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fe

[인터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

2019-12-11 12:12:51

[정혜원 기자] 1948년부터 CCF 한국지부로 시작해 70년간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내외 어린이들이 다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950년 6.25전쟁 고아 집중 구호 사업을 진행한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동들의 생존, 보호 및 발달 지원, 권리 옹호를 위해 애드보커시, 모금사업, 연구조사 등을 폭넓게 실시하며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아동옹호대표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이끌어 온 이제훈 회장. 2001년부터 어린이재단 이사로 활동하다 2010년에 회장으로 선출되어 오랜 봉사의 삶을 이어온 그는 신문사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한 언론인 출신이다. 언론인으로서 사회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대변하던 그가 우리가 지나치는 세상의 사각지대, 그 어두운 그늘을 밝히기 위해 구호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어쩌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지금은 이런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활짝 펼쳐진 우산처럼 세상 모든 어린이들을 감싸 안기 위해, 우산대처럼 묵묵히 아이들의 기둥이 되어주는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Q.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대한 소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올해로 7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8년 설립된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CCF, Christian Children’s Fund, 이하 CCF) 한국지부가 그 모태다. 당시 한국의 열악한 아동복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CCF는 특히 1950년대 6.25 전쟁 발발로 생겨난 전쟁고아들을 위해 집중적인 구호 활동을 펼쳐, 196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약 3 만명의 아이들을 도왔다. 이후 1986년도에 CCF가 철수하면서부터는 민간 복지재단으로서 독자적인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재단에서 한국복지재단으로, 또다시 어린이재단으로 두세 차례 명칭이 바뀌었으나 2010년 4월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Q. ‘초록우산’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초록우산의 초록색은 아이들과 같은 어린 생명을 상징하고, 우산은 이러한 어린 생명들을 비, 바람을 막아주는 보호의 의미가 있다. 또한 우산을 펼치는 모습은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모습을, 우산대는 아이들을 지지해준다는 복합적인 의미도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는 어린이재단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Q.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난, 질병, 재난 피해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돕는 것. 정부가 미처 하지 못 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환경을 개선해 주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등의 애드보커시 활동(생각, 노선, 신념 등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옹호)을 주로 하고 있다”

Q. 그동안 재단에서 진행했던 캠페인 및 현재 진행 중인 활동 소개

“현재 어린이재단에서 직, 간접적으로 돕고 있는 아동의 수는 국내외로 약 100만 명이 넘는다. 후원하고 있는 아동의 수는 국내에 약 3만 명, 해외에 약 2만 5천 명에 이르고, 빈곤 아동을 돕는 일로 시작해 아동들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아동 옹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면 아동성범죄의 공소 시효를 없애는 법령 개정, 아이들의 교통안전 문제를 위해 학교 앞에서 자동차 속도를 줄이자는 취지의 ‘옐로우카펫’ 캠페인과 ‘통학로 금연 캠페인’ 등이 진행됐고, 이 외에도 아동 학대 예방 캠페인이나 이에 따른 부모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장애아동이나 취약 계층을 위한 사업으로는 경기도 광주에 약 200명 가까이 중증 장애 아동들이 거주하는 ‘한사랑 마을’과 그들의 교육 시설인 ‘한사랑 학교’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권리 실태와 현주소를 파악하고 일부 언론에 보도하는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과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공시설 등을 건설하는 아동 친화적인 도시 설계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Q. 2019년 가장 주력해온 사업은?

“조사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0.98%로 세계 최하위권, 초 저출산 범위에 포함된다. 국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지고 대처를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사랑의 교회, 조선일보와 연대해 저출산 극복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이런 캠페인은 단기적으로 끝낼 문제가 아닌 만큼, 2020년에도 지속적으로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다”

Q. 해외 지원 활동 및 계획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미국이나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의 어린이재단이 소속된 국제어린이재단연맹 Childfund Aliance의 가맹단체다.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은 2015년 ‘모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Free From Violence’ 캠페인을 전개, 157개국 68만 명의 서명을 받아 UN에 전달하여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에 ‘아동보호’의제를 포함시키는 큰 결과를 이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환경, 기후 변화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환경 악화를 예방하자는 캠페인 역시 전 세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내외로 진행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을 포함한 27개국의 아이들을 돕고 있다. 아동 조기 결혼, 아동 노동 개선 등 해외 아동들의 권리를 향상하기 위한 일들에 역점을 두고 또한 열악한 교육 시설 개선, 식수 공급, 지역 개발 등을 통한 환경 개선 등을 위한 지원 역시 아끼지 않고 있다”

Q.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경우, 특히 아동 교육 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보인다

“요즘은 아이들이 형제, 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사회가 되어가다 보니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출산, 저출생 문제는 한국의 큰 국정과제이기도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 발달 과정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을 키워주기 위해 벌이고 있는 ‘감사 편지 쓰기’ 캠페인은 올해에 참여한 아동수가 초중고를 통틀어 15만 명이 넘었다”

