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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S PRADA, MATTHEW’S GIVEN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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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컬렉션의 목표는 언제나 한 곳만을 응시한다. 대중을 얼마나 놀라게 했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지는데,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 입장에선 혹평이든 찬사든 모두 귀 기울여야 할 존재. ‘퀄리티가 별로다’, ‘너무 난해하다’라는 반응도 물론 뼈아프겠지만 그중 가장 치명적인 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라는 의견이다. 그만큼 ‘고인 물’로 남고 싶지 않은 거다.

정통 하이패션 브랜드 프라다(PRADA)와 지방시(GIVENCHY)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이제는 그 모습마저 굳어진 시점이다. 이에 두 브랜드는 막중한 결심을 내렸으니, 트렌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의 감각으로 명가를 재건하는 것.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로 휩싸인 가운데 4대 도시 패션위크도 언택트 솔루션을 맞게 됐고, 이들의 첫 컬렉션 무대도 디지털 매체 안에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관중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만큼 현장의 반응은 느낄 수 없었겠지만 그 반향 자체는 기대한 대로 널리 널리 전해진 듯하다. 하이패션이라는 유구한 역사 앞에서 그들 각자가 쌓아간 미래는 깊고 강렬했다.

RAF SIMONS /


늘 비슷한 얼굴로 컬렉션을 짜내는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태껏 그가 이룩해온 콘텐츠는 놀랄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1995년 본인 이름을 내건 레이블부터 시작해서 질 샌더(JIL SANDER)의 아카이브,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테일러링까지 어느 한 곳 질리는 데가 없다.

그중 가장 아이코닉했던 무대는 바로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생활. 당시 대중적인 이미지에 한계를 느낀 브랜드 측은 라프의 손을 빌려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고자 했다. 블루 웨스턴 셔츠, 카우보이 부츠 등 과감한 아이템 선정과 각각의 디테일 요소는 대중을 사로잡는 데 충분했지만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하차하고 만다.

PRADA / SPRING 2021 READY-TO-WEAR


그런 그가 2년의 공백기 이후 자리 잡은 곳은 다름 아닌 프라다. 그동안의 모습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단독 활동이 아닌,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의 합작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현대적 에티듀드와 실용성 있는 패턴을 모색하는 브랜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뉴 미니멀리즘’을 기대하게 됐다.

베테랑과 베테랑의 만남은 실망스러울 틈이 없다. 높은 기대치를 뒤로하고 나선 결과물은 역시나 성공적이었다. 큼지막한 로고 플레이를 기점으로 명민하면서도 대담한 디테일링을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미우치아와의 접점으로 더욱더 풍성한 실루엣과 패브릭을 그려나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실키한 원피스 위에 라프만의 감성인 프린팅 기법과 그래픽 패턴이 그려진 모습도 인상적. 각각의 의상에 걸맞게 모델들은 프라다의 역삼각형 로고가 그려진 슈즈를 신고 워킹했는데, 대중이 익숙하게 느껴왔던 로고를 활용해 안정감을 불어 넣은 모습이다. 군데군데 구멍 난 니트 톱 위에 입은 아우터 또한 대담하고 조화롭다. 한 손으로 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동양적인 색채까지 전해진다.

PRADA / FALL 2021 MENSWEAR


사흘 전 게시된 맨즈 컬렉션 영상에는 볼드한 매력이 가득하다. 다채로운 벨벳 소재 런웨이 위에서 펼쳐진 이번 ‘Possible Feelings’ 컬렉션은 서로 연결되고 교류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슬림한 모델들과 상반된 오버사이징 의상들은 그 소재적 특성을 더 강조한다. 특히 리나일론, 부클레  트위드 등 소재의 경우 프라다만의 전유물은 살리면서도 흥분되는 선택지로 눈을 모아 그 차별성을 드러냈다.

많고 많은 남성복 컬렉션 가운데 컬러감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블랙’과의 조화를 누구보다도 잘 활용했기 때문. 옐로-퍼플-핑크 등의 컬러를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해 꼼꼼하고도 맥시한 착장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스타일링은 바로 옐로우 코트&퍼플 글러브 조합. 그 컬러감 조합만으로도 이미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다.

