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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빈 데이아나 “한국서 교환학생으로 1년 지낸 후 정착 결심”

2017-03-16 16:59:18

[허젬마 기자]“좋아하는 동네는 잠실이요. 거기 방이동에 맛집이 많거든요. 특히 오리탕으로 정말 맛있는 곳이 하나 있는데 알려드릴까요?”

언뜻 눈 앞에 앉은 이 사람이 외국인 맞나 싶어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연신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는 다름아닌 ‘비정상회담’의 프랑스 대표 청년 로빈 데이아나.

‘비정상회담’에서 훈훈한 외모로 ‘비주얼 깡패’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특유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프랑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방송인이 되었다. 대중들이 보내주는 관심과 사랑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는 로빈 데이아나. 그의 매력을 bnt가 심층 탐구해봤다.

Q. 처음 한국에 오게 된 계기

처음 한국이라는 나라를 접하게 된 건 비보이 영상을 통해서다. 중학교 때 비보이를 했었는데 당시 비보이 강국으로 한국이 유명해서 유투브로 한국 비보이 영상을 종종 찾아봤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 보면 옆에 관련 영상이 뜨지않나. 어느 날은 무심코 옆에 있는 영상 하나를 클릭해서 보게 됐는데 한국 예능 프로였다.

엑스맨, 연애편지 등 지금으로 치면 정말 옛날 예능인데 너무 재미있더라. 프랑스 예능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자주 찾아보다 보니 한국 가수나 배우 등 하나 둘 알게 됐다. 그 중 관심이 가는 가수들 노래는 찾아서 들어 보기도 하고 배우들 작품도 하나씩 찾아보면서 점차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다른 나라로 1년 동안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겼는데 자연스럽게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

Q. 방송으로만 접하다가 실제 한국땅을 밝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간 곳이 건대 먹자골목이었는데 굉장히 활기 있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거리에 한가득 식당이 꽉 차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프랑스의 외식문화는 한국처럼 일상적인 게 아니라서 정말 특별한 날에만 외식을 한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 싸고 맛있는 식당들이 종류별로 다 있으니까 그게 너무 좋았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거리의 네온사인, 화려한 조명, 소리… 약간은 과도하게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조차 다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프랑스에서도 한적한 시골에서 자라 재미없는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한국에서 접한 새로운 문화는 신선하고 즐거운 충격이었다.

Q. 이후에 어떻게 한국에 정착할 결심을 했나

1년 동안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친 후 프랑스로 돌아가 집에 가자마자 어머니께 다시 한국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1년 동안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즐거웠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충분히 정착해서 살 만한 도시라 여겨졌다.

그래서 프랑스로 돌아간지 10개월 정도만에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일단 취업을 하려면 한국말을 잘 해야하기 때문에 7-8개월 정도 어학당에 다녔다. 이후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에이전시를 소개 받아서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


Q. 방송 출연 배경

처음에는 엑스트라부터 시작해 외국인 모델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간단한 작업들을 많이 했었다. 한국은 인맥이 중요하다 보니 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었는데 당시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제 모습을 보고 한 매니저가 이러이러한 방송이 있으니 오디션을 한번 봐 보라고 제안했다. 그게 바로 비정상회담이다. 당시 그 오디션 자리에서 줄리안을 처음 만나 같이 오디션을 봤었다.

Q. 비정상회담 방송 에피소드

사람들이 볼 때는 편안하게 대화가 오가는 것 같지만 녹화에 들어가기 앞서 사전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었다. 어떻게 보면 한 나라를 대표해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만큼 책임감이 느껴졌다. 회마다 정해지는 주제에 따라 공부를 정말 많이 해갔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기욤 형이 퀘백 사람이지 않나. 어느 날은 형이 어떤 퀘백 사투리를 썼는데 그게 프랑스 표준어를 쓰는 줄리안과 나에겐 너무 웃긴 거다. 그래서 장난으로 조금 놀렸는데 그 장면이 방송에 나간 이후 인터넷에서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정말 사심없이 웃자고 장난친 거였는데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줄 몰랐다. 프랑스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굉장히 강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식 개그를 보면 한국에서는 방영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처음엔 그 장면이 왜 그렇게 주목되는 발언인지 의아했다. 이제는 적응이 좀 돼서 방송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

Q. 비정상회담을 하면서 특별히 친해진 멤버는

다들 친했지만 아무래도 줄리안이랑 가장 많이 가까워졌다. 브로 라인도 했었고. 기욤 형이나 알베 형과도 친하고 정말 다 친하게 지낸다. 가끔 어떤 멤버들은 오랫동안 못 볼 때도 있지만 또 오랜만에 보면 어제 본 것 마냥 편하고 좋다.

