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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차수연, 동성애 연극 ‘두결한장’서 레즈비언 역으로 관객과 교감

2014-09-17 10:40:04

[구혜진 기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세련되고 이지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배우 차수연이 연극 ‘두결한장’(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2004년 KBS드라마 ‘알게 될거야’로 데뷔, ‘오감도’, ‘요가학원’ 등의 영화 작품과 ‘그들이 사는 세상’, ‘개와 늑대의 시간’, 천 번의 입맞춤’, ‘내 사랑 나비부인’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배우 차수연.

그가 연극 클로저에 이어 김조광수 감독 연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결한장’에서 레즈비언 효진 역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bnt뉴스에서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배우 차수연을 만나봤다.


Q. 차수연이라는 이름 세 글자보다 작품의 역할로 기억되는 연기자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 드라마 ‘그사세’ 현빈 여자친구) 어떻게 보면 작품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칭찬이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과 제가 출연한 작품 얘기를 하다 보면 “아~그 사람이 수연씨였어?!”라며 깜짝 놀라곤 해요. 저의 실제 얼굴과 작품 속에서의 캐릭터가 매치가 잘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그만큼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칭찬이지만 한편으로는 제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오로지 그 역할로만 보였기 때문에 차수연이라는 배우는 뒤로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Q. ‘클로저’에 이어 두 번째로 연극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두결한장’에서 레즈비언 효진 역을 맡았는데 역할 소개와 더불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연극 ‘두결한장’은 부모를 위해 위장 결혼을 한 게이 민수와 레즈비언 효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에요. 소재 자체가 평이하진 않아요. 보통 성 소수자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내용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다 보고 난 후에도 찝찝한 감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런데 연극 ‘두결한장’은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굉장히 위트 있게 풀어내고 있어요.

극의 주를 이루는 사랑 이야기도 너무 아프지 않게 다루다 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전에 출연했던 클로저의 안나는 너무나도 좋은 캐릭터였지만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이번 작품의 효진 역은 레즈비언이자 산부인과 의사에요.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에 게이와 위장결혼을 하게 되는 인물이죠. 위장결혼을 하고 나서부터 서막이 오르는데 위장결혼이기 때문에 효진은 민수와 살지 않고 또 다른 레즈비언 서영과 살게 되요. 민수가 혼인신고를 해줘야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데 민수의 비겁함, 겁 등의 내적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그리는 연극이에요.

Q. 레즈비언 연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역할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이 있다면?
-20살때부터 잡지모델로 활동하며 동성애 아티스트들을 많이 봐서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어요. 레즈비언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 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블로그를 통해 동성애자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을 파악했고 동성애 관련 웹툰을 거의 다 읽었어요.

또 실제 레즈비언 커플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이들도 우리처럼 사랑, 생활에 있어 별반 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이제 드라마, 영화에서 레즈비언 역이 들어온다면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드라마와 연극, 어떤 장르가 더 잘 맞나?
-연극은 극 중 역할로만 기억되는 장르 같아요. 사실 드라마보다 연극이 저에겐 훨씬 더 어렵게 느껴져요. 드라마는 씬 마다 중요한 부분만 콕 집어 표현하면 되는데 연극은 전체를 다 이해하고 분석해야 표현이 가능해요.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긴장도 배로 들어가요. 무엇보다 한 씬 한 씬 연습할 때마다 배우들의 눈빛, 하고자 하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며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Q.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미지가 차갑고 도시적인 부분이 많아 지금까지 거의 다 지적이고 부유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기회가 된다면 사극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많은 촬영감독님들께서 사극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 해 주셨거든요(웃음).

Q. 원래 전공이 음악(클라리넷)인데 연기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악기는 사실 그렇게 끼가 없었어요. 음악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지만 악기를 선택했던 것에 대해서는 ‘내 길이 아닌 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닌 건 아니다’라는 성격이라 금방 돌아선 것도 있고요.

에꼴 모델 선발대회에 나갔다가 기자들의 눈에 띄어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어요. 내가 살 수 없는 예쁜 옷, 구두 등을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입고, 즐기고… 모델활동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했었던 것 같아요. 삶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제 적성에 잘 맞았어요.


Q. 데뷔 10년차다. 그 동안 삶의 큰 변화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남편을 만난 시기가 아닐까요? (차수연 남편은 현재 하정우, 김선아, 성유리, 정경호, 윤승아 등이 소속된 판타지오 대표 이사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 20대 초반보다는 삶의 농도가 더 깊어졌어요.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웃음).

Q. 남편을 만난 후 연기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나?
-연기하면서 힘들 때가 참 많은데 남편이 많이 이해해 주고 조언을 해줘요. 배우자이기도 하지만 상담자의 역할을 하고 있죠. 대표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연기자가 어떤 부분이 힘들고 이시기에는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구나’하고 먼저 생각해줘요. 서로의 일에 대해서는 크게 터치하지 않는 편이에요. 남편이나 저나 주중에는 서로 바빠 함께 하는 시간이 적지만 주말에는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가정에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Q.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느꼈던 희로애락의 순간이 있었다면?
-작년에 클로저 연극 무대에 올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이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었거든요. 누구로 인해 채울 수 있는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죠. 그러던 중 연극제의가 들어왔고 애기를 갖게 되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올 것 같지 않아 큰 맘 먹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사실 연극무대에 서면 되게 많이 떨고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제 체질에 잘 맞더라고요. 배우들과의 호흡, 규칙적인 생활, 눈을 보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점, 컷이 없다는 것,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 등 연극의 장점이 너무 많았어요. 실수를 해도 컷 없이 상대편이 알아서 받아주고... 나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간다는 느낌이 너무 재미있어요.

Q. 피부, 몸매가 20대 못지 않게 훌륭하다. 피부&몸매 관리 비법은?
-저는 가만이 있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집에 있으면 면 밥 먹고 계속 움직이는 스타일이죠. 마음이 복잡할 때 정리하는 병이 있어 바닥을 쓸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끊임없이 움직여요. 저도 물론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이 있죠. 고기를 먹어도 ‘이정도 선에서 끊어야지’ 하며 스스로 절제해요. 피부관리는 뭐...관리실에서... 집에서 아무리 물을 많이 먹고 잘 잔다 하더라도 관리실에서 받는 케어만 하겠어요?...(웃음).

Q. 앞으로의 연기 계획이 궁금하다
-2014년은 연극 ‘두결한장’으로 마무리 짓게 될 것 같아요. 내년에는 드라마나 영화 로 복귀할 예정이에요. 잊혀지기 전에 브라운관에서도 얼굴 보여 드릴 테니 잊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기획 진행: 구혜진, 김보람
포토: bnt포토그래퍼 김태오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보름
의상&구두: 나인걸, 딘트, 맥앤로건
: 플랫아이언
선글라스: 반도옵티칼
주얼리: 라뮈샤
헤어: 에이바이봄 호찬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박장연 실장
장소: 에이바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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