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타일링

명품 브랜드만이 '잇 백'이다?

송영원 기자
2009-06-08 12:08:00

자신의 이름을 딴 에르메스 버킨 백을 즐겨 드는 제인 버킨은 일본의 한 버라이어티 쇼에서 기행에 가까운 행동을 선보였다.

기무라 타쿠야가 남자도 이 가방을 들 수 있냐고 묻자 1천만 원 이상 하는 그 가방을 바닥에 패대기 치더니 짓밟은 후 “이제 당신도 쓸 수 있어요!” 라며 밝게 웃었다는 이야기다.

수천만 원짜리 가방을 색깔별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개의 가방을 여러 옷에 어울리게 들어야 하는 처지다. 패리스 힐튼처럼 원하는 건 다 사는 잇 걸이 있는가 하면 커스틴 던스트처럼 어느 브랜드인지도 모를 수수한 천 가방을 과감하게 애용하는 잇 걸도 많다. 하지만 그 둘에게도 공통점은 분명히 있다.

모 패션 잡지 에디터는 빈티지 스타일을 참 좋아한다. 그는 종로 5가 구제 시장을 뒤져서 찾은 찰스 주르당이나 니나 리치 같은 진짜 빈티지 가방을 잘 수선해서 독특한 스타일로 재탄생시키곤 한다. 물론 수선비용이 두세 배 드는 게 보통이지만, 1970~80년대의 독특한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또 다른 사람은 본인의 세련된 스타일로 ‘대박을 터뜨려서’ 웬만한 중소기업 CEO 수입이 부럽지 않다. 그녀의 판매 주력 상품은 싸고 유행에 맞는 옷과 ‘명품 스타일’ 가방이다. 특히 잇 백을 재빠르게 잡아내는 명품 스타일 가방이 효자 상품이다.

하지만 난 그녀가 사석에서 자기 상품을 드는 걸 본 적이 없다. 본인이 드는 가방은 모두 오리지널 명품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로고가 없다든지, 봉제 실이 약간 가늘다든지, 핑크색에 형광 빛이 돈다든지 하는 명품 스타일 가방이 얼마나 스타일을 망치는지 잘 알고 있다.

스타일은 달라도 이들이 가방을 보는 기준은 비슷하다.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춘 웰메이드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이든 가죽이든 고급 소재로 정성 들여 만든 가방은 낡아도 수선이나 재창조를 하면 나름의 멋이 난다. 하지만 ‘비닐봉지’에 가까운 물건에 오래돼 보이는 칠을 한다고 빈티지 스타일이 되는 건 아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철학이 무엇인가’이다. 럭셔리해 보이고 싶어서 ‘명품 스타일’ 잇 백만 사들이는 것처럼 촌스러운 게 없다. 정말 명품 스타일이 좋다면 저축을 해서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가방을 사든지, 중고를 장만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고 스포티한 느낌을 중시하면서 에르메스 캔버스 가방에 막대한 돈을 들이는 것도 우습다. 엘엘빈이나 팀버랜드 등에서 수백분의 일 가격에 오리지널 캔버스 토트 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나 저가 브랜드에서 실용적이고 괜찮은 가방을 찾는다 해도 꼭 체크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가죽을 표방한다면 100% 천연가죽이어야 한다는 것. 양가죽이 소가죽보다, 표면이 우툴두툴한 페블 레더 보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나파 레더가 고급이다. PVC, 일명 ‘레자’ 소재는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 내구성도 떨어지고 ‘빈티’가 나기 쉽다. 저렴하다고 이런 가방을 산다면 중국 현지 공장도가 1천 원 이하란 것만 알아두길 바란다.

가능한 밝은 갈색이나 진한 밤색을 살 것. 저가 가죽이 그나마 제일 좋아 보이는 색이 브라운이다. 파스텔 톤, 원색, 하얀색도 ‘싼 티’가 난다. 짙은 감색, 청록색 등 원래 탁한 색은 브라운 다음으로 괜찮다. 검은색은 밝은 빛에 비춰보고 색이 페인트처럼 어색하지 않은 것을 선택하자.

또한 금속 장식, 지퍼 등 부자재가 별로 없거나 눈에 잘 안 띄는 것이 좋다. 저가 가방의 금색·은색 금속 부자재는 결정적으로 싼 티가 난다. 아예 없거나 약간 부식된 놋쇠 느낌 부자재를 쓴 것이 낫다. 어떤 타 브랜드로도 오해받지 않을 심플한 형태가 좋다. ‘짝퉁’도 아닌 어설픈 디자인이 스타일을 좀먹는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냄새가 나는 건 일단 가공이 잘못됐거나 유독한 화공약품을 썼다는 증거다. 이런 화공약품은 피부와 인후를 통해 침투해 건강까지 해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이선배의 잇걸, 넥서스BOOKS)

한경닷컴 bnt뉴스 송영원 기자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