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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득희 “배우의 사명감? 연기로 욕먹지 않는 것”

2018-03-22 16:14:31

[우지안 기자] 한 번 들으면 쉬이 잊히지 않는 이름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서 꾸준히 필모를 쌓아온 배우 가득희. 사극과 현대물을 넘나들며 오로지 연기로 내실을 다져온 그는 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종영 이후 공백기를 가지며 차기작을 위한 재정비를 하고 있었다.

평범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25살에 늦깎이 신입생으로 서울예대에 입학한 그는 직장인 극단 ‘틈새’에서 활동하는 등 연기에 대한 쉼 없는 열정을 가진 배우였다. 캐릭터의 비중보다는 감정선에 집중했고 유명세보다는 작품에 대한 욕심을 가진, 그야말로 배우의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던 배우 가득희. 그에게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어 보였다.

Q. 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종영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요즘에는 연기뿐 아니라 제빵 쪽에 관심이 많아서 취미 겸 자기개발로 배우고 있어요. 배우에겐 공백기도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아직 한 달 정도 됐는데 잠도 못자고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Q. 2008년도 KBS 공채 탤런트 21기로 데뷔, 연기를 늦게 시작했다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어요. 비서학을 전공했고 방송국 임원단에서 비서 일을 2년 반 정도 했었죠. 25살 때 일을 그만두고 서울예대 연극과로 다시 입학했어요. 돌이켜보면 결코 늦은 시작이 아닌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늦었다는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Q. 잘 다니던 직장 생활을 관두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우선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대학교도 준비할 땐 말씀도 못 드리다가 합격증을 보여드렸는데 그때도 탐탁지 않아 하셨죠. 공채 탤런트 합격했을 때도 그다지 반기지는 않으셨고요.

Q.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직장 다니면서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어요. 직장인 극단인 ‘틈새’에 속해 있었고 KBS에서 주최하는 연기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거든요. 그때 용기를 얻었어요. 입시 준비는 회사 다니면서 점심시간 한 시간을 쪼개서 준비했어요. 3주 동안 매일 점심시간 때 트레이닝 받고 시험을 보게 된거죠. 연기에 대한 꿈은 커져 가는데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 연기를 가장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새벽 1,2시까지 연습하고도 다음 날 출근하면 피곤한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Q. 25살 늦깎이 신입생으로 서울예대 입학,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친구들과 학교 다니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초반엔 힘들더라고요(웃음). 아침마다 집합도 있고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학교를 그만 둘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환경에 적응한다고 제가 그 와중에 적응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구호를 외치고 있고 술도 잘 먹더라고요 제가(웃음). 늦게 들어간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했고 부모님 기대에 부흥해야 됐기 때문에 안산 밖을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학점은….


Q. 동기들 중에서 지금 활동하는 분도 있겠네요?

권혁수, 차지연, 조복래요. 혁수랑 복래는 워낙 친해요. 학교 다닐 때부터 끼가 남달랐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잘 될 줄 알았고 지금의 결과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 친구들이랑은 장진 감독님 사단인 ‘만남의 시도’라는 동아리도 같이 했었어요. 신하균, 황정민 선배님 등등 내로라하는 배우분들이 같은 동아리 출신이죠.

Q. 그러고보니 이름 질문을 못했어요. 독특한 이름인데 가명은 아니죠?

아버지께서 중학교 때부터 딸을 낳으면 가득희, 아들을 낳으면 가득찬이라고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데요. 무조건 가득희, 가득찬으로요. 아들은 없어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가득찬이에요(웃음). 하도 이름이 독특하니까 놀리지도 않더라고요. 한 번에 이름을 알아들었던 적이 드물어요. 어딜 가나 1번이었기 때문에 힘든 이름이었어요. 개명 생각도 했었는데 아버지가 서운해하실 것 같아서….

Q. 최근 출연작 ‘행복을 주는 사람’에서 30대 모태 솔로 손명선 캐릭터를 맡았어요. 모태 솔로 캐릭터는 처음이었죠?

막상 모태 솔로 역할을 해보니 ‘아무것도 모를 수 있구나’ 할 정도로 신선한 캐릭터였어요. 주변에 모태 솔로가 아무도 없어서 경험담을 들을 수도 없었고요(웃음).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몰입해야 되는 게 제 직업이잖아요.

Q. 극 중 이윤지 씨 친구 역할을 맡았죠.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너무 사랑스러운 배우들이었어요. 윤지 씨는 마음이 깊은 친구였고요. 제가 만약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었더라면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을 거예요. 지금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 극 중 제 상대역이었던 김진우 친구가 군대를 가서 얼마 전에 한 번 봤고요.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Q. ‘공주의 남자’, ‘인현왕후의 남자’, ‘구암 허준’, ‘제왕의 딸, 수백향’ 등 유독 사극 출연이 많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극을 할 때는 한국말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요. 배우는 감정을 놓고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르가 사극이에요. 확실히 많이 배우거든요. 사극 중에서도 전통 사극을 많이 해야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전 작품을 공부해야 결국엔 현대극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요.

Q.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을 맡았는데 아쉬움은 없었는지

주인공은 당연히 하고 싶고 욕심나요. 하늘이 주시는 기회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연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Q. 주인공을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요?

사극이오. 사극에 대한 욕심이 커서인지 정의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응징하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역할이오. 예전에 ‘여인천하’에서 여배우들의 혈전이 대단했잖아요. ‘수백향’에서 서현진 씨가 맡았던 역할도 좋았고요.


Q. 출연작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제왕의 딸, 수백향’이오.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부분이 있었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배우는 빠르게 임기응변을 해야 되는데 제 스스로의 한계에 치닫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나니 연기도 느는 것 같았고요. 또 너무 추웠을 때 했던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Q. 연기하면서 슬럼프도 겪었을 텐데

모든 일이 그렇듯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라는 생각을 하듯이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사랑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늘 가지고 있어요. 슬럼프라는 것도 내가 더 잘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시간들이잖아요. 저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늘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득희 씨의 롤모델은 누군가요?

메릴 스트립이오. 단 한 씬으로 그 배우의 모든 것이 표현된다는 말이 있는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그 말이 이해가더라고요. 냉철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캐릭턴데 제가 봤던 그 장면에서는 그녀의 연기에 신뢰가 확 가더라고요. 할리우드에서 극찬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에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Q. 연예계뿐만 아닌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이슈가 많아요.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기사가 나왔을 때 분노하기보다는 제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직간접적이라도 그런 경험이 대부분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어찌 보면 피해자인데 방관하고 있었고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게 비겁했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불의를 보면 당당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Q.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제가 이 나이까지 결혼을 안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좋은 사람이 있다면 물론 하고싶지만 지금 당장 조급하진 않아요.

Q.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득희 씨만의 내공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늦게 시작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아무래도 다른 직업군보다 화려하기 때문에 평정심을 잃기 쉬운데 그게 얼마나 쥐약이 될지 알기 때문에 제 스스로에 대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요. 아마 어렸을 때부터 활동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관객들이나 대중들에게 연기로 욕먹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한 틀을 두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그런 배우요.

에디터: 우지안
포토: 장한
의상: 맘누리, 르이엘
슈즈: 섀도우무브(SHADOWMOVE)
선글라스: MCM, 프론트(Front)
헤어: 에비뉴준오 환희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비뉴준오 오지현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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