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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S 서울패션위크] 홍혜진 디자이너, 작은 ‘틈’ 사이 숨겨둔 그의 디자인이 궁금하다!

2014-10-19 09:11:08
[오아라 기자/ 사진 김강유 기자] 수많은 컬렉션과 쇼가 끝나면 ‘탄성’이 나오기도 하고 아쉬움의 ‘탄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한다.

디자이너 홍혜진이 이끄는 the studio k의 쇼를 보고 있으면 ‘아하’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심플하면서도 디테일한 디자인의 옷에는 이야기가 있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보면 ‘틈’ 사이에 숨겨둔 특별한 무엇인가를 찾는 재미를 던져준다.

2015 S/S 컬렉션을 앞둔 그를 쇼룸에서 만났다. 전날 밤샘 리허설로 얼굴이 부었다고 사진을 걱정하며 수줍게 웃던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호기롭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Q. 2009년 데뷔해서 이제 벌써 6년이다. 데뷔 이래 꾸준히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당당히 한국 패션의 중심에 섰다. 남다를 것 같은데?
데뷔한 시점이 국내 디자이너들이 성장하고 시장도 넓어지고 소비자는 물론 프레스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운이 좋다고 할까? 일부 소수의 사람이 즐기던 제품 혹은 분야에서 점점 대중적이 되고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Q. 당신의 디자인은 ‘Simple’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Detail’ 하다. 디자인 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는지?
다른 디자이너와 약간의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디자이너들은 직관적인 주제를 좋아한다면 나는 개념, 관형, 형태를 갖추지 않은 것에서부터 하나씩 디자인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당시에 관심을 두고 있는 현상과 형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그것을 옷에 적용한다.


Q. 이번 2015 S/S 컬렉션,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담긴 가상의 공간을 섬세한 그래픽으로 표현한 “BOTH SIDE NOW”다. 자세히 설명해주길 부탁한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담긴 가상의 공간을 섬세한 그래픽으로 표현한 ‘BOTH SIDE NOW’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즌 콘셉트가 ‘Both Sides Now’가 아닌 ‘BOTH SIDE NOW’인 이유는 두 개의 공간인 육지와 바다가 만나 하나의 공간이 되는 지점, 그 ‘틈’을 말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육지, 두 개의 공간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지점과 관련된 컬렉션이다.

Q. 그 ‘틈’을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다.
맞다. 그걸 찾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에 일상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공간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면 주위를 환기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이한? 여기까지! (웃음)

Q. 컬렉션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직접 고르는 것인가?
가이드라인을 잡고 음악 감독님과 조율을 해서 맞춘다. 이번 시즌에는 ‘Both Sides Now’ 노래가 드문드문 흘러나온다. 워낙 유명한 노래고 콘셉트에 맞게 잘 맞춘 것 같다.

Q. 이번 컬렉션은 음악을 듣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대놓고 주제가 클리어 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영상, 음악과 함께 보고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좋다. 단 주제가 너무 어렵지 않고 반전이 있거나 재미있는. 상쾌한 느낌을 주고 싶다. 보는 사람도 재미있을 것 같고.


Q. 지난 뉴욕 패션위크에서 ‘레베카 민코프’는 마지막 5개 룩을 3D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컬렉션에도 3D 프린트가 등장해서 놀랍고 새로웠다. 그런데 이번 쇼에서 영화와 영상에서 사용하는 3D 툴을 이용해 특별한 시각적 연출을 한다고 들었다. 벌써 기대가 된다.
쇼 내내 영화같은 영상이 상영 될 것이다. 영화와 옷과의 관계를 보면 재미있게 이번 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옷에 들어간 프린트와 영상의 모티브가 같고 프린트의 기원 등의 이야기.

Q. 이번에도 스토리가 빠지지 않는다.
물론 스토리가 있다. 자연현상. ‘어? 어떻게 저렇게 돼 있지?’ 하고 보면 세팅해 놓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Q. 트랜드는 변하지만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the studio K는 그 둘이 잘 맞물린다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어렵지 않고 예쁘다는 뜻? 그렇지만 트렌드와 브랜드의 고유의 이미지를 ‘딱’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쪽을 더 신경 쓰는 편인가?
처음 데뷔 때는 하고 싶은 것에 관심을 크게 뒀다. 실험해보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워낙 좋아하니까. 연차가 지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랑 트렌드,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에 강약을 주는 스킬을 점점 생긴 것 같다.

Q. 남성복 라인(라 피규라)이 추가되면서 조금 더 ‘강건’ 해졌다. 단단해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시작하게 된 이유는 데뷔 때부터 기본적으로 남성복 ‘폼’에 관심이 많았다. 남성복의 폼이 봉제, 패턴방식이 다르다. 단단하다고 해야 하나? 매우 좋고 재미있었다.


Q. 여성 라인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디자인할 것 같은데?
같은 주제와 아이디어 전개방식에서 시작한다. 남성복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기능적인 면과 당위성을 좀 더 생각하는 편이다. 작은 디테일보다는 비례나 균형? 여성복은 주제와 디자인의 조합, 그리고 트렌디적인 요소를 잘 믹스하려고 한다.

