행할 때는 엄청 많았다. 실제로 악플러를 고소한 적도 있다. 사실 게임 특성상 현금을 많이 쓰면 이기는 게임이다. 일명 ‘현질’(웃음). 내가 게임을 잘 한다기보다는 당시 돈을 좀 많이 투자해서 내 캐릭터가 당시 서버에서 1등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게임 유저들이 연령층도 나보다 높고 대부분 남자분들이 많은데 간혹 자신들보다 어린 여자애가 레벨이 높거나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거나 하면 자존심 상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Q. 어린 나이에 육아하는 게 힘들진 않나

“육아는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 힘들다(웃음). 누군가가 나에게 ‘육아할래? 일할래?’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일한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아기가 신생아시기에는 잠을 거의 못 자서 괴로웠다. 2시간마다 깨는 생활을 2달 동안 반복하다 보니 사람이 많이 예민해진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 SNS 등에서 친구들이 놀러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아기가 점점 커서 오 개월 정도 지나고부터는 차차 괜찮아졌다. 날 보며 웃어줄 때, 그런 사소한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서. 그때부턴 ‘내가 가진 게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엄마가 된 이후로 정말 많은 것이 변했다. 예전에는 나만 생각하면 되니까 모든 걸 내 중심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보다 아기랑 남편이 먼저 생각난다. 더 배려할 수 있는 부분, 포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달까.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는 친구지만, 꼭 언니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됐다”

Q. 추가을만의 육아 꿀팁

“너무 많지만, 우선 육아하시는 분들이 공통으로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아기를 더 오래 재울까’일 것이다. 보통 ‘통잠’을 재운다고 한다. 나만의 간단한 팁을 하나 드리자면 때로는 적절한 무관심도 필요하다는 것. 보통 아이가 자다가 울거나 뒤척이면 엄마들은 못 참고 바로 달려가서 안아주는데, 이런 습관이 아이가 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조금 지켜봐 주면 금세 혼자서도 잘 잔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 많이 있다. 자세한 건 유튜브에서 확인하시라(웃음)”

Q. 아기 이름이 온준이다. 이름 뜻은 어떻게 되나

“따뜻할 온, 준할 준을 쓴다. 따뜻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나중에 자라서 어떤 직업을 가지던 그런 건 크게 상관없다. 밝고 긍정적으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Q. 20대 초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결혼을 좀 일찍 한 편이라 처음에는 ‘혹시 사고 쳤니’하는 식의 오해를 좀 받았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다(웃음). 남편과는 연애하는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을 정도로 성격부터 모든 게 잘 맞았다. 이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재밌게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남편과 나이 차가 있어 결혼을 앞두고 집에서 반대가 정말 심했는데, ‘나 왠지 이 사람이랑 결혼 안 하면 평생 안 할 것 같다’는 말로 설득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가 ‘왠지 정말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결혼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상대방이 주는 확신이 기반이 되는 것 같다. 물론 타이밍도 중요하고. 결혼을 고려할 당시에 시기적으로 나도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지금의 남편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

“밝히기 조금 쑥스럽지만, 우연히 카페에서 연락처를 받게 됐다. 보기와 다르게 워낙 ‘집순이’ 성향이라 절대 밖에서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편이 아닌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운명이지 않았을까. 우여곡절 끝에 가진 첫 만남에 남편이 소고기를 사줘서 연애를 결심하게 됐다(웃음). 처음에 남편이 너무 동안이라 구체적으로 나이를 물어보진 않았다. 그냥 한 28살 정도 되겠거니 하고 그 정도 되시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웃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12살 연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나이를 듣고 안심이 됐다. 그동안 만나오면서 28살 치고 이뤄놓은 게 많아 보여서 좀 이상한 일 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는데(웃음)”


Q. 원래는 아이돌로 활동했었다고

“원래 뮤지컬이나 콘서트 같은 공연 보는 걸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걸 그룹 ‘에이핑크’ 무대를 보다가 ‘나도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 ‘써스포’(SUS4)라는 그룹이었는데, 팀 이름은 기타 코드 이름에서 따왔다. 음악 하는 대학생의 이미지, 감성 이런 취지였는데, 잘 안됐다(웃음). 그러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 팀이 해체됐다”

Q. 그 이후 경력도 특이한데

“무대에서 내려오니 아이돌 하기엔 나이가 많아서 부모님 추천으로 항공사 면접을 보게 됐다. 운 좋게 티웨이 항공에 한 번에 합격해 육 개월 정도 근무했는데, 여자가 많은 조직 특유의 환경이 내겐 좀 힘들었다. 좀 더 성숙하고 안정적인 집단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주변인들 권유로 은행에 지원해 또 한 번에 합격했다. 그렇게 대구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남편의 추천으로 게임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방송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잘된 거다. 당시 수익은 은행 직원 월급에 열 배 정도 벌었다. 그래서 방송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은행을 그만뒀다. 물론 지금은 은행 다니던 것보다 못 벌 수도 있다(웃음)”

Q. 프리패스 상인가보다. 인상이 무척 좋은데 혹시 닮았다고 들어본 연예인이 있나

“많긴 한데, 말하면 욕먹을 것 같다. 배우 김유정, 문채원, 이유비, 신민아… 욕먹을 것 같다(웃음)”

Q. 몸매관리나 피부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필라테스를 오 년 정도 꾸준히 했다. 운동이 너무 재밌어서 한때는 필라테스 강사를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피부관리는 따로 피부과를 다니진 않지만, 홈케어를 열심히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팩을 꼭 한다거나. 아기를 키우다 보니 화장을 자주 못 해서 점점 관심이 없어졌다”

Q. 다른 자주 보는 방송은 없나

“요즘에는 ‘먹방’ 채널을 종종 본다. 너무 먹음직스럽게 먹는 것 같다. 유튜버 ‘문복희’의 문복희 Eat with Boki’에서 ‘한 입만’ 영상을 즐겨보는데, 내가 입이 커서 그런지 한번 따라 해보고 싶다(웃음)”

Q. 방송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

“아무래도 요즘은 내가 알려드린 육아 팁을 들은 구독자님들로부터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 ‘나도 해봤는데 정말 괜찮더라’ 이런 댓글을 볼 때. 종종 방송을 통해 육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템들을 소개해드리곤 하는데, 육아에 관련된 일인 만큼 꼭 제대로 된 제품만 보여드린다. 나도 엄마다 보니 엄마들의 마음을 알지 않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쁜 게 있으면 큰일 난다. 꼭 내가 사용해 보고 정말 괜찮다, 편리하다 싶은 제품만 추천해 드리고 있다”

Q. 추가을에게 방송이란

“나에게는 뭔가 삶의 일부 같은 느낌이다. 육아 초반에 스트레스로 남편과 자주 싸웠다. 결혼을 일찍 한 편이라 아무래도 친구들을 자주 만나기도 힘들고, 털어놓을 곳이 없더라. 내가 속으로 잘 삭이지 못하는 성격이라 힘든 부분들은 말로 풀어야 하는데, 말할 곳이 없으니 밤마다 혼자 울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소통하면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 같은 편안함을 많이 느꼈다. 이렇게 친구 같은 느낌으로 항상 곁에 있어 주신 구독자분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고, 앞으로도 이렇게 즐겁게 소통해나갔으면 좋겠다”

Q. 2세 계획은 없나

“있다. 온준이가 돌 지난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 한다(웃음)”

에디터: 정혜원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블리다
주얼리: 위드란(WITHLAN)
슈즈: 르크로마키
백: 토툼(TOTUM)
헤어: 미즈노블 하경혜 원장
메이크업: 미즈노블 안병숙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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