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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랩, 알고 보니 동아줄”

2018-03-08 14:53:01

[마채림 기자]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게 이런 걸까. “우리들을 대변해주기도, 음악과 관련된 어떤 행동과 활동으로 안아주기도 했던 사람. 멋대로인 것 같았지만 겁 없고 사랑이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누구라도 따뜻하게 품어줄 것만 같은 미소를 보인 래퍼 치타. 이 말에 팬이 되지 않고 배길 사람이 어디 있으랴.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어 왼쪽 팔에 아버지의 모습을 새겼으며, 자신이 누군가의 딸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처음이듯 엄마 또한 엄마로서의 삶이 처음이기에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하던 그. 이야기를 나눌수록 치타는 스웨그 넘치는 래퍼 이상의 매력으로 가득했다.

길어진 머리카락만큼 더욱 성숙해진, 첫 번째 정규앨범 ‘28 IDENTITY’로 돌아온 래퍼 치타와 나눈 진솔한 인터뷰를 공개한다.

Q.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앨범 준비로 바빴다. 그 핑계로 여가 생활을 즐기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놀았다. 최근에는 Mnet 예능프로그램 ‘고등래퍼 2’에 멘토로 참여해 진행 중이다.

Q.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는데

앨범 수록곡이 18곡이다. 다양한 곡으로 무대 위에 설 일이 많겠다 싶어 긴 머리를 하게 됐다. 어색하진 않다. 치타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전까지는 쭉 긴 헤어스타일을 해와서 반가운 마음이 크다.

Q. 청순한 모습, 기대해도 좋나

머리가 길어졌다는 이유로 청순 콘셉트를 시도하는 건 아직 아닌 것 같다. (웃음) 숏컷 이미지, 센 캐릭터, 걸크러시 무드 등 나와 함께 가고 있는 수식어들이 있지 않나. 머리만 길어졌을 뿐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Q. 첫 번째 정규앨범 ‘28 아이덴티티’ 발매 소감

정규앨범 하나쯤은 있어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가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음) 처음에는 기존에 하던 미니앨범, 싱글보다 조금 더 큰 규모로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엎어지거나 지연되면서 곡수가 늘어났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욕심이 생겨 뮤직비디오도 여러 개 찍었다.

그냥 나의 27, 28, 28세. 20대 후반의 이야기들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 치타의 이야기일 수 있고 김은영이라는 한 사람, 한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컨셉추얼하거나 섹시하게, 강하게 하려는 마음보다는 1집인 만큼 나라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게 컸다.

정규앨범을 공개한다는 사실이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활동을 해봐야 알 것 같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한 무대가 아닌 음악방송 활동은 6년 전이 마지막이다. 걱정이 앞서면서 설레기도 하고, 환경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웃음)

Q. ‘28 아이덴티티’ 앨범 소개

28살 때의 이야기들이 가장 많이 담겨 그러한 이름을 붙였다. 김은영과 치타라는 두 가지의 자아를 가지고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28가지의 모습을 뜻하기도.

Q. 앨범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음악방송을 한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다. (웃음) 요즘 8곡 정도 되면 정규앨범으로 치더라. 나처럼 18곡까지 내는 사람은 잘 없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관전할 만 할 거라 생각한다. 같은 콘셉트, 같은 장르가 되지 않도록 다양하게 준비했다. 입맛에 맞게 골라 들을 수 있을 것.

Q. 언제나 멋지고 파격적이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 변화에 대한 강박은 없나

새로운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걸 보여주되 그 전의 모습보다 좋냐 아니냐가 관건인 것 같다. 세상 모두가 내 편일 수 없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거다. 다만 그 폭을 조금씩 넓히고 싶은 소망은 있다.

Q.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이어 ‘고등래퍼2’ 멘토로 활약 예정인데

내 곡으로 활동할 때와 달리 ‘고등래퍼’에서 멘토로 활동할 때는 유난히 ‘유일한 여성 래퍼’, ‘홍일점’이라는 수식어들이 붙더라. 어떤 의미든 기대를 해주시는 건 좋지만 여자 래퍼라서 할 수 있는 조언이나 액션을 기대한다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Q. 같은 분야 멘토로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꼽자면

‘고등래퍼2’에서 산이 오빠와 팀을 이뤘다. 산이 오빠는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MC를 맡거나 멘토로 참여했던 경험들이 다양하게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나 또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힙합의 민족’ 등에 나갔었고 ‘프로듀스 101’ 멘토로 참여하기도 했지 않나. 멘토, 트레이너, 진행자, 참가자 등 다양하게 활동해왔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조언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Q.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평소 목 관리는 어떻게?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다. 어머니에게 감사해야 할 일 같다. (웃음) 어머니도 중저음 보이스를 가지고 계시며 노래 실력도 좋은 편이다.

