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견미리 “조금 시들었지만 그만큼 더 잘 익어 달달한 열매 같은 배우가 최종 목표”

정혜진 기자
2020-05-26 10:48:22

[정혜진 기자]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은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욕심일 것. 198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견미리는 그 꿈을 이어가는 배우 중 하나다.

1995년 SBS ‘장희빈’에서 명성왕후 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2004년 MBC ‘대장금’, 2006년 MBC ‘주몽’이라는 작품을 통해 실감 나는 악역 연기를 펼치며 넓은 스펙트럼을 인정받음은 물론 악역 연기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다수의 드라마와 방송에 출연하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브라운관을 누비던 그녀. 이젠 별다른 욕심보다는 친구 같은 두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이자 엄마가 되기 위해 연기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Q.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화보 촬영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Q. 근황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작품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계속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

Q. 요즘 즐겨보는 작품이 있다면?

“요즘 외출이 어렵다 보니 거의 모든 드라마를 다 본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재밌게 보고 있고, JTBC ‘부부의 세계’,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도 본다. 예능은 JTBC ‘아는 형님’ 좋아한다. TV조선 ‘미스터트롯’ 나온 멤버들이 예능에 많이 출연하는데 그런 것도 재밌게 보고 있다. ‘미스터트롯’ 자체도 너무 재밌게 봤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나도 힐링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힐링하는 게 좋더라.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도 가수들이 감동을 주는 것도 있지만, 가수들이 다시 감동을 받는 장면이 좋았다”

Q. ‘미스터 트롯’ 중에 누구를 응원했나

“처음엔 김호중 씨를 응원했는데 나중엔 전부 다 매력이 달라서 모두의 팬이 됐다”

Q. 로맨스에 도전해보고 싶진 않은지

“도전하고 싶다. 로맨스라고 하면 보통 격한 사랑을 생각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잔잔한 사랑이 더 좋은 것 같다. 요즘엔 사람들이 너무 강렬한 걸 찾는다. 특히 JTBC ‘부부의 세계’를 보는데 너무 무섭더라. ‘저렇게 살면 너무 피폐하지 않을까?’ 싶다. 연기자로서 저런 연기도 해보고 싶긴 하면서도 보기만 해도 너무 힘들 것 같다. 아마 하는 내내 김희애 씨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참 잘한다.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봤다”

Q.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SBS 드라마 ‘사랑 공감’. 어른들의 미니시리즈였다. MBC 드라마 ‘대장금’을 하고 나서 바로 그 작품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었다. 가슴이 많이 아프게 찍은 작품이어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평소 나의 성격과 비슷했던 작품 속 캐릭터는?

“사실 어떤 캐릭터든 들여다보면 다 견미리이긴 하다. 악역을 할 때는 나에게 있는 최대 악한 모습으로 그려내는 거고, 선한 캐릭터는 나에게 있는 선함을 최대한 보여주는 거라 어떤 것이든 다 나인 것 같다. 내가 아닌데 그렇게 연기를 한다면, 진짜 잘하는 연기자가 아닐까?(웃음)”


Q.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실감 나는 악역을 선보여 아직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그렇게 악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지?

“그때 악역이 처음이었다. 그전까지는 정말 착한 역할을 많이 했었다. MBC ‘대장금’이 끝나자마자 다시 착한 연기로 돌아갔는데, 내 연기를 착하게 봐주지 않거나 착한 역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더라. ‘대장금’은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때 생각한 건 악역을 잘해야 극이 살고, 악역이 매력 있어야 극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착한 역할을 받쳐주는 건 악역이다. 그래서 악한 연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가 배로 든다. 그 사람들이 쏟는 열정을 생각하면 욕하기보다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내가 악역을 잘했다기 보다는 작품이 워낙 좋았고 선과 악의 구도가 좋았기 때문에 더 악한 연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많은 배우 후배들이 있는데, 요즘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후배 배우가 있다면?

“정말 다 잘한다. 신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날 것의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연기는 박제 같다. 고정적이고 어떻게 연기할지 뻔하고, 틀에 박힌 느낌이 있다. 그에 비해 후배들은 타고난 끼도 많고,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나 싶어서 따라 해 본 적도 많다. 심지어 비중이 크지 않은 역할을 연기하신 분들도 다 너무 잘해서 매료돼 볼 때가 있다. 부러울 때가 많다”

Q. 평소 쉴 땐 뭐하면서 지내는지

“운동하고 영화도 많이 본다. 요즘 영화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쉽다. 개봉한 영화는 빼놓지 않고 거의 다 본다. 공부이면서도 봐야 하는 필연적인 느낌이 있다. 운동도 많이 한다. 필라테스도 하고 만보 이상 걷기도 하고 골프, 탁구도 한다”

Q. 많은 분들이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생각한다. 평소 성격은 어떤지?

“왜 사람들이 나보고 도도하고 차갑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어떤 면에선 장점이면서도 단점인 것 같다. 지금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라는 작품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지창욱 씨가 나온다. 지창욱 씨 엄마 역할로 사투리 쓰면서 팍 퍼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절대 안 되다고 하더라. 반대편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사모님 역할을 맡게 됐다. 사모님 역할 그만하고 싶다. 차라리 사모님 말고 회장 시켜줬으면 좋겠다(웃음)”

