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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 최정진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다양한 모습 보여줄 것”

2018-07-09 14:17:50

[황소희 기자] 2010년 서울컬렉션 김서룡옴므 패션쇼에 올라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장식하며 모델로서 포문을 연 최정진. 그 후 2014년 On 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guys&girls(이하 도수코)’를 통해 탄탄히 실력을 쌓으며 모델로서 입지를 다져나간 그.

큰 키에 작은 얼굴, 그리고 균형 잡힌 몸매까지 영락없는 모델 포스를 풍기던 그는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첫인사를 맞았다. 완벽할 것만 같은 프로 모델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기는 허술한 매력에 이내 웃음이 절로 나기도.

화려할 것만 같은 모델이라는 직업과 사람 최정진 사이의 숨은 이면을 꺼내 들며 담담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 어떤 목적지라도 도달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길목을 닦아가는 중이라는 모델 최정진을 만나봤다.

Q. 오랜만에 화보 촬영으로 근황을 전하게 됐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다양한 콘셉트를 준비해주셔서 모델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화보 촬영이었어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웃음) 특히 시크한 분위기의 마지막 콘셉트가 가장 좋았어요”

Q.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랑 다르게 여러 분야의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일을 접하고 도전하고 있어요”

Q.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일이라면요?

“모델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남성복 패턴과 봉제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기본 단계를 배우고 있는데, 클래식 셔츠 패턴이나 기본 바지 봉제를 배우고 있어요. 좀 더 실력을 쌓아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넣어 의상을 만들고 싶어요”

Q. 그럼 모델 최정진이 아닌 남성복 디자이너 최정진을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죠. 일단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아가고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를 딱히 정해두고 있지는 않아요. 남성복 디자인을 공부하다 보니까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디자인을 하는 일과 샘플 의상을 만드는 일, 봉제를 전문으로 하는 일로 세분화 할 수 있죠. 우선은 의상에 대해 기본기부터 심도 있게 다져나가고 싶어요”

Q. 배우로 전향한 모델도 많은데, 혹시 연기 계획도 있나요?

“모델을 처음 시작할 때 배우 쪽은 아예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연기자라는 꿈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생각을 늦게 가진 편인데, 영화나 연극에 관심이 많아서 틈틈이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Q. 배우 분야에 도전한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 수업을 받을 때 선배님이나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너는 착하고 순박한 이미지라 강한 역할은 못 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웃을 때는 선한 이미지지만 무표정은 상반되는 모습도 있거든요. 밝은 모습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을 가진 사연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Q. 모델로 데뷔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단순히 모델이라는 직업에 호기심이 생겨서 모델 아카데미에 무작정 등록을 했죠. 3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패션쇼 오디션을 봤는데 덜컥 붙었어요. 때마침 패션위크에 설 기회가 생겨 운 좋게 빨리 데뷔를 할 수 있었어요”

Q. 운 좋게 데뷔는 했으나 모델로 성장한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모델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4년 전 ‘도수코’에 나갔을 때를 전후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사실 ‘도수코’를 나가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어요. 일찍 배우 쪽으로 전향하거나 다른 일을 시작한 모델 동료들을 보면서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거든요. 어느 정도 모델 경력을 쌓았던 때라 출연하는 게 더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도수코’를 출연한 후에도 미래에 대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거든요”

Q. 모델 경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신인 모델들과 경쟁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때는 굉장히 절박한 심정이었어요. ‘도수코’를 통해 모델이라는 직업을 연장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죠. 화보 촬영이나 많은 쇼를 서면서 모델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결정적으로 저를 알릴 기회는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라도 저를 아는 분들이 생긴다면 모델 활동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도수코’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Q. ‘도수코’를 출연하면서 기억에 남는 미션이 있다면요?

“합숙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로 탈락자가 발생하는 미션이 있었어요. 그때 죽마라고, 1미터가 넘는 나무 막대기를 넣은 롱부츠를 신고 화보 촬영을 했어요.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데 포즈까지 잡으려고 하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색다른 촬영이라 특히 기억에 남아요”

Q. 모델 활동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런웨이에 설 때죠. 모델에게 쇼에 오르는 것만큼 벅차고 행복한 순간은 없을 거예요. 또 디자이너분들께서 칭찬해주실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모델은 옷을 표현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잘생겼다는 말보다 ‘이 옷은 너밖에 소화할 수 없는 옷이다’라는 칭찬이 가장 큰 기쁨이죠”

Q. 수많은 쇼 중에 기억에 남는 런웨이가 있다면요?

“2010년 서울컬렉션 김서룡옴므 패션쇼로 데뷔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서룡 선생님의 쇼에서 메인 모델로 섰던 런웨이도 빼놓을 수 없죠. 또 4천 명의 관객이 모였던 우영미 디자이너의 솔리드옴므 쇼도 있죠. 제가 했던 쇼 중에 기억에 남는 걸 꼽자면 이렇게 세 개가 떠올라요”

