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가슴, 그리고 나르시즘의 관계

2015-03-04 19:58:05
헬무트 뉴튼의 1970년 작품 ‘Bergstrom over Paris’를 살펴보면, 언제나 그렇듯 상당히 에로틱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작품의 전체적인 구도는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여성의 누운 몸이 정삼각형의 아랫변을 만들고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의 삼거리대로가 정삼각형의 나머지 두 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고 있는 여성의 자태와 거울에 드러난 표정은 몹시 나르시서시틱(Narcissistic)하다.

여기서 언급된 나르시즘이라는 단어는 프로이드에 의해 소개된 정신과 용어다.

나르서스(나르키소스)는 본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청년이다. 청년 에코(Echo)는 여신 헤라의 가십을 퍼뜨리고 다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마지막 단어만을 반복해야만 하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잘 생긴 나르서스에게 사랑을 고백한 후 무시당하자 복수의 신 네메시스에게 나르서스도 자신과 똑같은 사랑의 고통을 당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후 에코는 사랑의 고통으로 사그라져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된다.

네메시스는 에코의 청을 들어주어 헬리콘 산에 사냥을 나간 나르서스에게 저주를 건다. 저주에 걸린 나르서스는 목이 말라 연못가에 앉았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결국 자신의 모습을 쫓아 연못에 몸 던져 죽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가 죽은 자리에 꽃이 하나 피어오르는데 그 꽃이 바로 수선화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혹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정신과 영역에 나르시즘이란 개념이 나타난 것은 프로이드에 의해서다. 이후 나르시즘은 여러 형태의 정신적 상태를 표현하고 질병을 분류하는데 근간이 됐다. 물론 나르시즘적인 정신 상태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은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약간의 나르시즘적인 요소는 삶을 건강하고 기운차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슴 성형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많은 여성 고객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가슴성형을 하는 의사들까지 여성들에 대해 오해하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여성들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성형을 한다는 잘못된 추측이다.

실제 가슴 성형을 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유로 가슴 성형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상당수의 여성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가슴성형을 한다고 대답한다. 꼭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기만족’이라는 표현이 위에서 말하는 나르시즘과 유사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술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그렇게 해서 바뀐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여성들과 연못에 반사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사랑에 빠졌던 나르서스가 서로 닮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현대 정신과적 의미에서 본다면 한 여성이 가슴 성형을 통해 건강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면 삶을 윤택하고 기운차게 만드는 건강한 나르시즘을 선물한 것이라 믿는다.
<글_ 가슴성형전문 뽐므클리닉 허선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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