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색 수집가, 그들은 무엇과 사랑에 빠졌나?

2015-11-26 15:24:04

[성희연 기자] 한 가지 대상을 꾸준히 ‘모은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저 쌓아두기만 하는 행동이 뭐가 그리 어려운가 싶다면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자. 수집할 대상을 선정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또 아낀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우표, 엽서, 동전, 영화 티켓, 향수 등 셀 수 없이 많은 수집 분야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색 수집가들에게 물었다. 그들이 사랑에 빠진 물건과 그 대상을 수집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버려졌을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컵 홀더 수집’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서울살이를 택했다가 다시 귀향을 꿈꾸는 24세 취준생.

2. 본인이 수집하는 대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회용 컵 홀더를 수집한다. 2013년부터 모으기 시작해서 올해로 2년째 수집하고 있다.

3. 컵 홀더를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 입학 후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됐고 문득 ‘이 멀쩡한 컵 홀더를 한 번 쓰고 버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도 아깝고 잘 만들어진 디자인도 많아서 하나 둘 서랍에 쌓아뒀다. 지금은 어느덧 한 박스를 훌쩍 넘길 정도가 됐다.

3. 가장 아끼는 컵 홀더가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인 캐릭터 컵 홀더 시리즈를 좋아한다. 네이버에서 인턴 생활을 할 때 처음 봤고 너무 귀여워서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추후에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는 걸 알고 조금 맥이 빠지긴 했다.

4. 컵 홀더를 주로 구하려면 커피숍을 가야 하지 않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컵 홀더를 모으겠다고 카페를 일부러 찾아가진 않는다. 의도하지 않아도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컵 홀더를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컵 홀더 수집은 우연이자 인연 같다고 생각한다.

5. 컵 홀더 수집을 취미로 하는 동호회나 그룹 등이 있나? 혹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인스타그램에 나처럼 컵 홀더를 모으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 분은 직접 사진으로까지 남기더라. 뭔가 진 기분이 들었다(하하). 역시 콘텐츠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 컵 홀더 수집의 매력은 무엇인가?
수집하지 않았다면 버려졌을 물건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느낌이다. 마치 의미 없이 버려지는 대상을 구해낸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7. 같은 컵 홀더는 2개 이상 소장하지 않는지?
가끔 ‘이 컵 홀더는 다시 구할 수 없겠구나’ 싶을 때 2개씩 소장한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카페의 컵 홀더가 그런 경우다.

8.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컵 홀더가 있다면?
딱히 없다. 하지만 내가 그린 그림이 새겨진 컵 홀더를 갖고 싶다. 가끔 아무 그림 없는 컵 홀더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괜시리 뿌듯해진다. 라떼킹이란 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컵 홀더가 전시돼 있어 가끔 찾곤 한다.

9. 해외를 가서도 컵 홀더를 구하는가?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전해달라
당연히 소장한다. 올 초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유럽은 컵 홀더 황무지여서 실망이 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자체가 별로 없고 테이크 아웃은 더욱이 찾아볼 수 없었다. 머그컵을 사용해서 컵 홀더가 따로 있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래도 커피 맛은 훌륭했다.

10. 컵 홀더 수집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디자인이면 가방에 넣어오는 수준의 취미이자 습관이다. 하지만 수 백 개쯤 쌓이고 보니 마치 나의 발자취를 기록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화폐 박물관처럼 ‘그땐 그랬지’같은 느낌으로 컵 홀더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다. 물론 나이의 앞자리가 두 번은 바뀌어야 유의미한 기록이 될 테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LP 수집’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홈쇼핑의 뷰티 상품 담당 PD로 근무하고 있고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2. 본인이 수집하는 대상에 대해 설명해달라
LP 수집이 취미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CD를 모으다가 현재는 LP를 모으고 있고 현재는 약 600여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소장하는 것이지 LP를 모은 다는 것엔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3. LP를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LP를 구입한지는 6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LP하면 아날로그의 따뜻한 감성이나 옛 추억을 떠올리는데 ‘록이나 메탈을 LP로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군을 제대하자마자 턴테이블과 AC/DC의 1981년 앨범인 ‘For Those about to Rock We Salute You’를 중고로 구매했고 그것이 나의 첫 LP 구매이자 수집의 시작이 됐다.

4. 가장 아끼는 LP가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듀크 앨링턴 앤 히스 오케스트라(Duke Ellington and His Orchestra)의 1958년 레코드인 ‘Black, Brown and Beige’를 가장 좋아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일본 큐슈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구입한 레코드다. 후쿠오카의 한 레코드 점에서 우연히 듣게 됐는데 귀국 후 새벽 내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앨범이 얼마나 희귀한지, 유명한지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음악이 좋았고 무엇보다 앨범 타이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5. LP를 주로 구입하는 장소가 있는가?
회현지하상가와 동묘시장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주로 이용한다. 회현지하상가나 동묘시장은 마치 중고책방을 가는 것처럼 중고 LP 속에서 눈에 띄는 앨범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미리 정해둔 앨범을 구입하고자 방문하는데 신보는 물론이고 중고 앨범도 자주 구매한다.

6. 해외를 가서도 LP를 구하는가?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전해달라
음악이 좋다면 어디서든 구매한다. 일본 여행 중에는 중고 레코드숍 10여 곳을 돌아보며 LP를 구매했었다. 바로 옆 나라지만 레코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고 시장 규모가 커서 LP 쇼핑을 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7. LP수집을 취미로 하는 동호회나 그룹 등이 있나? 혹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는지
따로 동호회나 그룹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리암레코드’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소장 중인 LP를 포스팅 하고 있다. 전 세계의 레코드 수집가들이 하트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겨주는데 1년 이상 포스팅을 하다 보니 이제는 낯익은 분들이 많다. LP를 지칭하는 조금 넓은 의미인 ‘Vinyl’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전세계 수 많은 LP 수집가들을 만날 수 있다.

8. LP의 매력은 무엇인가?
디지털 음원이나 CD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LP만의 소리가 있다. 판의 휨이나 흠집, 먼지 등으로 인해 특정 부분의 음정이 불안정하고 소리가 튀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소리인데 LP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매력이다.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LP 케이스의 아트워크다. 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좋은 액자가 돼주기 때문이다. 멋진 작품을 하나 걸어놓은 듯한 만족감과 재미를 준다.

9.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러한가?
신보는 CD의 2~5배의 가격이다. 최근에서야 다시 국내 공장이 가동돼 일부 생산이 되곤 있지만 록이나 재즈, 클래식 앨범은 대부분 수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고는 천원 단위에 판매되는 앨범도 많고 저렴한 턴 테이블은 10만원대에도 구입이 가능하므로 LP 입문자라면 중고 앨범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10. 아직 구하지 못했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LP가 있다면?
희귀하거나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앨범을 수집하는 편이 아니라서 꼭 소장하고 싶은 앨범은 없다.

11. LP 수집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오랜 꿈이 LP바를 경영하는 것이다. 꼭 바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LP를 모은다는 것은 그런 좋은 음악을 찾고, 듣고, 축적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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