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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희경 “2019년은 인생 캐릭터 만나 연기에 올인하고 싶다”

2019-01-02 17:10:30

[오형준 기자] 가수,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이제는 연예인 한 명이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연령대가 조금 높아지면 이러한 멀티 플레이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1987년 강변가요제 대상, 두 장의 음반을 낸 가수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더니 이내 활동무대를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옮겼다. 50대의 이 중년 배우는 힙합에도 도전해 경연 프로그램의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데뷔 이후 3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종횡무진 활약한 아티스트를 꼽자면 단연 이 사람, 배우 문희경이 아닐까.

팔색조 같은 매력으로 날이 갈수록 독보적인 아티스트가 되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bnt와는 벌써 두 번째 만남을 가진 그는 요즘 10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 ‘메노포즈’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2018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그의 요즘을 들여다봤다.

Q. 요즘 공연으로 바쁠 것 같다

“그렇다. 뮤지컬 ‘메노포즈’ 공연 중이다. 중년 여성들의 갱년기,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내 또래의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고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다. 장안의 화제작이다(웃음). 중년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Q. ‘메노포즈’는 모든 배역이 트리플 캐스팅이더라. 문희경의 ‘전문직 여성’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번에는 나, 신효범, 홍지민의 트리플 캐스팅이다. ‘전문직 여성’ 역할을 맡았는데 세 사람이 표현하는 색깔이 전부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홍지민과 신효범의 중간이 아닐까. 홍지민의 경우 털털하고 정말 아줌마스러운 느낌이고 신효범은 편안한 매력이 있다”

“나는 그 중간의 카리스마와 보이시한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다. 여자가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없어지고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면서 중성화된다. 그래서 나는 약간 그런 방향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세 명의 매력이 정말 다르다. 그래서 우리 공연을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보는 관객이 많다고 한다. 배우들의 조합마다 뮤지컬의 재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Q. 제목은 알고 있던 작품이지만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정말 어머니와 같이 보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친구들이 보고 나서 어머니에게 효도 선물을 한다든가 남편들이 갱년기로 고생하는 부인들을 위해 티켓을 사서 선물해준다고 들었다.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은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Q. 오랜만에 하는 뮤지컬이 힘들지는 않았나

“‘메노포즈’는 10년 만에 하는 뮤지컬이다. 영화와 드라마만 하다가 오랜만에 하는 뮤지컬인데 오랜만에 하다 보니 힘들더라. 노래라는 것은 매일 연습해야 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성대도 많이 늙었고 소리도 예전만큼 안 나더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연습하고 집에 오니 목이 쉬더라.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연습했다”

“이번을 계기로 2년에 한 번 정도는 꼭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은 힘든 만큼 뿌듯하다. 네 명이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두 시간 동안 그렇게 하고 나면 뭔가 꽉 채워진 느낌, 배우로서 만족감이 있다”

Q. 다른 인터뷰를 보니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

“많이 느낀다. 특히 영화 같은 경우에는 40대, 50대 여배우들이 할만한 역할이 정말 드물다. 사실 전도연, 김혜수도 몇 년에 한 작품 하는데 나는 더 하지. 한동안 영화는 할 만한 작품이 없어서 드라마를 많이 했다. 요즘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평범한 엄마 역이다. 직업이나 캐릭터가 드러나기보다는 한 집안의 엄마 역할이 대부분이다 보니 배우로서 갈증을 느낀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인데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배역이 없어 아쉽다”

Q. ‘메노포즈’가 그 갈증을 좀 해소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 오롯이 여자 배우 네 명이 끌고 나가는 극이기 때문에 뿌듯함이 크다. 내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작품 중 괜찮은 작품이다”


Q. 올해 개봉 영화도 많았고 드라마, 뮤지컬까지 하고 있다. 힘들지는 않나

“나는 촬영 현장이나 공연장에 가면 편하다. 일하는 게 힘들지 않고 즐겁다. 일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안 할 때가 더 힘들다. 일하는 게 즐겁다. 힘들고 피곤하다가도 현장 가서 촬영하면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Q. 다음 질문이 건강관리였다. 비결이 있다면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관리는 필수다. 촬영이 없을 때는 수영,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집에서 스쿼트라도 한다. 그런 식으로 체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또 음식도 잘 챙겨 먹는다. 세월에 장사 없더라(웃음)”

