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데니안, 흐르는 물결처럼 잔잔하고 영롱하게

2017-06-20 14:33:41

[마채림 기자] 사람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그룹 god의 역사, 팬들에 대한 애정, 연기에 대한 호기심,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신뢰까지. 그 모든 것들이 데니안의 영롱한 눈빛에 깃들어있었다.

뭇 소녀들의 마음을 훔치며 전국을 하늘색 풍선으로 물들였던 god. 1999년 1집 앨범 ‘Chapter 1’으로 데뷔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god는 2005년 7집을 마지막으로 그룹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팬들의 다짐이 마음에 걸렸던 그들은 2014년 god 8집 앨범 ‘Chapter 8’로 돌아와 다시 무대 위에 섰다.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다 어느 날 만나 함께 노래 부를 수 있어 참 좋다. 그런 사이가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

데니안이 말하는 자신의 삶과 god의 삶, 팬들의 삶은 무엇일까. 그의 눈빛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어봤다.

Q. 화보 촬영 소감

재미있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들 편한 분위기로 이끌어줘서 잘 찍을 수 있었다.

Q. ‘톡투유’에서 가장 어려운 것에 ‘화보 촬영’을 꼽기도 했는데 오늘 콘셉트 중 가장 수월했거나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사진 찍는 게 가장 힘들다. 정장을 입고 찍었던 세 번째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마지막이라 긴장이 풀려 그나마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진작가님이 포즈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는데 간혹 그런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사진 찍는 게 부담이었다. god 멤버들과 함께 찍는 건 편하다.

Q. 화보 촬영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특별히 준비한 건 없다.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고민을 하며 잠들었다.

Q. 평소 패션이나 뷰티에 관심이 많은 편?

어렸을 때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힙합룩이나 액세서리 등에 관심이 많았고 평범하지 않은 옷들을 좋아했다. 지금은 편안하고 간편한 옷이 좋다.

Q. 최근 어떻게 지냈는지

올해 1월부터 2월 말까지 콘서트를 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운동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쉬면서 간간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또 올해 마흔이 돼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충분히 쉬었으니 방송 출연과 작품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Q. 40대에 들어선 소감

심경의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포기한 것 같다. 중반까지는 해마다 나이를 먹는 게 스트레스였는데 서른일곱이 지나니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

Q.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복면가왕’에 god 박준형과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멤버들과 함께 예능을 출연했을 때의 느낌은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더 편하다. 예능에서 다른 멤버들과 함께 하게 되면 자연스레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녹화를 할 때나 방송 출연한 것을 모니터 해보면 멤버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다르더라.

평상시에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누구와 방송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친한 형인 김진표와 함께 출연한 ‘탑기어’ 때는 까불거나 형에게 대드는 등 활동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모르는 분들과 방송하게 되면 어색한 분위기 탓에 말수가 적어진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Q. JTBC ‘톡투유’에 출연해 대중에게 잊힐 게 걱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있다면

예전 god 활동할 때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욕심을 많이 냈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그 안에 잘 스미는 걸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방송이나 작품이 혼자 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혼자 하는 일로만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아예 욕심이 없어졌단 뜻은 아니다. 과거에는 경쟁을 했다면, 지금은 경쟁보다는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달까.

Q. 얼마 전 박소현이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 게임’ 스페셜 DJ로 나서기도. 과거 ‘키스 더 라디오’, ‘데니의 뮤직 쇼’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은 없는지

대타 DJ라는 자리가 꽤 부담되는 자리다.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 청취자들은 원래 진행하던 DJ의 음성과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긴장되더라.

예전 라디오 DJ로 활동할 당시 두 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총 4년 반 정도 진행을 했었다. 그랬는데도 떨렸다. ‘러브 게임’ 청취자들의 성향을 모르기에 청취자와 진행자 간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한 회에만 투입된 거라 호흡을 맞출 여유가 없어 긴장이 많이 되더라.

