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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드클라운 “모든 선택 기준은 ‘나’, 내가 정말 행복한 것 찾는다”

2019-10-29 15:24:12

[오은선 기자]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처음 매드클라운의 노래를 들었을 때, 화보 촬영장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촬영을 진행하는 도중과 촬영 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순간, 모두 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 면이 매드클라운이 가진 독특한 매력 아닐까. 애절한 사랑노래를 읊는 다정한 모습은 물론 자신을 붙잡는 여자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나쁜 남자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이 개구진 그 얼굴 안에 모두 공존하며 순수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까지 매드클라운 안에 존재한다. 어떤 단어로 그를 정의할 수 있을까.

랩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매드클라운의 ‘착해빠졌어’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 하지만 이 명곡 하나로 그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무궁무진한 그의 매력은 아직까지 50%도 공개되지 않은 것 같으니. 이 인터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어쩌면 수 천 개일지도 모르는 새로운 모습의 그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Q. 화보 촬영 소감

“내가 원체 포즈랑 동작이 한정적이다. 웃는 것, 멍하게 있는 것뿐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두 편하게 해주셔서 정말 재미있게 작업한 것 같다. 특히 마지막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원래 나와 잘 어울렸다. 멋있게 찍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찍히는 것이 좋다”

Q. 근황

“그냥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초쯤 앨범이 나올 것 같다. 재미있는 형식이 될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아직 비밀이다(웃음). 엄청나게 대단하고 파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한다”

Q. 마지막 앨범이 나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정규 앨범이 나온 지 2년 6개월 정도 됐다. 오래됐네. 중간 중간 다른 일도 많았고, 바빠서 그랬던 것 같다. 여러 가지를 준비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년 초에는 꼭 앨범을 내려고 한다”

Q. 유년시절,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하다

“게임 좋아하고, 완전 ‘아싸’였다. 자발적 아웃사이더(웃음).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나와 다른 사람은 하찮게 취급했다(웃음). 나가서 하는 축구나 이런 운동보다는 유희왕 같은 카드 게임, 닌텐도가 좋았다. 그 후 중학생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무래도 힙합을 췄기 때문에 저절로 랩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Q. 작업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나

“보통 걸으면서 생각이 난다.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도 얻긴 하지만, 대부분 좋은 생각들은 산책하면서 얻었다. 아무래도 걷게 되면 머리에 피가 잘 돌지 않나. 옛날 몇몇 예술가나 철학가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발바닥으로 생각하라’”

Q. 그러면 걸으면서 생각한 곡은 어떤 걸까

“‘우리 집을 못 찾겠군요’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어떤 곡을 만들 때 한 가지에서만 받은 영감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여러 군데에서 얻은 영감을 조립하는 편이다. ‘착해빠졌어’도 마찬가지다”

Q. ‘착해빠졌어’에서는 굉장히 나쁜 남자인데, 실제로는 정반대 같다

“그렇죠(웃음). 하지만 연애할 때는 또 다르다(웃음)”

Q. 아무래도 Mnet ‘쇼미더머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가장 수혜자로 꼽히기도 하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 누가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하나

“비와이. 화제가 많이 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실력과 캐릭터를 ‘쇼미더머니’라는 지렛대를 통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폭발적으로 사용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Q. ‘쇼미더머니’ 참가자, 프로듀서로 출연했을 때의 각자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다

“프로듀서는 정말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 반면에 참가자는 정말 많이 떨린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엄청나게 큰 무대도 서봤지만, 그런 무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많이 떨린다. 아무래도 같은 래퍼들이 보고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정말 많이 긴장된다. 그래서 청심환을 먹어볼까 했지만 ‘뭐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싶어서 먹진 않았다(웃음)”

Q. 프로듀서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친구 정말 나중에 대성하겠다’라고 생각한 아티스트가 있다면

“머쉬베놈. 빨리 떨어지긴 했지만 정말 괜찮았다”

Q 그렇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본인만의 것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다들 기술적인 것은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실력이 상향평준화 됐다. 하지만 어찌 됐든 자기를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예술은 결국 자기 표현이다. 지금까지 봐오던,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하던 방식으로 동일하게 표현한다면 굳이 그 사람의 작업물을 찾아 들을 필요가 없다. 자기만의 목소리와 냄새로 얼마나 잘 표현해내는가? 본인의 감성. 본인의 새로운 표현 방식. 얼마나 창의적인지를 위주로 봤다”

Q. 매드클라운은 노력파라는 소리가 있던데

“나는 노력을 꽤 많이 했다. 그리고 작업이 정말 오래 걸리는 편이다. 가사를 쓸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앵두 같은 입술’이라는 표현은 처음 썼을 때는 굉장히 신선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쓰여진 표현이다 보니 이제는 죽은 표현이다. 가사를 쓸 때도 이런 것을 다 생각해야 한다. 죽은 표현을 쓰는 것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려고 하다 보니 오래 걸린다”

Q. 가장 변화해야겠다고 느끼는 본인의 모습

“확실히 있다. 게임 줄이는 것(웃음). 아직도 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배틀그라운드, 롤 위주다. 줄여야겠다고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

Q.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매드클라운 노래는 감성 노래, 사랑 노래가 많다. 본인이 원래 추구하던 노래였나