“아이들이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재능을 키워주려면 무엇보다 부모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아동을 존중하는 교육, 인재 양성 사업으로 ‘아이리더’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내가 리더’이자 ‘아이들의 리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체능에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확인해 특별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일 년에 천만 원 범위까지 지원 가능하며 현재 약 250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포기할 뻔했던 박상영 선수가 재단의 후원으로 2016년 리오올림픽 펜싱 경기 금메달을 획득하거나 2018년 아시안 올림픽에서 강민성 선수가 태권도 경기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또 가정환경으로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지원으로 일류 대학에 진학하게 하거나, 선천적 장애가 있는 아동의 피아노 교육을 지원한 것 등 수많은 사례들이 기억에 남는다”

Q. 재단의 장, 단기적 관점에서의 향후 목표

“어린이재단의 존재 이유에 대해 늘 생각한다. 어린이재단이 필요한 궁극적인 이유는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 일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항상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이다. 또 아동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각종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이 무척 높다. 또 아이들의 행복 지수가 OECD 최하위 수준으로, 가출이나 청소년 범죄 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불행한 원인은 바로 성적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요즘은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출세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이들의 재능을 올바르게 키워줄 수 있도록, 부모들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제대로 뛰어놀 시간이나 공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재단에서는 ‘어린이의 놀 권리’ 회복을 위해 2015년 안전 문제로 폐쇄됐던 전국의 놀이터를 다시 개방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도 했다. 지금 큰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역시 아동복지와 연관성이 상당히 높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기를 수 있는 환경, 행복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출산율 역시 저절로 해소되지 않겠나”


Q. 재단 회장직을 맡기 전, 언론인과 대기업 임원직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신문사 사장을 역임하던 시절, 어린이재단에서 이사로 참여할 것을 제의받았다. 한동안은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사양하다 2001년부터 이사로 참여해 3년간 세 번은 이사로, 마지막 2년은 이사회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전 회장을 역임하신 분께서 작고하신 후,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 2010년이다. 그전에는 다양한 자원봉사에 많이 참여했다.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잘 되려면 봉사와 나눔 문화가 정착되고 발전,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시장 자본주의 같은 경제 체제에서는 빈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진 사람들이 나누고, 재능 있는 이들이 봉사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소에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이재단 활동을 하는데 늘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Q. 많은 봉사 활동 안에서도 특히 아동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있나

“우리 재단의 구호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이다. 지금의 세상은 어른들이 움직이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다음 시대는 어린이들이 자라서 이끌어나가야 한다. 미래를 짊어질 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끔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다면, 나라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기틀을 지금의 어른들이 마련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재인식 해야 하는 제일 중요한 대상임을 깨닫고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말로만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진정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Q. 긴 세월 봉사하는 삶을 통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가장 보람된 일, 그 첫 번째는 어린이재단의 후원을 통해 아이들이 잘 커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특히 자칫 묻혀 버릴 수 있었던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재단의 후원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능력을 키워 빛을 보는 모습을 볼 때 무척 뿌듯하다. 두 번째는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신 좋은 후원자들을 만날 때이다. 이 모든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것은 전국의 후원자분들 덕분이다. 한 분, 한 분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 존경스럽다”

“감동적인 사례가 굉장히 많은데, 최근에는 평생 김밥 장사를 해서 모은 전 재산 3억 원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고령의 박춘자 후원자께서는,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다는 판단을 하시고 남은 전세자금 5천만 원마저 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또 기억에 크게 남는 분으로는 2011년도에 중국집 배달을 하며 월 70만 원의 월급으로 다섯 명의 결손 아동을 후원하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철가방 우수씨’라는 후원자가 계셨다. 故 김우수 후원자분은 고아로 자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절도 등의 범죄로 감옥 생활을 하던 중, 어린이재단에서 발간하는 잡지를 통해 본인만큼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좋은 일을 하는 기사를 접하고서 출소 후에 본인은 고시촌, 쪽방에 지내면서도 아이들을 돕겠다며 어린이재단을 찾아왔다. 그런 그분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연고자가 없어 장례가 문제가 되자 당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회장이셨던 최불암 씨가 상주를 맡아 장례를 치렀는데, 이 스토리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대통령 부인부터 장관, 일반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빈소를 찾았다. 이때 후원자가 몇천 명 가까이 크게 늘었다.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다”

Q.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인재상

“해마다 정기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인재를 보충하고 있다. 재단에 지원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능동적으로 삶의 가치를 찾으며 살겠다는 의지로 나눔과 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 세계화에 관심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서 봉사활동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지금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이나 국제 관계 등 여러 방면의 지식과 능력, 경험을 점점 필요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고, 삶의 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깊게 고민해본 다음 그래도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많이들 도전했으면 좋겠다(웃음)”

Q. 현시대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

“요즘은 많은 젊은이들이 긴 미래를 바라보기보다는 가까운 현실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재미나 가벼움이 추구되는 세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 멀리 보고, 꿈을 가지고, 의미 있는 일을 찾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여기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 내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도록 노력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젊을 때는 이런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10년, 20년 살아가다 보면 분명 삶에 회의를 느끼는 때가 온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bnt뉴스 기사제보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