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렌드

UNDER THE FLOWER

박찬 기자
2021-04-22 12:01:00
[박찬 기자] 봄은 어렵지 않다. 해마다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도 춘색(春色)은 오직 한 곳만을 응시한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차디찬 가을, 겨울에 접어들면 그 푸르름은 잃기 마련. 플로럴 패턴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도 바로 이 시점이다. 레드, 그린, 오렌지 등 자연에서 우러나온 컬러 웨이는 정원 앞 꽃다발을 옮겨다 놓은 듯 화사하고 경쾌하기만 하다.
더욱이 이번 시즌엔 그 향기가 유독 더 짙게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기존 ‘스테디 아이템’ 중 하나였던 드레스뿐만 아니라 블라우스, 스커트, 팬츠 등 다양한 제품군에 꽃내음이 그대로 스며들었다는 사실. 예쁘다고 생각만 하고 직접 입기에는 부담됐던, 혹은 그 큼지막한 패턴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던 이들에겐 도전해볼 만한 순간이다.
늘 강렬하고 뇌쇄적인 아우라만 보여줬던 켄달 제너(Kendall Jenner) 또한 이번엔 싱그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봄날의 정원을 배경으로 그려낸 로다테(RODARTE) 드레스는 당연하게도 곧바로 화제가 되었는데, 은은한 핑크 컬러와 플로럴 패턴이 딱 맞아 떨어져 신록 앞에 완연히 빛났기 때문.

클래식함의 대명사 구찌(Gucci)는 패턴이 갖는 고유의 명민함을 앞세웠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연출력이 발휘된 순간인데, ‘구찌페스트(GucciFest)’라는 시네마틱 콘셉트를 활용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보여준 것.
이를 위해 행위 예술가 실비아 칼데로니(Silvia Calderoni)와 더불어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등의 다양한 셀럽이 등장해 재밌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 70년대 레트로적 무드를 내세운 플로럴 원피스는 우아함 그 자체. 시그니처 백과 선글라스를 갖춰 그 영감을 더했다.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큐레이팅한 이번 생 로랑(Saint Laurent) 리조트 컬렉션은 40년대와 70년대 할리우드 바이블의 매시업(Mashup)이라고 할 수 있다.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상징적 아이콘이었던 셋 웨어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구성해낸 것이 특징이며, 런웨이가 아닌 실생활에서도 거리낌 없이 녹여낼 수 있다는 강점.
한편 지금까지 볼드해 보이기만 하던 생 로랑에게 꽃무늬는 생경하게 다가온다. 비스코스 소재를 활용한 플로럴 드레스와 플라워 펜던트 이어링의 조합은 낭만 가득하면서도 유니크함을 표하기 충만하며, 사블레 소재 데이지 패턴 미니 드레스는 하트 벨트의 간결함에 맞춰 페미닌 웨어로 한 걸음 다가섰다.

콜롬비아 출신 디자이너 요한나 오르티츠(Johanna Ortiz)는 언제나처럼 강렬한 러플과 플라워 프린트를 쇼피스 위에 쏟아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열대 지방과의 접점은 좁혀 가건만 새봄 컬렉션의 실루엣은 여전히 그 문화를 온전히 빚어내고 있는 듯 하다. 실제 모든 컬렉션의 슈즈가 샌들로 이루어져 있는 데에는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을 것.
생생하고 굴곡 있는 드레스 실루엣 또한 그의 강점 중 하나다. 퍼프 슬리브 드레스와 튜브 톱 드레스는 각각의 감성을 달리하는데, 전자가 풍성하고 감도 있는 무드를 보여주는 한편 후자의 경우엔 센슈얼함을 강조했다. 덧붙여서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브레이슬릿은 안그래도 허전할 손목 위 빈 자리에 들어섰다. (사진출처: 켄달 제너 인스타그램 계정, 구찌, 생 로랑, 요한나 오르티츠, 보그 US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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