“음. 처음에 스타쉽에 가서 ‘착해빠졌어’가 잘 됐을 때는 조금 그런, 싫었던 마음이 있던 것 같다. 그런데 남녀노소 많이 공감해주고 따라 불러줄 수 있는 노래를 갖는다는 것이 굉장히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그런 감정이 사라졌다. 좋은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내가 했던 여러 사랑 노래들을 굉장히 아낀다. 그렇다고 앞으로 쭉 이 방향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느낌의 곡을 할 예정이다”

Q.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가는 노래

“’우리 집을 못 찾겠군요’라는 노래가 개인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도 그렇고, 최대한 대중성을 생각한 필살기 같은 곡이다. 가사, 표현 방식, 피처링, 멜로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넣은 것 같다. 최고의 대중성을 띤 노래. 이를 염두하고 만들었다”

Q. 발음이 좋은 래퍼로 꼽히는데, 따로 연습했나

“아니다. 보통 톤이 높을 경우에 딕션이 좋다. 따박따박 꽂힌다”

Q. 래퍼가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것. 본인의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가사도 사실 영화처럼 픽션으로 쓸 수 있다. 사실만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정말 잘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나 역시 작업할 때 그것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스스로 공감하면서 정말 즐길 수 있는 노래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Q. 같이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

“송창식 선생님. 정말 희박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그 분이 내시는 소리는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냥 멋있다. 깊이 있고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예전부터 인터뷰 때마다 말했던 이선희 선생님.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내 희망 사항이다”

Q. 롤모델

“양동근 선배님. 음악에서 굉장히 자연스러우시고, 예전에 무대를 보고 정말 울 뻔했다. 항상 무언가 음악 안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굉장히 좋다. 그 안에서 굉장히 창의적으로 본인의 것을 표현하신다. 정말 멋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다(웃음)”

“그 자연스러움이란 것이 정말 힘들다. 나는 언제나 벽을 세워놓고 사는 사람이다. 음악을 할 때도 그 벽을 깨뜨리기가 힘들다. 그 형님은 자유로움이 일상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챙겨본 드라마가 MBC ‘네 멋대로 해라’다. 그 드라마가 정말 인생 드라마다. 거기서도 정말 멋있었다”

Q. 랩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됐던 순간

“‘나쁜 피’라는 곡을 할 때. 이때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요 하는 매드클라운이 되고 난 후에 욕을 많이 먹던 시기다. 그때 그 심정을 담은 곡이다. 굉장히 폭력적인 비유로 풀어냈는데, 그 당시 내가 듣던 비난과 비슷한 정도다. 그 노래를 할 때는 미친 사람처럼 랩이 나온 것 같다. 그 당시에 굉장히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Q. 인생이 허무했던 시기도 있었겠다

“음악이 재미 없었을 때. 아마 ‘화’ 내고 나서인 것 같다. ‘착해빠졌어’, ‘화’를 낸 다음에 ‘잘 되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에 그것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작업을 했다. 그래서인지 재미가 없었다. 다시 재미를 찾게 된 계기가 Mnet ‘고등래퍼’ 멘토 활동이다. 최하민을 보면서 그 어떤 뮤지션보다도 영감을 가장 많이 받았다. 정말 유연하고, 신선하고 새롭다. 내게 정말 충격적이었고, 그 때부터 다시 또 음악적으로 열심히 한 것 같다. ‘고등래퍼’ 출연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아무래도 마미손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겠다. 마미손과 만난 적이 있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미손?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꼭 만나보고 싶다. 누굴까 정말 궁금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계속 엮어가면서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고, 화도 난다. 또 복면이 살짝 뚫려있지 않나. 눈가 주름이나 여러 가지 상태를 보니 나이도 어지간히 드신 것 같은데 왜 굳이 우스꽝스럽게 복면을 쓰고 계시는지(웃음). 안 그랬음 좋겠다”

Q 지금 가장 원하는 한 가지

“2020년 초에 게임이 발매될 예정이다. 기다리기가 정말 힘들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인데 두 번째 작품이 나온다. 정말 하고 싶다(웃음)”

Q. 다른 콘텐츠 계획은 없는지

“아마 유튜브를 할 것 같다.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일 것 같다. 그냥 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브이로그, 일상은 아니다. 텍스트로 무언가 재미있게 해드리고 싶다”

Q. 올해 계획은 다 이뤘나

“‘쇼미더머니’도 했고, 앨범 작업도 했다. 지금 목표는 다음 앨범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따로 있다. 우선 30대까지 음악을 하고, 그 뒤에는 음악으로 무언가를 했으니 새로운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크게 한 두 가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다음 올림픽 때 비보이 댄스가 종목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다. 그 기간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참가 신청을 하고 싶다. 거기에 나가는 것이 나의 큰 계획이다. 40대에는 춤을 추는 사람이고 싶다”

Q. 전하고 싶은 메시지

“요즘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이 갈등 상황을 마주친다면 그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나’여야 한다.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생각한답시고 행동하는 것은, 어줍잖은 동정심으로 착각해서 내리는 결정인 것 같다. 나중에 더욱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지금 행복한가

“지금? 행복한 순간도 있고 다운되는 경우도 있고. 늘 일관될 순 없지 않나(웃음). 그것이 인생이다”

에디터: 오은선
포토그래퍼: 김연중, 글래머샷
영상 촬영, 편집: 문익성
의상: 캉골, 클럽모나코, 겐조옴므, 운무, 논메인스트리머
안경: 까스텔바작
반지: 오드콜렛
슈즈: 라코스테 풋웨어, 엑셀시오르, 겐조옴므
러그: 에이미루시
헤어: 에이치스타일 가로수점 현조 원장
메이크업: 에이치스타일 가로수점 소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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