Q. 치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

그냥 별명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치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계획은 아니었다. 의미 있는 단어나 행성 이름, 그리스어 등을 찾아봤었다. (웃음) 다들 이름을 지을 때 그런 경험이 있을 거다. 결국에는 내가 익숙하고 사람들이 부르기도 편한, 또 기억하기 쉬운 걸 찾다 보니 치타라는 이름이 제격이더라. 그래서 치타로 활동하게 됐다.

Q. 메이크업 실력이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다. 요즘엔 어떤 메이크업을 즐기나

예전에는 아이홀을 강조하고 속눈썹을 여러 개 붙인 과장된 메이크업을 했었다. 스스로 캐릭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치타로 활동할 때만 했던 메이크업이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했다. 평소에는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즐긴다. 아이라인마저 생략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하고 다니는 편. 부분 속눈썹을 붙여 눈매에 또렷함을 더하는 걸로 마무리한다.

Q. 스타일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스타일링의 시작과 끝인 헤어와 슈즈가 가장 중요하다. 손발이 깨끗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신경 쓰는 편. 아무리 예쁜 메이크업을 하더라도 헤어스타일이나 네일이 정돈이 안 돼있다면 별로다. (웃음) 네일아트의 경우 솔리드 레드 네일을 즐긴다.

Q. 문신이 눈에 띄는데, 어떤 의미인지?

세 개의 문신이 있는데 목 뒤에 있는 ‘Nothing Lasts Forever’는 내 좌우명이자 모토로 삼고 있는 문구 중 하나다. 명치 부근에 있는 연꽃 문신은 ‘Coma07’이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화중군자’를 담은 것.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힘들고 더러운 꼴을 봐야 하는 사회 속의 내 마음과 비슷한 것 같았다. 나 자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지키고 싶은 마음과 꽃피우고 싶은 마음, 그리고 종교가 불교라 더욱 의미가 있어 새기게 된 것.

왼쪽 팔에 있는 문신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는 내가 이름을 알리기 전에 돌아가셔서 무대에 서는 내 모습을 한 번도 못 보셨다. 최근 SNS를 배워 인터넷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하는 어머니처럼 아빠도 내가 하는 걸 같이 봤으면 좋겠단 마음에 새겼다. 내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내가 보고 있는 걸 함께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내 눈에도 잘 보이면서 내 시선과 비슷한 위치에 남겼다.

Q. 문신을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문신을 하다 보면 빈자리가 보여서 새롭게 새겨 넣는다고도 하는데 나는 의미 없이 하고 싶진 않다. 몸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게 생긴다면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Q. 치타에게 랩이란

처음엔 지푸라기 같은 존재였는데 알고 보니 동아줄이었다.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진단으로 힘들던 현실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게 랩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랩은 내 음악의 기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단순히 랩만 하는 래퍼로 남고 싶진 않다.

Q. 인스타그램 속 엄마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인상적이다. 좋은 추억이었을 것 같은데

목 뒤에 새긴 말처럼 세상에 영원한 게 없지 않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슬퍼하고 나니 엄마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지더라. 엄마와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엄마, 나. 이렇게 셋이 찍은, 가족사진이라고 할 만한 게 없더라. 그래서 하루라도 더 빨리, 엄마가 건강하고 젊음에 가까울 때 남겨놓고 싶었다. 엄마와 함께 아빠 사진을 들고 찍기도 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Q. 치타에게 ‘어머니’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작년 11월에 집을 옮기면서 모시게 됐다. 10년 넘게 떨어져 살다가 같이 지내려고 하니 부딪히는 부분이 많더라. 내가 10대 때 기억하던 엄마의 모습과 당시 엄마가 기억하시는 내 10대 때 모습이 시간이 흐른 지금 똑같을 순 없으니까. 세월의 간극을 깨고 지금의 모습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엄마가 ‘엄마’의 역할이 처음이듯 나도 딸이 처음이라 서로 실수할 수 있고 섭섭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서로 오픈하고 넘어가주는 게 맞는 것 같다.