라디오를 많이 좋아한다. 매력 있는 매체다. 기회가 된다면 또 DJ로 활동하고 싶다. 라디오 청취율이 예전보다는 낮아졌지만 라디오가 가진 고유의 힘이 있을 믿는다.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면 심야 방송을 해보고 싶다. 밤 열두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자기 전인만큼 잔잔하고 좋은 음악과 사연 소개하면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싶다.


Q. 지난해 6월 SBS 드라마 ‘마녀의 성’ 종영, 앞으로의 연기 계획

아직 계획은 없다. 기회가 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주어지면 열심히 하고 싶다.

Q. 맡아보고 싶은 역할

악역을 맡아보고 싶다. 아직 한 번도 못 해봤다. 로맨스 장르보다는 캐릭터가 강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범죄수사물이라든지.

Q. god 멤버들과는 자주 만나는지

개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단체 채팅방을 통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단체 회의할 게 있거나 일 이야기를 할 때 모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태우나 준형 형 같은 경우는 가정이 있어 생각만큼 자주 못 만나게 되더라. 자주 못 만난다고 해서 어색하진 않다. 늘 편하다.

Q. god 멤버 중 가장 편하고 마음이 잘 맞는 멤버와 그 이유

그런 건 없다. 멤버들마다 다른 것 같다. 준형 형은 나와 사촌이라 불편할 게 없고 태우는 막내지만 일에 대해선 주도적인 편이라 대견할 때가 많다. 호영이는 나보다 동생이지만 어른스러울 때가 많아 의지가 된다. 계상이는 동갑이라 편하면서도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Q. 1월에는 데뷔 18주년을 맞아 V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다. 18주년 소감

이제는 숫자만 늘어가는 느낌이다. 흘러간 세월에 문득 놀라기도 한다. 2014년부터는 다시 god로 활동하면서 기념일을 맞이하게 되니 더 기분 좋은 것 같다. 그전에는 각자 활동하느라 god 데뷔 기념일을 함께 축하하지 못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18, 19주년보다는 20주년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Q. god가 다시 뭉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

데뷔 10주년을 앞뒀을 당시 모두 모여 다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이가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각자의 생활과 일이 생겼기에 다시 뭉치는 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 어쨌든 15주년이라는 명분이 있었고, 새롭진 않겠지만 god의 음악이 가진 추억과 힘을 믿었다. 다섯 명이 모인 건 12년 만이었을 거다.

이야기를 꽤 오래 했다. 다섯이 모여 다시 활동하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섣불리 나섰다가 좋았던 기억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그런 걱정을 하다 보니 걱정이 많아져 소심해지더라. 그런 와중에 태우가 힘을 많이 줬다. 그 당시에는 태우가 주도적으로 형들을 이끌었던 것 같다.

태우의 추진력도 있었지만 15주년이라는 명분과 팬들과의 약속이 god가 다시 뭉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기다리겠다고 했던 팬들이 정말로 기다려줬다.

Q.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꾸준히 god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대형 콘서트홀 무대가 내 집 안방 같을 것 같은데

편하면서도 편하지 않다. 쉼 없이 활동을 했던 게 아니니까.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공연장을 찾아주신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이젠 다들 나이가 있어서 가끔 공연이 고되게 느껴질 때도 있다. god 곡들이 안무가 많은 편이라 한 번씩 죽을 고비가 온다. (웃음) 그래도 안무를 간소화하고 싶지는 않다. 팬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최대한 소화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Q. 오래된 팬들이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주는 걸로 알고 있다. 데니안에게 팬들이란 어떤 의미?

예전과는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우리도 팬들도 어렸고, 지금처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 무한 사랑을 줬던 것 같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회상해보면 그때는 참 거대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당시 팬들이 우리를 우상으로 봤다면, 그렇게 바라봐 주는 팬들은 우리의 자부심이었으니까.

이제는 서로 편해진 것 같다. 편해졌다는 것이 결코 가벼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할 때, 이야기를 나눌 때 예전의 팬과 가수의 느낌이 아닌 더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한 기분이다. 예전에는 우리도 팬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지금은 친구를 대하듯 자연스레 반말을 하기도 한다.

