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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usic Is My Life, 선우정아의 30년 음악 외길 인생

2018-06-20 15:15:55

[허젬마 기자] 네 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갔던 어린 꼬마는 그곳에서 음악이라는 평생의 친구를 만났다. 그 후 단 한번의 외도 없이 한평생 음악과 손잡고 지금까지 걸어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로 불리기까지 30년,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기 직전까지 음악 하는 게 평생의 목표예요” 라고 말하던 그녀, 가수 선우정아다.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을 외치는 요즘 사회에서 선우정아는 말그대로 특출난 ‘인재’다. 독특한 음색과 위트 넘치는 가사,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뚝딱 만들어내는 그녀의 음악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대한민국의 음악시장에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 수긍할 수밖에 없을 터.

평소 팬이었던 기자가 잔뜩 기대를 하고 만났던 선우정아는 기대 이상으로 멋지고 근사한 뮤지션이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허밍을 흥얼거리던 그에게 음악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절대적이고 또 자연스러운 일인 듯했다. 그가 걸어온 30년 음악인생을 단 두 시간 안에 모두 담아내기란 역부족이었지만 아쉽지는 않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음악을 통해 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브라보 선우정아!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어요?

“사진은 아직까지 저에겐 어색한 분야라 조금 긴장되긴 했는데 재미있게 잘 촬영했어요. 이것도 하나의 표현이잖아요. 콘셉트에 따른 의상과 메이크업, 전체적인 무드를 잘 표현해내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게 좀 많죠. 일단 몸이 안 도와주고. 철판 까는 연습을 더 해야겠어요(웃음)”

Q. 근황이 궁금해요

“8월에 단독공연이 있어서 격하게(?)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감사하게도 갈수록 공연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약 2,000명의 관객이 수용 가능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공연을 하게 됐거든요. 이번처럼 큰 공연장에서 하는 건 처음이라 부담이 되면서도 저 역시 기대가 커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Q. YG 프로듀서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출신이라기 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거쳐온 좋은 기회였죠. YG 소속으로 있었던 건 아니고 제 일을 하면서 외부작업으로 일을 했던 거거든요. 저는 10대 후반부터, 정확히는 고2때부터 홍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해 쭉 밴드활동을 해왔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좋은 기회에 YG와 연이 닿았죠.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기회가 아주 갑작스럽게 찾아올 때가 있는 거 같아요. YG와의 인연이 제게 그런 셈이었죠.

그렇게 투애니원의 ‘아이돈케어’ 레게 믹스로 YG와 첫 작업을 하게 됐는데 사실 그때는 프로듀싱이라기 보다는 편곡자 역할이었죠. 그러다 ‘아파’ 같은 곡들을 작업하게 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이나 자세를 좀 깊이 배우게 된 거 같아요. 덕분에 제 음악이 더 발전하기도 했고요. YG와 함께 일했던 건 저에게 큰 기회이자 배움이었어요”

Q. 대중들이 느끼기에 YG 프로듀서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크게 다가와요. 큰 성공을 이룬 것 같고 왠지 돈도 많이 벌었을 거 같고요

그때 잠깐 잘 벌긴 했죠(웃음). ‘아파’가 싸이월드 시절에 나온 곡인데 그때 도토리로 배경음악 같은 걸 많이 사들였잖아요. 그게 스트리밍이 아니고 다운로드 시스템이었는데 ‘아파’가 싸이월드에서 1위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게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더라고요(웃음). 처음으로 한 달에 통장에 천 만원대가 찍힌 액수를 봤죠. 와, 이게 진짜 내 통장이 맞나? 싶더라고요(웃음).

Q. 그때 이후로 삶이 좀 달라지셨나요?

그러기엔 너무 금방 사라졌어요(웃음). 저축을 해놨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Q. YG와 일하면서 선우정아 씨의 음악도 많이 발전했다고 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됐죠. 사람들은 지금도 저의 음악을 굉장히 ‘독특하다’, ‘난해하다’라고 평하시는데 YG와 일하기 전 저의 음악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실험적이었거든요. 그때가 20대 초중반 정도였을 때인데 어린 나이라 그런지 약간의 오만 같은 게 있었어요. 대중음악은 가볍다는 그런 인식 같은 거요. 내가 제일 잘난 거 같고 내가 하는 음악이 진짜인 거 같고.

