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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 박세원 “늘 변함 없지만 변화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2022-06-13 16:49:25

흑백의 튤과 고요한 중심,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박세원이라는 꽃말.

[박찬 기자] 아침 하늘이 구름 더미에 가려져 그 빛을 잠시 잃는 것처럼, 청춘이라는 변곡점 안에도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맺혀져 있다. 이렇듯 세상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시간을 채워가라고 전언하지만, 길 잃은 마음은 걱정과 후회로 가득 차 결국 그 자체로 흘러가기에 십상이다.
“어릴 때부터 쭉 모델이 꿈이었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먼저 경험하게 됐어요. 그 2년의 시간 동안 내 꿈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절실히 느꼈죠” 모델 박세원의 아침에도 청쾌한 햇살이 아닌 구름 떼의 그늘이 자욱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깨닫고 깨어가는 과정 중, 한동안 가리어졌던 그의 커리어가 비로소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듯했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필요한 가치, 다른 것들로 대체 불가한 상품들이 있잖아요. 저 또한 그런 모델이 되어 가고 있다고 믿어요. 삶에 있어서 변함은 없지만, 늘 변화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간의 발자취를 뒤로한 박세원은 나직하지만 확신에 찬 모습으로, 조금씩 조금씩 꿈에 대해서 이야기해나갔다.
Q. SNS를 둘러보니 꽃을 참 좋아하는 듯하더라. 다채로운 꽃들과 함께였던 촬영인 만큼 더욱 특별한 기분이었을 듯한데, 이번 기획 화보에 임하게 된 소감이 있다면
“‘나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임하게 됐다. 평소 오므라진 꽃봉오리부터 활짝 핀 모습과 예쁘게 잘 말려져 있는 것까지, 꽃이 가진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편이다. 활짝 핀 꽃들과 함께 촬영하게 되어 무척 기분이 좋았다”
Q. 2019년 데뷔 이후 다양한 커머셜 촬영에 나섰다. 루키 시즌이라 할 수 있는 2019년과 4년 차인 올해를 비교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처음에는 여기저기에서 사용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정작 필요한 곳에서만 찾게 되는 것처럼, 모델 또한 상품적 가치를 안고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런 부분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필요한 가치, 다른 것들로 대체 불가한 상품들이 있지 않나. 난 이제 그런 모델이 되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직업이든 최소 5년은 해봐야 그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파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4년 차인 난 아직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낀다. 삶에 있어서 변함은 없지만 늘 변화하는 모델이 되고자 노력한다”
Q. 금융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돌연 모델 일에 도전하게 됐다고 들었다. 일반적인 직장인에서 모델로 거듭나기까지 준비할 것들이 많았을 텐데
“졸업 이후 2년간 직장인으로서 재직한 만큼, 당시에는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퇴사하자마자 에스팀의 ‘이스튜디오 아카데미’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모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이해하게 됐다. 식이요법을 하며 몸을 가꾸고, 여러 매거진의 화보나 패션 브랜드를 접하며 이 분야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갔다”
Q. 고등학생 때부터 배워왔던 것들을 포기하고 저버리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나
“어릴 때부터 쭉 모델이 꿈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직장인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나와 정말 맞지 않아 힘들더라. 그런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단 한 번도 내 꿈을 위해 도전해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런 식으로 살다간 평생을 후회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을 느낀 이후로 그간 배워왔던 걸 포기하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초심의 꿈을 이룬 만큼,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Q.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당시 가족들은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모델을 시작하겠다는 말에 큰 반대를 하셨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설득해오니 그때부터는 내 꿈을 줄곧 응원하고 주목해주시더라. 이젠 내가 나온 광고나 화보 촬영본을 보여드리면 주변에 자랑하고 다니며 기뻐하신다. 친구들의 경우에는 항상 내 도전을 응원하며 크게 복돋아 준 것 같다. 지금도 친구인 게 자랑스럽다며 내게 칭찬해주고(웃음)”
Q. 모델로서의 커리어가 계획대로, 생각대로 착착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나
“모델 활동을 시작한 이후 얼마 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은 꿈도 못 꾸게 되었고, 서울패션위크나 잡혀있던 촬영 일정들도 서서히 취소되는 거다. 팬데믹으로 인해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긴 했지만, 그 안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자 노력했다”
Q. 모델 활동 중 가장 인상 깊게 와닿았던 칭찬은
“‘이 친구는 잘될 것 같아’라는 말. 당장의 나를 칭찬해 주시는 게 아닌 내 미래를 봐주시는 말씀 같아 정말 각별하게 느껴진다. 그런 칭찬에 힘입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되는 거고. 모델로서의 행보와 목표 의식에 큰 동기부여로 남을 때가 있다”.
Q. 여전히 촬영하는 순간에 설레는 감정을 느끼곤 하는지
“물론이다. 그래서 힘든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인 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이다”
Q. 삶의 가치관에 있어서 어떤 모델, 엔터테이너에게서 영감을 받곤 하나
“사실 롤모델이 따로 없다. 외면적인 분위기로는 물론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만, 삶의 가치관에 있어선 나를 굳게 믿는 편이다. 선택한 뒤에 따라올 후회 또한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할 요소니까 말이다”
“평소 영감을 받는 곳은 무척 다양하다. 책, 자연,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서 신선한 가치를 찾곤 한다”
Q.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강점이나 매력이 있다면
“아직 말랑말랑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 한동안 쉬었던 연기 공부를 얼마 전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에 여러 가지 경험을 접한 만큼 감정 표현에 익숙한 느낌이다. 즉흥적인 씬이 주어져도 순간적으로 잘 몰입하게 되고”
“운동 신경이 좋은 점 또한 특별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유도를 취미로 배웠고 스노보드, 스키 등 액티비티한 스포츠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작년에는 클라이밍, 서핑을 처음 접했는데, 이번에는 웨이크보드까지 배워보는 게 목표다(웃음)”

Q. 최근 눈에 담은 것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학원 연기 수업이 끝난 뒤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발견했는데, 따뜻한 분위기에 내부 BGM까지 완벽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 잔치국수와 라면, 김치부침개에 맥주 한 병을 마시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더라. 소소하지만 그때의 배경과 온도가 아직도 생생하고, 생각할수록 가슴이 설레온다. 나중에 꼭 그런 분위기를 갖춘 장소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힘들 때마다 격려나 다짐, 당부처럼 되뇌는 말
“힘들 때마다 나 자신을 다그치곤 한다. ‘이것도 못 하면서 무슨 모델이 되고 배우 활동을 해?’ 이런 식으로 3번 정도 속으로 외치면 정신이 번쩍 들며 힘이 난다”
Q. 지금보다 더 나은 모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현장에서 결코 좋은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조금씩이라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이다. 이는 더 나은 박세원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20대가 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 3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로, 모델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무대에도 나아가 진출해보고 싶다. 두 번째로는 연기자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보는 것. 20대의 모습을 한 편이라도 꼭 남겨보고 싶다. 세 번째로는 유럽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Q. 어렴풋이 그리는 올해 하반기의 목표와 계획
“모델로서 해외 에이전시를 잡아볼 계획이고, 연기 연습을 철저히 해 단편 영화에 나서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 나 스스로 갖춰야 할 부분이 많기에, 더 많은 시간과 감정을 투자해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Isabel Marant by Yoox, EENK,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
주얼리: EENK, 넘버링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이솔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은선 원장
플로리스트: 유지혜(플라워바이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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