Q. 그럼 앞으로는 상반되는 역할을 맡고 싶나

“그렇긴 한데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살짝 겁난다. 배우 김선영 씨나 라미란 씨 연기를 보면 늘 감탄한다. 저런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 이번에도 지창욱 씨 엄마 역할로 김선영 씨가 발탁됐다는 말을 듣고 바로 수긍이 됐다. 어떤 역할이든지 다 흡수되는 연기자다. 역할을 바꿔서 한번 해보면 재밌을 것 같긴 하다. 지금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 보다는 행복한 작품에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Q. 동안 외모 관리 비법은?

“술을 안 마신다. 이번 화보 촬영 때문에 저녁도 줄이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잠도 많이 잤다. 아주 소소한 건데 평소보다 더 영양 크림을 바르고 치아 생각해서 커피도 좀 덜 마시려 하고. 우리 딸들이 날 보고 ‘관리의 끝판왕’이라고 하더라. 자기들은 그렇게 힘들게 못 산다고(웃음). 별거 아니지만 철저하게 지키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심 없는 연기자가 된 느낌이 든다.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직업의식이라 할 수 있겠다”

Q. 날씬한 몸매 비법은?

“우리 집에 있는 여자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다. 그래서 저녁을 같이 안 먹으려 한다. 사실 50살 전에는 식단으로만 몸매 관리를 했었다. 그러다 50살이 됐을 때 ‘아 밤에 잠이 안 오는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배가 나올까 봐 못 먹겠는 거다. 살면서 너무 못하는 게 많더라. 밤에 실컷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낮에 운동을 해서 밤에 보상을 받자는 느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오히려 몸매가 더 예전보다 예뻐진 느낌이지만 세월을 이길 순 없다. 예뻐졌다 해도 나이에 맞게 흐르는 거라서. 요즘은 세 끼를 꼬박꼬박 먹고 있다”


Q. 이유비, 이다인 자매와 평소 친구처럼 지내는 것 같다.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친구처럼 지낸다. 난 아이들을 강하게 훈육하면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애들은 아니라고 하더라. 엄마는 늘 약했다고. 요즘엔 아이들이 다 커서 너무 좋다. 처음 (이)유비는 연기자 시작할 때 나한테 말도 안 했었고, (이)다인이는 연극영화과 가겠다고 시위를 해서 갔다. 내가 걸어온 길을 걷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았기에 정말 심하게 반대했다. 유비는 음악인이 되고 다인이는 영어 전공을 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가지 꿈이 다 무너지고 막내아들까지 음악을 한다고 하니 다 놔버렸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같은 길을 걸으니 오히려 더 좋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Q. 서로 옷이나 화장품도 공유하면서 지내나

“가끔 딸들 방에 가서 “엄마 쇼핑 왔다”고 한다. 특히 큰 딸 방에 자주 간다. 일부러 옷 정리도 해주고 기부할 거나 프리마켓 할 거 있으면 모아두고 내 쇼핑도 한다. 그래서 평상시에 옷을 젊게 입는 편이다. 찢어진 청바지도 입고”

Q. 딸들 중에 누가 더 나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나

“반반 닮았다. 유비는 좀 성격이 화통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성격이고, 다인이는 얌전하고 소극적이고 남 배려하는 성격. 딱 봐도 다인이는 여성스럽고 유비는 보이시하다. 내 안에도 그런 모습이 있다”

Q. 화장품 사업 쪽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노하우가 따로 있었나?

“내가 사업을 한 건 아니지만, 많이 화제가 되긴 했다. 제품이 좋기도 했고, 사실 홈쇼핑은 상업 방송이라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다. 그걸 못됐다고 하면 못 된 거고 정확하다 하면 정확한 건데 내가 쓰고 신뢰하고 만족하고 내가 매일 쓸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그게 그런 제품이라 소개하기 편했고, 아직까지 사용할 정도로 좋은 제품이었다”

Q.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나

“나 혼자 연기할 땐 몰랐는데, 딸들이 다 연기를 하게 되니 내가 오히려 딸들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을 하게 된다. 신인 때도 긴장을 별로 안 했는데 요즘엔 역할을 맡게 되면 그렇게 긴장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연기자, ‘우리 엄마가 선배로서도 참 괜찮았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그런 연기자로 남고 싶다”

Q. 최종 목표

“나이 들수록 더 영글어서 열매로 치자면 아주 보기 좋은 맛있는 열매에서 지금은 조금 시들었지만 그래서 더 달달한 과일이 되고 싶다. 보면 볼수록 괜찮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에디터: 정혜진
포토그래퍼: 김태오
의상: 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코스, 딘트, 일립시스
슈즈: 바이비엘
백: 엘레강스 파리
주얼리: 바이가미, 위드란(WITHLAN)
헤어: 마끼에 지유 부원장
메이크업: 마끼에 전유휘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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