그랬던 부분들이 YG를 만나면서 와장창 깨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굉장한 행운이었죠. 더 늦게 깨달을 뻔했던 걸, 아니 어쩌면 깨닫지 못할 수도 있었던 걸 YG를 만나 제 고집과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덕분에 제 음악이 좀 더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됐고 지금은 저도 대중가요 매니아가 됐어요(웃음)”

Q. 음악을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했나 봐요

“네 살인가 다섯 살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으니까 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접한 셈이죠. 원래 그 나이때쯤 엄마들이 한번씩 시키잖아요. 저희 엄마도 별 생각 없이 ‘남들 다 하니까 우리 딸도 시켜야지’ 하는 마음으로 피아노 학원에 데려갔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더래요. 어느 정도였냐면 피아노를 악기나 취미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니라 영혼을 불어넣어서 제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요(웃음).

그렇게 쭉 음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화예중 입시를 준비하던 중 내 성격은 클래식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클래식이 아닌 밴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때가 한참 자우림이 인기가 많을 때라 카피도 해보고 기타도 따라 쳐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20대에 대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인 재즈 공부를 하게 됐죠”

Q. 그렇게 어린 나이에 자기에게 딱 맞는 적성을 찾아 외길인생을 걷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한번도 음악 외에 다른 걸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요?

“네. 그러고 보니 정말 한번도 없었네요. 제 나이가 서른 넷인데 거의 30년 가까이 한 길을 쭉 파온 셈이니 중간중간 힘들었던 적은 있죠. 그렇다고 ‘음악 말고 다른 걸 해볼까’ 이런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거 같아요. 제 인생에서 음악을 배제하면 저는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요. 자신감이 확 사라진달까요. 음악은 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절실하게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Q. 18살의 나이에 홍대에서 꿈을 키우던 소녀가 ‘복면가왕’에 나와서 대중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인지도가 확 올라가게 됐죠. 출연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사실 제가 출연하기 1년 전에도 섭외가 들어왔었어요. 나름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복면가왕’ 출연 전부터 유명한 아티스트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존심도 세지고 쓸데없는 체면과 꼰대 같은 것들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쪽팔린 일인 줄만 알아서 그때만 하더라도 절대 안 나간다고 했죠. 그렇게 있는 척은 다 해가며 점잖 빼고 있던 와중에 저의 뒤통수를 확 후려친 게 서인국 씨였어요. 그야말로 ‘덕통사고’를 당한 거죠. HOT 이후로 누구한테 빠진 적이 없었는데 서인국 씨가 나온 드라마를 우연히 보고는 순식간에 빠져버린 거예요(웃음).

그후로 서인국 씨의 행적을 좇으면서 자연스럽게 ‘슈퍼스타K’도 보게 됐는데 그 과정들을 뒤늦게 지켜보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 역시 자기만의 음악세계가 있었을 테고 하고 싶은 음악들이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걸 내려놓고 정말 1부터 다시 시작을 한 거잖아요. 그런 그를 보면서 저에게 자문하게 됐죠. 난 지금까지 뭘 얼마나 해왔으며 아무리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세상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뭘 그리 가진 척을 하고 센 척 하기 바쁘냐고. 그렇게 스스로 자조와 깨달음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쯤 다시 ‘복면가왕’ 섭외가 들어온 거예요.

‘그래 한번 도전해보자’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가서 쪽팔리지만 않게 잘 부르고 내려오자는 심산으로 나갔는데 5연승까지 갈 줄은 저도 예상 못했어요. 이건 제 비하를 하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가면의 힘이 컸다고 봐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 목소리나 모션, 소리내는 방식 하나까지 평범한 게 없는데 거기다 비주얼까지 범상치 않아서 얼굴을 드러내고 나갔으면 되게 난해하게 받아들였을 거 같거든요. 저는 지금도 제 이미지가 저의 음악을 더 독특하고 난해하게 받아들이는 데 일조를 한다고 생각해서요. 사실 듣다 보면 아예 편한 음악은 아니어도 절대 불편한 음악은 아닌데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도 ‘복면가왕’ 덕분에 그런 편견을 벗고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됐죠”

Q. 덕분에 대중들에게 선우정아 씨의 음악을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은 출연하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를 오랫동안 잘 알아왔던 사람들 중에는 실망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냥 고고하게 멋있게 있어주길 바랐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마음까지도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어찌됐건 전반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저희 시부모님들께도 저의 존재감을 증명시킬 수 있었고요(웃음).

