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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시크 DNA 왜 강한가?

2009-07-13 21:08:11

경기 불황, 상관없다!

전 세계 패션 시장에서 최근 주요 이슈로 꼽히는 ‘프렌치시크(french-chic)’ 열풍을 타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프랑스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행보가 인상적이다.

통상적으로 한두 시즌이면 사라지겠지 하던 프렌치 시크 열풍이 한때 트렌드인가 싶더니 2~3년을 넘어서며 대중패션에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자라 등 패스트패션이나 에르메스처럼 명품 브랜드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양극화된 현 패션시장에서 프렌치시크는 미들마켓의 희망으로 꼽히고 있다.

바네사브루노는 또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프랑스 내에서도 자랑스러운 브랜드로 꼽힌다. 2년 전에 작은 쇼룸을 전개한 레쁘띠와 마누슈는 이제 마레 지구에 어엿한 자사 빌딩을 소유한 제법 규모 있는 패션 컴퍼니로 성장했다.

이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마켓에 다양한 유통채널로 진출했다. 명품 브랜드가 한 지역에서 명성을 쌓은 뒤 최근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뛰어들었다면 이들은 런칭과 함께 뿜어내는 열정을 가슴에 담고 재빠르게 유럽을 비롯해 미주 아시아에까지 진출했다.

이미 국내 패션마켓에서도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좋은 성적으로 입증받았다. 바네사브루노, 이자벨마랑은 대한민국 여성복 마켓에 고가 컨템포러리 마켓을 개척한 것은 물론 프렌치 열풍을 이끌어온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히 바네사브루노는 프랑스 수입 브랜드가 명패만이 아닌 사업성이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날려주며 캐릭터캐주얼 마켓에 깊이 자리잡았다.

중가 컨템포러리군에서는 마쥬가 맹활약하고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나이와 시즌을 뛰어넘어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또 웨어펀인터내셔날(대표 권기찬)은 레쁘띠를 올가을부터 수입 전개하며 프렌치 브랜드 파워를 보여줄 태세다.

프렌치 시크에 패션피플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마케터들은 파리지엔 스타일의 명확한 컨셉, 에이지리스(Ageless)의 고객 타깃, 20만~3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을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공통적인 키워드 중 ‘파리지엔’을 위한 옷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크하면서도 보헤미안적인 감성이 가장 주된 스타일링의 공통 요소이다.

또한 가죽재킷과 프린트 원피스, 머플러로 코디되는 것이 대표적인 프렌치 패션이다. 혹은 청바지에 재킷과 티셔츠를 아무렇지 않게 걸쳐 입은 것 같지만 스타일리시한 감성을 풍겨내는 것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파리지엔 스타일이라는 공통의 코드를 브랜드별의 각각 다른 DNA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DNA의 핵심에는 ‘디자이너 오리진’이 존재한다. 프렌치 시크를 지향하는 브랜드는 이들 디자이너 본연의 특별함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같은 형태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각각이 전혀 다른 뭔가를 숨기고 있다. 이것은 불경기 속에서도 고객들이 저렴한 자라나 H&M에서 구입하지 않고 더욱 비싼 바네사브루노 등 프렌치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렌치 시크를 토대로 한 브랜드의 중심에는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즌별로 내놓은 스타일이 예쁘거나 예쁘지 않거나로 평가할 수 없는 한 사람의 깊은 철학이 살아 있다. 그 철학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상품으로 승화된다. 디자이너 생각이 진화할수록 브랜드는 알게 모르게 변화하고 있다. 브랜드의 DNA는 단순히 ‘섹시’ ‘큐트’ 등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진화한다.

마누슈에는 모로코를 사랑하는 디자이너 프레데리크의 오리엔탈 감성이 깃든다. 바네사브루노는 모던과 심플 속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의 키워드를 찾아낸다. 레쁘띠의 성격 좋은 디자이너는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을 그대로 브랜드로 풀어낸다. 아메리칸레트로, 조에티를 선보여 파리 패션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디자이너로 꼽히는 로르 파시앙트는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다.

올 시즌 바네사브루노의 깜짝 변신을 주목하라. 좀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컬렉션이 선보인다. 따라서 사람의 변화처럼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시즌 또는 매해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시대를 풍미한 하나의 트렌드에 의한 ‘뜨고 지는 별’로만 평가하기 힘들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고민하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이나 리뉴얼을 물 흐르듯 진행한다.
(기사제공: 패션비즈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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