Q. 이상형, 연애와 결혼

연애는 항상 가까이 있었던 것 같고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 같다. 외모적인 이상형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 같다. 예전부터 그랬다. 나는 제이미 폭스를 가장 좋아한다. (웃음) 그 불변의 한 사람 빼고는 외모적인 이상형은 없고, 막상 만나는 사람들의 외모도 천차만별이었다. 보기 좋으면 좋겠지만 특별히 잘생기지 않아도 괜찮다. 외모나 능력, 스펙을 보는 편이 아니다.

다방면에 지식이 많을 필욘 없지만 기본적으로 멍청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인정할 수 있지만 센스가 없는 건 싫다. 세세하게 예를 들자면 가게 직원분들, 택시 기사님 등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면 안 된다. 그 정도가 내가 이성을 볼 때 따지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정말 거지만 아니면 되고, 외모도 정말 엉망만 아니면 된다. (웃음)

빚은 다 있지 않나. 거의 대다수가 대학 입학하면서부터 빚을 지게 되는 사회구조고 사업을 하다 보면 빚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빚도 능력이 있어야 질 수 있는 거더라. 나 또한 나만의 사연이 있듯이 상대방도 특별한 가정사가 있을 수 있으며 누구나 단점이나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저 눈이 빛나고 속이 꽉 차있는 사람이면 된다.

Q. 어떤 어머니가 되고 싶은가

내게 엄마라는 존재는 여리면서도 강인한, 강인하지 않은 부분마저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나중에 결혼을 한 뒤 아이가 생긴다면 축복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낳겠지만 내가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임신·출산과 별개로 입양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세상에 부모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나. 그 넘쳐나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다만 아무 준비 없이 단순한 의지만으로 부양할 가족을 들인다는 건 이기적이고 죄와 같은 일이라 생각하기에 내가 자리를 잡고 멋있는 사람이 됐을 때 손을 내밀고 싶다.

Q.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

연예인 친구들보다는 사적인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편이다.

Q. 친하게 지내거나 자주 만나는 연예인

딘딘, 키썸, 마이노스. 딘딘과 친했었는데 잘 나가고 바쁘다 보니 자주 못 만난다. (웃음) 잘돼서 좋다. 귀엽지 않나. 처음에 만났을 때 ‘힙합의 민족’ 회식 자리에서 투닥거리며 친해졌다. 솔직한 친구다.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나보다 10살 많은 분들과 마음이 잘 맞고 이야기가 잘 통하면 친구가 되기 때문에. 단순한 숫자보다 마음과 생각의 Age가 중요한 거라 생각하는 편.

키썸과도 친한데 항상 일이 많아 자주 보기는 힘들다. 래퍼 중에서는 마이노스 오빠와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 고민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사적인 이야기와 고민 상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머릿속이 정리돼 곡으로 승화되는 경우도 많다.

Q. 올해 목표

방송 활동 등 다양한 루트로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대중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올해 목표다. 회사에서 가져오는 대로 열심히 일 할 계획이랄까. (웃음)

Q. 고등래퍼 이후에도 프로그램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건가

그러고 싶다. 많은 활동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규앨범을 냈다고 해서 음악 활동에 휴식기를 갖고 싶진 않다. 정규앨범 이후에도 새로운 음악 작업으로 꾸준히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어떤 여성으로 남고 싶은가

‘치타 혹은 김은영이라는 여자는 좋은 영향을 꽤 많이 주고 갔다’라고. 우리들을 대변해주기도, 음악과 관련된 어떤 행동과 활동으로 안아주기도 했던 사람. 멋대로인 것 같았지만 겁 없고 사랑이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에디터: 마채림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정인석, 석지혜
의상: 스타일난다, 720
슈즈: 모노톡시
양말: 보타
액세서리: 악세사리홀릭, 비주바이윤은주
백: 네이버 해외직구 해외편집샵 막시마(MAXIMA)
선글라스: 캘빈클라인
아이웨어: 프론트(Front)
헤어: 빗앤붓 윤서희 실장
메이크업: 빗앤붓 이은주 부원장
장소: 퍼스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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