그전까지는 ‘음악으로 돈도 나름 벌어오는 것 같은데 대체 너는 어디서 뭘 하는 거니’ 같은 느낌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 제 모습이 나오니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잖아요. 덕분에 시댁과의 사이가 가까워지기도 했고요(웃음). 결과적으로 저에게 ‘복면가왕’의 레드마우스란 너무나 큰 기회였어요. 세상에 좀 더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는 기회 말예요”

Q.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롤모델로 꼽히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색깔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가는 걸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그걸 자신의 음악에 잘 녹아들게 만드는 걸 로망으로 삼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게 쉽지가 않거든요. 회사와 뜻이 맞지 않아서, 혹은 아직 환경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제가 그 밸런스를 잘 유지해서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얼마 전에는 아이유와의 문자가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아이유의 앨범 작업을 함께 도왔는데 그게 고마웠나 봐요. 자기가 이 은혜는 꼭 갚겠다 그러기에 저도 놓치지 않고 쓰윽 내밀었죠(웃음). ‘고양이’라는 곡인데 너무 귀여운 곡이라 혼자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서 발매를 계속 미루고 있었던 곡이었거든요. 다행히 흔쾌히 하겠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Q. 아이유 역시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색깔 있는 가수 중 한명이잖아요. 개성 강한 두 분이 만났으니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 어땠나요?

“저 역시 아이유의 오랜 팬으로서 워낙 똑똑하고 능력 있는 친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겪어본 아이유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똑똑하고 음악성 높은 친구였어요. 정말 놀랄만큼요. 나이는 저보다 어리니까 동생인데 느낌은 선배 같달까요? 앞으로도 영원히 말을 못 놓을 것 같아요(웃음)”

Q. 보통 어디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나요?

“음, 관계? 그게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사물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제가 어려서부터 사물에 의인화하는 걸 잘했거든요. 지금도 어떤 실체와의 관계가 저에게는 가장 큰 소재거리를 주는 것 같아요”

Q.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 혹은 곡이 있다면?

“대부분 한번씩은 자기가 만든 음악에 자아도취에 빠진다는데(웃음), 저에게는 2집에 수록되어 있는 ‘비온다’라는 음악이 그래요. 최근에 냈던 ‘구애’라는 음악도 그렇고. 그래도 ‘비온다’가 좀 더 제 마음에 와닿는 노래인 것 같아요”

Q.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선우정아 씨는 본인의 외모나 음악이 대중들에게 너무 독특하게 비춰지는 게 조금 불편하신가봐요

“아무래도 조금 속상한 부분들이 있죠. 이미지 때문에 음악 자체에 대한 편견이 껴버리는 것 같달까요? 사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도 많은데 제 외모 때문에 더 어렵게 비춰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말하다 보니 제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제 이미지가 분명히 한 몫을 하는 것 같긴 해요”

Q. 아직 선우정아 씨를 잘 모르는 입문자들에게 노래를 추천한다면?

‘봄처녀’요. 저는 좀 신기한 게 오히려 제 딴에는 이 노래가 굉장히 재미있고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되려 대중분들께서는 이 노래를 편하게 받아들여 주시더라고요. 중간에 차용된 가곡의 구절 때문일 수도 있겠죠. 데이터의 결과로 봐서는 그 노래가 그나마 제일 편안할 것 같고 그 다음으로는 ‘구애’가 좋은 것 같아요.

Q. 아까 대중가요도 즐겨 들으신다고 했었는데 최근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은 어떤 거예요?

“레드벨벳의 ‘루키’하고 트와이스의 ‘What is Love’요. 제가 원래도 여자 아이돌들을 너무 좋아하는데 특히 최근엔 이 두 걸그룹을 정말 좋아해요(웃음). 소녀시대는 예전부터 좋아했고. 바라만 봐도 너무 예쁜데 퍼포먼스까지 잘 하니까 제가 다 기특하고 보기만해도 막 흐뭇해져요(웃음)”


Q. 사생활 이야기로 좀 넘어가 볼게요. 남편 분하고 굉장히 오랫동안 연애를 한 뒤 결혼을 하셨다고요

“남편과는 열 아홉 살에 처음 만나 11년 연애 후 스물 아홉 살에 결혼했어요. 저에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죠. 결혼 직전 남편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영혼이라고. 너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영혼인데 너에게 나도 그런 존재이지 않냐고요. 이 말을 듣고 결혼을 확신했어요. 마음에 확 와닿더라고요. 지금 남편은 저에게 영혼의 동반자이자 비선실세 같은 존재예요(웃음)”