Q. 이제 올해 나온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한다. ‘인어전설’, ‘어멍’ 두 작품 모두 제주도가 배경이었다

“나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게 자랑스럽다. 나의 감성적인 부분은 제주가 나에게 물려준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흙을 밟고 자란 것과 아스팔트를 밝고 자란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다에서 물과 놀며 자랐기 때문에 그런 정서적인 부분이 내가 배우가 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Q. ‘어멍’에서 아들로 나온 어성욱(연준)은 직접 추천했다고 들었다

“대본을 봤을 때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뼛속 깊이 제주 사람이 아니면 그 정서를 표현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언어도 그렇고. 대본을 봤을 때 ‘나 아니면 누가 해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두심 선배님이 계시지만 이제 나이도 있으시고 그쪽에서 안 되면 이제 나한테 오더라(웃음). 그래서 어머니 역은 내가 하게 됐다. 아들 역도 제주 정서를 모르면 표현을 못 할 것 같더라. 아무리 서울 사람이 제주 언어를 배워서 한다고 해도 그 맛을 못 낸다. 그래서 제주 출신 배우 어성욱을 추천했다. 그렇게 같이하게 됐는데 둘의 케미가 정말 좋다. 제주를 배경으로 모자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가슴 찡한 부분도 있고 좋은 영화다”

Q. 제주 출신 배우들을 눈여겨 보겠다

“그렇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

Q. 네트워크가 있나

“제주 출신 배우, 영화감독, 제작자 등 엔터 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모임이 있다. ‘제주 엔터테인먼트 모임’이라고. 그전에는 내가 회장이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제주 청소년들을 위해 재능기부 캠프를 연다. 우리가 자랄 때는 그런 혜택이나 정보가 없어 서울에서 맨땅에 헤딩했다. 이제는 우리가 후배들을 돕고자 엔터 쪽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연다. 학생들 반응이 좋다. 내가 제주로부터 받은 유산을 다시 제주에 있는 후배들에게 환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Q. 요즘 눈여겨보는 배우가 있다면

“‘마녀’라는 영화를 봤는데 김다미, 최우식 등 어린 친구들의 연기가 정말 좋더라. ‘스윙키즈’의 도경수도 그렇고 연기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내 첫 영화 출연작이 ‘좋지 아니한가’인데 (유)아인이가 내 아들 역할이었다. 아인이도 그때 그 날것의 연기가 좋았다. 당시에 ‘어린 친구가 저런 연기를 하네?’라고 생각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찌릿찌릿하다”


Q. 배우 활동을 꽤 오래 해왔다. 보람을 느꼈던 적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어디 가면 배려해준다. 그럴 때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아주머니들은 손도 꼭 잡아주신다. 그분들의 사랑을 먹고 지금까지 올 수 있던 거니까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돼야지,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지’하고 생각한다”

Q. JTBC ‘힙합의 민족’ 이후에도 송민호와 연락한다고

“지금도 가끔 연락한다. 요즘 ‘아낙네’가 음원 차트 1위를 해 기분이 좋다. 나랑 ‘엄마야’ 할 때 그 무대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좋다. 송민호가 있어 무대가 떨리지 않고 의지가 됐다. 나한테 엄마라고 한다.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해주며 정말 든든한 아들 역할을 해줬다. 저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꿈 같은 시간이었다”

Q. 이후에 힙합 관련 프로그램에 다시 나가볼 생각은 있나

“없다. 좋기도 했지만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가사 쓰는 게 말도 못 한다. 가사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다. ‘힙합의 민족’ 이후 힙합 골수팬이 됐다. Mnet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 ‘고등래퍼’도 다 봤다. 갈수록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다들 자기 이야기를 잘 쓰는 것 같다”

Q. 문희경의 2018년을 돌아본다면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었던 한 해다. 10년 만에 뮤지컬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다. ‘내가 앞으로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는데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동안 뮤지컬을 너무 안 해서 몸도 굳고 성대도 굳어서 두려움에 있었는데 하면서 극복한 것 같다. 조승우를 보면 드라마, 뮤지컬, 영화를 다 잘 하지 않나. 뮤지컬도 자주 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항상 안주하지 않고 채찍질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2019년 바람이 있을까

“배우는 항상 좋은 캐릭터.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좋은 캐릭터를 만나 연기에 올인 해 보고 싶은 그런 한 해다”

에디터: 오형준
포토: 조재언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데무, 노미나떼
주얼리: 바이가미
슈즈: 바이비엘
백: 토툼(TOTUM)
헤어: 제니하우스 프리모 신재 실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프리모 성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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