사실 비정상회담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이 외국인 신분이라 이런 말 하는 게 웃길 수도 있지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지낼 때 너무 방탕하게 노는 몇몇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조금 생겼었다. 그래서 나는 심지어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이태원도 일부러 가지 않았다. 단기로 한국에 잠시 머무르는 외국 친구들이 갖는 생각이 대부분 비슷해서 나는 오히려 그들을 좀 멀리하고 대신 한국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다 비정상회담 친구들을 만나고 그 선입견이 깨졌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이에서도 잠시 잠깐 머물다 떠나는 사람과 정착할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들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Q. 비정상회담 멤버 외 친한 연예인

(이)홍기랑 친하다. 우연히 술집에서 지인의 지인으로 만나 알게 됐는데 가끔 같이 수상스키도 타러 다니곤 한다. 또 같이 방송하면서 알게 된 (김)지민 누나나 (박)나래 누나와도 친하다.

Q. 한국행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냥 대학교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했을 거 같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으니 아마 엔지니어 분야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Q. 서울에서 좋아하는 동네가 있나

잠실. 아는 친한 형님이 잠실에 살아서 자주 간다. 방이동 쪽에 맛있는 것도 많고. 또 얼마 전엔 처음으로 목포에 다녀왔는데 정말 너무 좋더라. 거기서 연탄 삼겹살을 먹었는데 양념도 너무 잘 배어있고 밑반찬도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그런데 거기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평범한 음식이란다. 그게 어떻게 평범한 건지 모르겠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나에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웃음).

Q.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닭갈비랑 오리탕. 볶음 음식을 좋아해서 야채랑 고기랑 함께 볶아서 먹는 닭갈비를 좋아한다. 그리고 잠실에 오리탕 맛집이 있는데 거기도 좋아해서 종종 간다.

Q. 술은 잘 마시나

좋아한다. 주종으로 치면 소주를 좋아하는데 주량이 세 병 정도 된다. 맛은 별로인데 그 분위기가 좋다. 소맥도 좋아하고 와인도 물론 좋아한다.


Q. 한국 여자와의 연애 경험

한 5명 정도? 프랑스에서도 한국인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고. 다들 제각각 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한국 여자들이 좀 센 거 같다. 흔히들 프랑스 여자들이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 여자들도 센 편이다. 그런데 그 세다는 게 다른 식으로 세다. 프랑스 여자들 같은 경우 겉으로 보면 굉장히 세보이는데 친해지면 좀 귀엽고 여린 부분들이 많다. 한국 여자들은 반대다. 처음에 볼 때는 애교도 많고 엄청 귀여운 느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진다(웃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자가 왕이 되어간다(웃음).

Q. 연애스타일

여자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해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많이 맞추기는 한다. 나는 연애하면서 거의 싸워본 기억이 없다. 보통은 그냥 참거나 웬만하면 내가 맞추는 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진다(웃음).

Q. 연예인 중에 외모적으로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

나는 얼굴보다는 몸매를 보는 편인데 글래머 스타일을 좋아한다. 연예인 중에서 찾자면 효린의 이미지와 가까운 것 같다. 성형은 많이 안 했으면 좋겠다. 하더라도 자연스러우면 괜찮은데 티가 많이 나는 건 좀 그렇다. 성형으로 자기 개성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쉽다.

Q. 수술한 글래머는 어떤가

아..(침묵) 대답하기 힘들다(웃음).

Q. 결혼 생각은?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다. 어려서부터 결혼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기 생각이 좀 난다. 원래는 아기를 정말 안 좋아하는 편인데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을 보면서 나중에 내 자식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게 된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지만 아이 생각은 좀 있다.

Q. 추후 방송활동 계획

다가오는 4월에 여행 프로에 들어간다. 촬영 차 프랑스에도 들러 오랜만에 고향에 방문할 계획이다. 또 프랑스의 한 비누광고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일을 하게 될 거 같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길거리에서 알아봐 주고 인사해 주셔서 감사하다. 또 프랑스를 생각하면 나를 떠올려줘서 영광스럽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

기획 진행: 허젬마
포토: 이관형
의상: bob, 브루노바피, 탑텐, 지니프
슈즈: 다스만, 파고
백: 볼드리니 셀레리아
헤어: 작은차이 예진 실장
메이크업: 작은차이 시연 실장
장소: AR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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