Q. 2015년 12월 싱글 이후 앨범 소식이 없는데 언제쯤 새로운 곡으로 돌아올 계획인지

당장은 계획이 없다. 우리가 매년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한창때처럼 god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우리 예전 노래들의 추억이 너무 강하다. 조금 더 준비해서 가다듬은 후 신중하게 음악을 내는 게 좋은 것 같다.

Q.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해 토니안 집에 방문하기도 했다. HOT와 언제부터 돈독하게 지냈나

우리가 HOT의 3년 후배다. 활동이 많이 겹치진 않았지만 동갑인 친구들이 많아 친하게 지냈다. 당시 토니, 희준, 우혁이와 어울려 다니기도 했었는데 사실 빽빽한 스케줄과 팬들의 시선 탓에 자유롭게 만나긴 어려웠다.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해졌다. 그때도 친하게 지냈고 서로 고민도 많이 나눴지만 ‘핫젝갓알지’를 하면서 더 친해졌다.

Q. 토니안의 방을 청소해주기도 했는데, 평소 깔끔한 편인지

잘 어지럽히지 않는 편. 토니보다는 청소를 하는 편인 것 같다. (웃음)


Q. 그날 ‘미운우리새끼’에서 문희준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했었다. 같이 활동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결혼하는 모습을 볼 때 기분?

신기하다. 우리 멤버는 두 명이 결혼을 했는데 내 또래 주변 그룹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안 했다. HOT 희준이, NRG 유민이 빼고는 없는 것 같다. 아직 신화도 아무도 안 했고. 이제야 하나둘씩 가는 것 같다. 동료들이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결혼한대? 진짜?”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Q. HOT 문희준 결혼식 때 HOT, god 멤버들의 참석을 두고 ‘아이돌 조상님’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상님. (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그렇게 옛날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 ‘대선배’도 아니고. (웃음)

Q. 그때는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는, 활동 당시 숨겨뒀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 것 같다. 그 당시에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Q.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걸그룹

개인적으로는 없었다. 연예인이 아닌 학창시절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냈다. 활동 당시 걸그룹과 마주쳐도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형식적이 인사만 하다 보니 SES 바다는 내가 왕자병인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Q. 얼마 전 박준형이 딸을 출산하기도 했는데

태우 아이들이 태우를 참 많이 닮았는데, 쭈니 형 딸도 형을 많이 닮은 것 같다. 아기를 봤는데 눈을 감고 있을 때 쌍꺼풀 라인이 정말 짙더라. 그렇게 쌍꺼풀이 짙은 아기는 처음 봤다. 형을 닮아서 그런지 피부도 약간 까무잡잡하고 콧대도 높아 놀랐다.

Q. 원하는 배우자 상이 있다면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은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생각을 안 해봤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현명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

흘러가는 대로. 그게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예전에는 갑자기 일이 없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제는 금전적으로 조금 여유가 없을지언정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심신의 안정에 더 신경 쓰고 싶다.

아직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사실 연예인은 모두 프리랜서나 다름없다. 큰돈을 못 벌더라도 괜찮다. 일이 들어왔을 때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활발한 그룹 활동을 못 보여줘 미안하다. 공연에 오지 못하는 분들은 TV를 통해서라도 우리 모습을 보면 좋을 텐데.

공연을 준비했을 때마다 오셔서 객석을 가득 채워주시는 것도 참 감사하다. 예전에는 팬들이 다들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가정과 직장이 생겼다. 우리도 팬들도 모두 각자의 삶이 생긴 거다.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다 공연장에서 만나 스트레스 풀고, 추억에 빠지며 함께 노래 부르는 게 참 좋더라. 그런 사이가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

기획 진행: 마채림, 신연경
포토: 이관형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강수정
의상: FRJ Jeans, 비에이블투, 포튼가먼트
슈즈: 수페르가, 아식스타이거, 푼크트
아이웨어: 림락
시계: 잉거솔
헤어: 에이바이봄 수희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노미경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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