액세서리 라인업 또한 건재한데, 조그만 포켓이 달린 형형색색의 글러브는 유니섹슈얼 아이템으로도 단연 탁월해 보인다. 다가오는 올 가을 겨울, 얼마나 많은 프라다 팬들이 이 아이템을 찾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될 정도.

MATTHEW WILLIAMS /


매튜 윌리엄스는 2021 패션 씬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콘 중 하나. 본인의 브랜드 1017 알릭스 9SM(1017 Alyx 9SM)에서 유스컬처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하며, 언제나 독창적인 방안으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실 라프 시몬스에 비해 아직 그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걸어온 길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2007년 팝스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공연 기념 재킷을 디자인한 것을 시작으로 이름을 드러낸 그는 이후 본인의 레이블을 창립하면서 영역을 넓혀갔다. 자신의 생일인 ‘10월 17일’과 장녀의 이름 ‘ALYX’를 합친 브랜드 ‘1017 ALYX 9SM’가 그것. 디올(DIOR), 나이키(NIKE), 몽클레르(MONCLER) 등 굵직굵직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매튜의 정체성을 대중 앞에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GIVENCHY / SPRING 2021 READY-TO-WEAR


사실 지방시 하우스에서 처음 매튜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이 컸다. 물론 12년간의 눈부신 실험으로 사랑받았던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가 있겠지만 그의 분위기는 고딕(Gothic)한 분위기가 깊었고 현대적인 우아함을 갖췄기 때문. 이후 손을 닿은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ire Waight Keller) 또한 패턴의 글래머러스함을 중요시했던 만큼 매튜같은 스타일은 없었던 셈.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의외성이야말로 지방시 하우스가 주목한 부분이 아닐까 추측한다. 실제로, 그동안의 거대한 패션 하우스 컬렉션과는 다르게 매튜의 아카이브는 훨씬 소소하지만 파격적이다. 정통적인 미학 앞에 정면으로 나선 그의 쇼 피스는 뜨겁고도 날카로웠다. ‘요즘 스타일’에 민감한 디자이너답게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를 향한 찬사도 고스란히 전해졌는데, 기존 브랜드 팬이 아닌 새로운 소비자의 유입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열광적인 에너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칼라리스(Collarless)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으로 최소한의 실루엣을 적용한 채 레더 체스트 백과 텀블러 백 등의 액세서리를 과감히 내세웠다. 이와 더불어, 그가 공공연하게 밝히곤 하는 ‘자물쇠 사랑’도 컬렉션에 어김없이 드러난듯하다.

GIVENCHY / PRE-FALL 2021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다주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줄곧 런웨이 무대를 누벼왔던 모델들은 이제 디지털 안에서 활동을 겸한다. 항상 호화로운 쇼를 기획했던 매튜 윌리엄스지만 이번 상황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오히려 언택트 쇼는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패션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돼 컬렉션 모습 그대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컬렉션은 보다 정교한 테일러링을 담았다. 이전 컬렉션에서 액세서리에 대한 열망이 깊었다면 이번엔 캐주얼하고 보편적인 의상을 중심으로 실험성을 표현한 것. 지방시의 ‘G’ 패턴으로 송송이 뚫려놓은 카디건과 슬리브리스 톱이 돋보이며, 무성할 정도로 어깨 부근에 가득 금속 디테일을 심어놓은 레더 재킷 또한 인상적이다.

아마 이번 시즌 그가 가장 ‘힙’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은 악어가 아닐까 싶다. 스웨이드 슈즈나 윈드 브레이커에는 악어가죽 문양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어 섬뜩하면서도 감각적인 무드를 구축한다. 매튜 윌리엄스의 지방시 하우스는 당분간 이렇게 섹시한 모양새로 계속 함께할 예정. (사진출처: 보그 공식 홈페이지, 프라다, 지방시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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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전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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