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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쎄시봉’ 강하늘, 선택의 연속

2015-02-17 00:08:41

[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누군가에게는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상대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돌린 채널 일부에서,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소극장 무대에서까지. 대중들은 각기 다른 얼굴의 강하늘을 만났다. 대중과 강하늘의 거리. 그것은 그의 2014년이기도 했고, 인기의 척도기도 했다.

최근 강하늘은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 개봉 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났다. 빼곡한 스케줄에 농담처럼 “소보다 더 일하는 것 같아요. 소가 보고 배워야 돼”라고 말했더니, 테이블에 납작 엎드려 웃기 시작한다.

“이게 억울하다면 억울한 건데, 사람들은 제가 무작정 다작을 한다고 생각해요.”

본인 입으로도 “개그 코드가 이상하다”더니 한바탕 실컷 웃고 난 강하늘은 부스스 몸을 일으키면서 그런다.

“저는 좋은 작품을 고심해서 골랐고 열심히 촬영한 것이거든요. 촬영하던 당시에도 겹치거나 그런 점 없이 순조롭게 촬영하는데 개봉일이 연달아 있는 바람에. (웃음) 작품들한테 미안해요.”


영화 ‘소녀괴담’부터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연이은 작품의 개봉으로 ‘다작 배우’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해 하는 법은 없었다. 그저 성실히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미생’ 끝나고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저보고 미쳤다고 했어요. (웃음) 회사랑 싸워서 이겨낸 부분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지금 연극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너무들 반대하다 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해롤드 앤 모드’가 관객수 만 명을 돌파했어요. 이게 대한민국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단기간에. 그래서 생각했죠. 내가 틀린 건 아니었구나. 잘못된 길을 가지는 않았구나.”

선택에 대한 확신. 그것은 곧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홍삼과 피로회복제를 먹어”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병원에 실려 온 강하늘에게 “이 정도면 잘 버틴 것”이라고 했던 의사의 말에 어떤 보탬도 없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말 그대로 ‘버텨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이제 건강에 대해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을 못하니까 더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운동까지 하면 그건 절 더 피곤하게 만드는 일일 것 같아요. (웃음) 홍삼도 먹고 비타민도 먹고 공연으로 운동도 하니까. 그럼 괜찮지 않을까요?”

또래답지 않았다. 이를 몽땅 드러내고 웃는 얼굴을 보면 영락없이 그 나이처럼 보이다가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그 나이보다 다섯 살 쯤은 더 먹어 보이기도 했다.


‘쎄시봉’ 합류 후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이 “아버지와 윤형주 선생님을 만나게 해드린 것”이라는 강하늘은 ‘쎄시봉’ 세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

“제가 어렸을 때, 아침마다 집에서 ‘쎄시봉’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송창식 선생님, 윤형주 선생님 노래를 들으면서 자란 거죠. 제 나이 또래들 중에서 ‘쎄시봉’ 노래를 모르는 이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다행스럽게 어릴 때부터 노래를 많이 들어서. 그 세대가 멀지 않게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한편의 문학작품 같은 곡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송창식 선생님의 ‘사랑이야’”라기에 윤형주의 시적인 가사보다 송창식의 스토리텔링 식 가사가 더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윤형주 선생님의 시적인 가사를 좋아해요. 은유나 비유법이 포함돼있는 노래들이요. 그런데 ‘사랑이야’는 예외에요. 그 가사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십센치의 ‘그게 아니고’라는 곡을 듣는데요. 그 가사가 은유적이고 비유적이라 더 슬프게 느껴지더라고요.”

과연 뮤지컬 배우다운 해석이었다. 음악이며 연기에 대해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었다. 가사 한 소절, 한 소절까지 뜯어보고 감성을 이해한 덕분에 ‘쎄시봉’의 노래들은 이야기를 지니게 됐고, 감정을 머금게 됐다.

“실제 윤형주 선생님은 무대에서 다 표현하지 않았겠지만, ‘쎄시봉’은 영화고 역할을 표현하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연기다 보니 노래에 있어서도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 자체로 무장해제”되는 매력이 있는 ‘쎄시봉’과 뮤지컬은 일정 부분 상응하는 구석이 있다. 강하늘은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자물쇠가 열리는” 순간에 대해 언급하며 ‘쎄시봉’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황정민 선배가 영화를 보러 와서 그랬어요. ‘강하늘 이놈 얼마나 못하나 보자’하고 객석에 앉으셨는데 첫 장면에서 노래가 나오는 걸 보고 ‘됐다. 그냥 보자’하고 빠져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찰나였다. 대중들은 ‘미생’ 장백기에게 ‘쎄시봉’ 윤형주에게, 그리고 배우 강하늘에게 빠져들었다. 1년 동안 강하늘은 제법 많은 얼굴을 드러냈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바쁜 만큼 행복하신가요?” 가볍게 물었는데 그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무거운 답변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저더러 ‘미생’이 잘 되고 나니 행복할 것 같다고 해요. 물론 제가 출연한 작품이 잘 돼서 좋고 행복하긴 하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사람이 단 것에 쉽게 취하잖아요. 이 관심과 사랑이 어느 순간 익숙하거나 당연해질까봐. 하나하나 더 신경 쓰게 되고 조심하게 돼요. 저를 다잡으려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선택의 연속. 강하늘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꾸미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 늘 “진실 되려고 노력”한다.

“굳이 바른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최대한 진실 되려고 노력해요. 저를 찾아주시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해요.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요. 평범하고, 친근하게. 잡초 같은 점이 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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