Q. 배우 이진욱 씨가 이 옷을 즐겨 입는다고 들었다. 그 때문인지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입혀주고 싶은 브랜드’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남성복 하면 ‘딱’ 떠오르는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다. 그게 진욱씨인 것 같다. 진욱 씨를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을 거다. (웃음) 그는 과하지 않다. 과해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멋있는지 아는 사람이다. 이상적인 균형, 새로운 것을 시도 하는 것을 좋아해서 잘 맞기도 하는 것 같다.

Q. 남성복은 수미주라(Su Misura)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매 시즌 제안하는 원단, 안감, 단추까지 프린트를 이용해 맞춤할 수 있다. 트리밍 같은 것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기성복도 물론.


Q. 태티서 ‘할라’ 뮤직비디오의 의상을 제작했다. 트윙클 이후 2번 째다. 이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티파니였나? 의상 중 가장 마음에 든다더라.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콘셉을 극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무대의상이나 뮤직비디오 의상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판타지를 100% 보여줄 수 있으니까. 소녀시대 3집 ‘The Boys’ 때였다. 오사카 돔 콘서트 준비할 때.

그 당시 SM에서 디자이너 9명에게 멤버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의 옷을 의뢰받았고 그중 한 명이 나였다. 내가 맡은 멤버가 윤아였다. 그때 보이시하면서 섹시한, 고급스러운 수트룩을 제작했고 반응이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만큼(웃음).

Q. 기억난다. 여성스럽기만 하던 윤아의 새로운 모습으로 화제가 됐었다.
그 시점 이후로 다른 여자 아이돌이 그런 의상(제복)들을 입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뮤직비디오 작업 의상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가 왔고 평소에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로웠고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다.

Q. 여기저기 콜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그즈음이 비주얼 디렉터로 디자이너를 찾는 시점이었고 소녀시대와의 작업 후 여기저기 콜이 들어온 것은 맞다. 아, 주변에서 아이돌 제작비 의상을 끌어올린 장본인이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웃음)


Q. 씨엔블루는 어떻게?
제의가 들어왔고 개인적으로 씨엔블루를 좋아한다. 사심? (웃음) 그들은 아이돌이지만 아이덴티티가 정확하다. 절대 과하지 않다. 심플과 댄디의 조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도 잘 맞았기에 작업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Q. 글을 쓰는 사람도, 노래를 만드는 사람도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는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거니깐. 혹시 당신도 그런 적이 있었나? 그렇다면 어떻게 떨쳤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치고 감정 기복이 심하진 않은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슬럼프라고 하기보다는 2년 전 의식의 전환이 있었다. 워낙 패션 관련 일이 모든 걸 소진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나는 많이 무리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 동료나 친구들과 비교하면 확 쏟아내기 보다 딱 100 정도만 내는 것 같다. ‘내 페이스를 잘 잡고 가자!’ 라는 생각을 그때 했다. 그 이후에는 마음이 편해졌다.

Q. 서울대학교 장학생, 금속공예 전공자, 주얼리 디자이너, 그리고 조형예술학과 박사,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갤러리아 입점. 당신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본 수많은 수식어다.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다.
부담이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한다. 학교도 그렇고 전공도 그렇고 디자인을 하면서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부각될 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Q. 요즘 브랜드끼리 서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잦다. 해외도 마찬가지고. 특별히 함께 작업 해 보고 싶은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는지?
있다. 테크놀로지! 새로운 것에서 뭘 찾는 걸 좋아한다. 요즘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스포츠웨어다. 신소재. 스포츠웨어를 클래식하게 보여줄 수도 있고 러닝복이나 수영복, 스키복 등 기능성 의류 브랜드나 디자이너와 작업을 해보고 싶다. 아, 수영복은 아마 곧 볼 수 있을 거다.


Q. 당신의 옷장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다양한 옷을 즐겼다. 디자이너가 되고 난 뒤 스타일이 정돈되어서 딱 정해져 있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 컬러의 옷이 전부다. 티셔츠나 니트는 블랙 컬러를 자주 입고 팬츠, 재킷 종류도 무척 좋아한다. 테일러드 코트도.

Q. 당신의 브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즐겨 입는 브랜드가 있나?
소장하고 싶은 옷은 사는 편이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좋아한다. 언더 커버, 사카이, 프로앤자슐러. 실용적인 옷 중에서는 유니클로. 언더웨어, 라운드 티, 양말은 정말 봉재가 훌륭하다. 결국, 오래 입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재와 봉재인 것 같다.

Q. 백 번은 넘게 들었을 질문일 거라는 것을 알지만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계속 즐겁게 오래 했으면 좋겠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한다. 그나저나…… 어제 리허설 하느라 지금 내 얼굴이 많이 부었는데 사진 정말 괜찮나? 지금은 그게 걱정이다. 하하하
(사진출처: the studio K 공식 홈페이지,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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