Q. 11년 동안 한번도 헤어진 적이 없었던 거예요?

“한 번 있었는데 여러모로 환경이 좀 그랬어요.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서 헤어지는 게 낫겠다 싶었죠. 그런데 도저히 못 견디겠더라고요. 3개월 정도 있다가 제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 다행히 남편도 저와 비슷한 마음이었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게 그냥 결혼으로 서로를 묶어버리자 했죠(웃음). 10대 때 만난 남자와 결혼했으니 저는 남편이 첫사랑이나 마찬가지예요”

Q. 남편도 음악을 하시는 분이라 들었어요. 음악적 조언도 잘 해주시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저에게 정말 생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니까요. 가끔은 너무 솔직하게 말해줘서 싸대기를 날리고 싶을 때도 있다니깐요(웃음). 다른 사람이라면 적당히 돌려서 “그거 좀 지루한 것 같아”라고 하는 이야기를 남편은 “갖다 버려. 지루해 죽겠어”라고 표현해버리니 그 순간에는 제가 좀 충격을 받죠(웃음). 그런데 또 그 충격을 감싸 안아주는 것도 남편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고(웃음)”

Q. 이렇게 개성 강한 뮤지션이 집에서는 어떤 와이프일지 상상이 안 가요

“저요? 그냥 엄청 추레해요(웃음). 저는 그냥 일만 잘하고 그 외에는 전부 바보 같아요. 다행히 남편이 외조를 열심히 해줘서 저는 그냥 제 일에만 신경쓸 수 있게끔 도와줘요”

Q. 아직 아이가 없으신데 혹시 딩크를 꿈꾸시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예전엔 별 생각이 없었고 지금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마음이 열려있어요. 그렇다고 지금은 좀 시기상조인 것 같고. 제가 돈을 벌어야 가정이 돌아가는데 덜컥 임신이 되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노산이 가까워져서 아마 곧 결정을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편이에요?

“그냥 누워있어요(웃음).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집에 있을 수 있는 날에는 최대한 바깥에 나가지 않아요. 좀 집순이 스타일이죠. 가만히 누워서 빈둥대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나마 하는 거라곤 산책 정도예요. 좀 더 나아가면 등산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것 정도?”

Q.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격은 어떤 편인 것 같아요?

“소심하고 너무 생각이 많은 사람? 생각이 너무 많은 데다 소심하기까지 해서 어떤 용기를 내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 길어요. 그래서 때때로 타이밍을 놓치는 때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게 깨지는 유일한 곳이 바로 무대예요. 하지만 그 무대에 서기까지 또 엄청난 생각과 소심한 고민들의 과정을 거쳐야 하죠(웃음).

흔히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노는 거라 생각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저에게 음악은 일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무책임해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제 공연에 돈과 시간을 들여 오는 거잖아요. 그러면 저는 그 돈과 시간 이상의 것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게 생겨요. 저에게 쓰는 것 이상의 것을 돌려드리는 게 저의 도리인 거 같아요”

Q. 뮤지션으로서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인생 목표는 죽기 직전까지 꾸준하기 음악 활동을 하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게 제 평생의 로망이고요. 좀 더 가까운 목표로는 전국 투어, 그리고 좀 더 다양한 나라에서 공연을 해보는 거예요. 꼭 방탄소년단 정도 돼야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웃음). 지금까지 이벤트 성으로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앞으로 좀 더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선우정아에게 음악이란?

“너무 방대하지만, 제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방패가 되어주기도 하고. 제 스스로를 채우는 에너지이자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동력인 거죠. 제가 사랑하는 음악으로 돈을 벌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으니 저에겐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셈이죠”

Q. 뿌리 깊은 팬들이 정말 많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겨주세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엔 부끄럽지만 ‘나를 왜이렇게 좋아해주지’ 싶을 만큼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 분들을 보면서 가끔 아이돌들이 왜 그렇게 습관처럼 팬 이야기를 하는지, 그게 그냥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란 걸 알겠더라고요.

가끔은 저보다 저의 음악을 더 잘 알아주시고 이런 걸 보면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기도 해요. 저는 그 분들 덕에 이렇게 굴러가고(?) 있고 덕분에 계속해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그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더욱 더 제 음악으로 인해 즐거울 수 있도록 정말 이 한 몸 불살라서 진짜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 드리고 싶어요”

에디터: 허젬마
포토: 김태양
의상: 루트원
슈즈: 바이비엘
주얼리: 트라비체
백: 네이버 해외직구 해외편집샵 안나 비르질리(Anna Virgili)
헤어: 크로체나인 신디 디자이너
메이크업: 크로체나인 오희진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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