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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도라에몽, 하이패션에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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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에 관심 없는 이들도 ‘이웃집 토토로’와 ‘도라에몽’의 이름은 익히 들어보지 않았을까.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 중반까지 활발하게 유입된 일본 만화 콘텐츠는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의 감성을 두드리는 존재.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만화적 콘텐츠의 경계를 넘어서서 키덜트(Kidult) 시장까지 입성했을 정도니 마니아층들에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때마침 서브컬처와의 조우를 기약했던 패션 브랜드들도 하나둘씩 만화 속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애정 어린 모습은 2010년대부터 줄곧 진행되어왔는데 특히 런웨이 위에서는 유독 그 강점을 드러낸다.

오프화이트(Off-White) 컬렉션에서 ‘심슨(The Simpsons)’ 속 ‘바트’를 옷 위에 올렸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일본 만화의 요소를 모두 주입했던 마시모 지오르게티(Massimo Giorgietti)의 MSGM은 마니아층과 새로운 팬들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그 가능성과 역량을 충분히 확인한 하이패션 브랜드는 새로운 정수를 앞두고 두 작품을 꺼내 들었다.

이웃집 토토로(1988)


이웃집 토토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옛날 배경의 작품으로, 1952년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자매와 그 숲의 신 토토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꼼꼼한 작화와 감명적인 전개를 선사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기도. 덕분에 그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숲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스토리라인 또한 아이들을 위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무언가에 대한 간절한 주제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느긋함을 가져다주기 때문. 막연한 SF 세계관이 아닌 구체적인 시공간을 바탕으로 제작돼 더욱더 흥미를 유발한다. 거의 대부분 ‘지브리 스튜디오(STUDIO GHIBLI)’ 음악이 그랬듯이, 히사이시 조(Joe Hisaishi)가 OST를 제작해 널리 알려졌다.

LOEWE X MY NEIGHBOR TOTORO collection


스페인의 가죽 명가이자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성지로 유명한 로에베(Loewe)는 1월 8일, 봄처럼 따뜻한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웃집 토토로와의 협업 제품들이 그 주인공. 만화 속 캐릭터들이 의상 곳곳에 핸드 프린팅되어 있으며, 특히 롱 슬리브 티와 스위트셔츠에는 화사한 숲길 위 뛰어가는 토토로가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후디 하나에 80만원이 훌쩍 넘는 컬렉션인만큼 그 퀄리티도 상당하다. 이러한 부분은 액세서리 파트에서 차별성을 엿볼 수 있는데, 로에베가 자랑하는 ‘마르케리트리’ 기법은 여기서도 잘 활용한 듯하다. 가죽 가방 위에 캐릭터 이미지를 덧대 섬세하고도 완연한 실루엣을 선보인 시점. 브랜드의 스테디 아이템인 퍼즐백, 해먹백, 벌룩백에도 그 정취가 담백하게 흡수됐다.

이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컬렉션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설파했다. “인류에게 자연의 중요성은 오늘날 모두의 마음 속에 있다”라며 “자연과의 조화가 이번 컬렉션의 핵심”이라고 뚜렷한 주제 의식을 보였다. 아이템의 색감만큼이나 온화했던 컬렉션 테마.

도라에몽(1970)


‘미래에서 온 로봇이 나를 구해준다’라는 스토리 그 자체는 사실 진부하기 그지없다. 지금껏 여러 SF물 만화 및 영화에서 선보여왔지만 이후 휴머니즘에 대한 전개 방식은 동일했기 때문. 도라에몽의 스토리라인이 사랑 받는 비결은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세계관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개를 풀어가는 방식에는 큰 차이점을 보이다는 점.

연재 초기에는 도라에몽의 비밀도구나 개그에 집중하는듯 했지만 시기가 지날수록 어른들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꺼내며 폭넓은 사고관을 이룩했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20년에는 50주년을 맞아 기념 지하철이 공개되기도.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만화답게 완결이 됐지만 여전히 많이 팔리는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Doraemon x GUCCI Collection


클래식한 멋과 동시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구찌(Gucci)가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도라에몽. 사실 이들이 만화적 창작물에 관심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창작에 있어서 분야의 경계를 가리지 않는 알렉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이번에도 능청스럽게 컬렉션을 맞이했다. 특히 구찌는 최근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와의 협업에서 증강 현실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합류 소식을 알렸던 만큼, 누구보다도 만화적 콘텐츠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출시된 도라에몽 캡슐 컬렉션은 총 50가지가 훌쩍 넘는 아이템으로 구성됐으며, 어패럴부터 액세서리까지 그 종류도 무수히 많아 풍성함을 자랑한다. 디자인의 조합 또한 새롭다. 도라에몽 캐릭터와 구찌의 시그니처 로고 플레이의 만남은 이토록 과감하면서도 위트 있다. 볼링 셔츠와 토트백, 백팩 등 대부분의 아이템에는 구찌의 시그니처인 GG 모노그램 패턴 서려있어 기존 팬들을 잡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에 맞서 유치한 것으로 치부되던 도라에몽 캐릭터가 럭셔리 브랜드와 만나자 당황스럽다는 의견도 거세다. 고고했던 하이패션 세계 앞에 유아적인 취향으로 브랜드 색깔을 더럽혔다는 반응. 하지만 익숙함을 무기로 내세운 디자이너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효용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때로는 경직되게, 때로는 무겁게 느껴졌던 하이패션 세계에 크게 ‘한 방’ 먹인 셈이기 때문. (사진출처: 구찌, 로에베 공식 인스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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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전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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