Q. 런웨이에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고요?

“저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런웨이를 걷는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한번은 순간적으로 그 시선을 확 느껴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2천 명 정도 되는 분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에너지를 순간 인식해서 살짝 다리가 풀렸는데 영상으로 봤을 때 다행히 티가 안 나더라고요. (웃음)”

Q. 만약 모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도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이에요. 아마 대학교 때 배웠던 전공을 살려서 평범하게 취직하지 않았을까요. 컴퓨터 게임 그래픽을 배웠는데,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가 됐을 것 같아요. 가끔 후회가 들기도 해요. 차라리 전공을 열심히 살렸다면 지금의 불안정한 상황보다는 조금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죠”

Q. 화려한 이미지의 모델이지만 대중이 모르는 이면도 존재하겠죠?

“많은 모델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생활적으로 힘들 때가 많아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불확실한 미래와 일정하지 않은 수입이 현실적인 문제죠”

Q. 오랫동안 모델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을 것 같아요

“신인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오히려 편하게 촬영을 하곤 했어요. 4년, 5년 차가 되니까 경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카메라 앞에서 몸이 굳어갔죠. 그게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니 촬영할 때 트라우마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슬럼프가 왔던 것 같아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많이 했죠. 촬영 전에는 몸을 가볍게 풀면서 긴장을 떨쳐냈던 것 같아요”

Q. 모델로서 몸매 관리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먹는 걸 정말 좋아해요. (웃음) 주변에서 ‘너는 왜 살이 안 찌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먹은 만큼 운동을 엄청나게 하는 편이에요. 식단 조절보다는 먹고 싶을 때는 마음껏 먹고 그에 상응하는 자극을 주려고 해요”

Q. 롤모델이 있다면요?

“예전부터 쭉 윤진욱 선배님을 롤모델로 생각해왔어요. 지금은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지만 제가 신인 때는 우상이나 다름없었죠. 주변에서 둘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배웠던 것 같아요. 형이 워킹하는 걸 보면 정말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저랑 비슷한 시기에 모델 데뷔를 한 강희는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모델 활동을 시작해서 걸림돌이 없었지만 대부분 모델 후배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군대 때문에 생기는 공백 기간이죠. 강희는 군대를 다녀오고 공백 기간이 꽤 있었지만 어떻게든 자기가 원하는 색깔을 찾고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더라고요”


Q. SNS에 올린 드로잉 아트를 보니 그림 실력이 뛰어나던데요

“그림에 관심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는 일 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처음에는 허술한 실력이었지만 꾸준히 그리다 보니 조금 실력이 생긴 것 같아요. 단순히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그릴수록 흥미가 생기고 집중력도 커지더라고요. 스트레스 해소도 돼요. 생각이 많을 때 그림을 그리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그림만 그릴 수 있으니까요”

Q. 특히 안소희 씨를 그린 그림이 많던데, 오랜 팬이라고요

“사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안소희 씨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확실히 다른 분들 그릴 때랑 다르게 팬의 마음으로 그리다 보니까 그림의 퀄리티가 다르더라고요 (웃음)”

Q. 그럼 이상형 역시 안소희 씨인가요?

“이미지로 봤을 때는 안소희 씨처럼 고양이상을 가진 분이 좋더라고요. 성격은 시원시원하게 할 말을 하는 솔직한 성향을 가진 분을 좋아해요”

Q. SNS를 보니 덕후 기질이 있는 것 같던데요. 최근에 입덕한 분야가 있나요?

“타고난 덕후 기질을 갖고 있어요. (웃음)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서 3년 동안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돈을 버는 목적보다는 정말 캐릭터를 좋아해서 했었죠. 최근에는 겨울 스포츠 종목에 입덕 했어요. 힘들게 티켓팅에 성공해 동계올림픽을 보러 평창에 다녀왔는데, 그때 컬링 4강전을 보고 컬링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또 얼마 전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을 직접 보고 오기도 했어요. 만약 모델이 되지 않았다면 컬링과 쇼트트랙 선수를 꿈꿨을 것 같아요 (웃음)”

Q. 닮은 꼴이 많은 것 같아요

“주로 닮았다고 듣는 분들이 몇 분 있어요. 에릭 씨, 이승기 씨, 김영광 선배님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요. 세 분의 특징이 있다면 시원시원하게 잘 웃는 스타일의 분들인 것 같아요. 멋있는 분들을 닮았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좋죠 (웃음)”

Q. 마지막으로, 모델 최정진이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요?

“경력이 쌓이고 오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고정된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지 않아요.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가장 큰 고민이라 아직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그림이나 남성복 패션에 대해서도 길을 열어 놓고 싶어요. 지금은 목표를 잡기보다는 어떤 목적지라도 도달할 수 있게끔 여러 갈래의 길을 닦아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에디터: 황소희
포토: 홍도연
의상: 영오, 노앙
슈즈: 페이유에, 엑셀시오르
헤어: 살롱드뮤사이 진서 실장
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신단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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