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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people+] 모델 이혜정, 농구 유망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패션모델로 우뚝 서다

2012-01-03 11:52:27

[김수지 기자/사진 이현무 기자] “운동화 대신 하이힐을, 운동복 대신 드레스를 입고 익숙한 직사각형의 코트 위를 벗어나 긴 런웨이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모델로 우뚝 섰다.”

위의 주인공은 바로 모델 이혜정. 그는 한국 국적을 지닌 모델 최초로 2011 S/S 크리스찬 디올 파리 컬렉션에 오르며 2010년 해외 진출 신고식을 화려하게 알렸다. 이후 2012 S/S 컬렉션에서 크리스찬 디올, 조르지오 아르마니,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의 무대에 오르며 모델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에 이어 활발한 해외 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런웨이 위에 거침없는 워킹과 매력 넘치는 포즈를 취하던 그가 불과 몇 년 전에는 코트 위를 누비던 농구선수였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을까. 이혜정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 주전으로 활약하던 촉망받던 선수였다.

이혜정, 농구를 그만두기로 결심하다

이혜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어요. 3차까지 테스터를 받고 농구를 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크면 다 뽑는 줄도 모르고 ‘내가 농구에 소질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팀 주장을 맡았으며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동했을 만큼 선수로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프로농구 우리은행 선수로 활동 중 건강문제로 농구를 그만두게 된다.

이혜정은 “프로 선수로 활동했을 당시 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고 그동안 생각해왔던 운동과는 달랐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아침 먹고 운동, 점심 먹고 운동, 저녁 먹고 또 야간운동. 운동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라며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터라 머리도 길러보고 싶고, 예쁘게 화장도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해볼 수 없으니깐 힘들었다”라며 농구를 그만두게 된 그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가 다시 농구공을 잡길 바라셨다. 이혜정은 “농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는 ‘농구를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집 밖에도 못나간다’고 하시며 극심하게 반대하셨다. 처음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에도 거들떠보시지 않으셨다. 하지만 제 성격상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하는 스타일이라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의 마음이 통했을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의 부모님도 모델로서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혜정은 “언제부턴가 부모님께서 잡지,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는 내 모습을 몰래 챙겨보시더니 지금은 자랑하고 다니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모델 준비 당시 ‘너 살 못 뺄 것 같아’ 이 한마디에 일주일 만에 5kg 뺐어요”


농구선수 이혜정에서 모델 이혜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는 남들보다 피나는 노력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혜정은 “모델 아카데미에 다녔을 때 수업이 오후6시부터 9시까지면 아침 10시부터 가서 연습했다. 하이힐도 난생 처음 신어봐서 익숙해지기 위해 매일 신고 다녔다. 집에 돌아와서 신을 벗어보면 발에 피도 나있고 살갗이 벗겨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레이닝 복, 운동화에 익숙했던 터라 신경 써서 옷을 입고 오라 했던 날에도 트레이닝 복 중에 예쁜 것으로 골라 입고 나간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이어 그는 “한때 몸무게가 80kg 나간 적도 있었다”며 “모델 수업을 받던 중 ‘너는 운동을 해서 그런지 골격이 커서 5kg 정도 빼야할 것 같은데 2kg 밖에 못 뺄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적 있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독기를 품고 일주일 만에 5kg 이상 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농구를 했던 그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혜정은 “농구 선수와 모델은 겉보기에 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사실 비슷한 점이 있다. 코트에서 농구를 하는 것과 런웨이 위를 걷는 것은 언제나 관중들에게 주목받는 일”이라며 “운동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운동을 하느라 수학여행도 가본 적이 없고 사회생활도 겪어 보지 못했지만 선, 후배 관계나 일을 하면서 갖게 되는 자신감, 끈기 등은 모델 일을 하는 지금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모델 데뷔 무대에서부터 2012 S/S 컬렉션까지


2005년 서울컬렉션으로 데뷔한 이혜정은 첫 무대에서 긴장은 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는 그 누구보다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

“첫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잘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서니깐 포즈 취할 곳이 보이지 않아 런웨이를 끝까지 걷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말았다. 긴장하는 체질은 아니지만 모델 첫 데뷔 무대라 긴장하긴 했었나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델로서의 신고식을 마친 그는 이후 동양인의 고전적이고 신비로운 마스크와 9등신의 비율로 국내에서 잘나가는 모델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던 그가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국내 활동을 접고 해외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

홍콩에서 1년, 한국에서 2년 반의 모델 경력으로 해외패션쇼에 출전하겠다는 그를 주위에서는 무리라고 말렸지만 해외 무대를 향한 그의 꿈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낯선 땅에 홀로 서게 된 그는 파리 패션 위크 초반 피에르 가르뎅 60주년 기념쇼에서 6벌의 옷을 입고 피날레 드레스까지 차지하며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알렸다. 그의 꿈과 노력의 빛을 발했던 순간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에게 선택받으며 한국 국적을 지닌 모델 최초로 2011 S/S 크리스찬 디올 무대에 서게 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 그는 존 갈리아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애비뉴 몽타뉴 디올 본사의 모델 캐스팅장에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1백 번째였다. 솔직히 말하면 패션모델,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잘 외우는 편이 아니라 당시 존 갈리아노를 앞에 두고도 누구인지 몰랐다. 휘청거리며 걷다가 존 갈리아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런 꾸밈없이 순수한 모습을 귀엽게 여겼던 존 갈리아노는 이혜정을 2011년 S/S 크리스찬 디올쇼에 올렸다.

그는 “리허설도 없이 진행된 디올쇼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떨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했는데도 심장이 쿵쾅쿵쾅 거려 음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라며 “갈리아노가 무대에 서기 전 ‘너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라고 주문했는데 그 모습을 잘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무대에서 백스테이지로 돌아왔을 때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컸다. 다시 디올쇼에 서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혜정의 당차고 순수한 매력에 이끌렸는지 존 갈리아노는 2011 F/W 디올쇼, 크리스찬디올, 2011 S/S 오트쿠튀르에 연이어 그를 선택했다. 한 시즌만에 수명이 끝나기도하는 치열한 모델계에서 유명한 쇼에 연이어 선다는 것은 동양모델로서 그리고 신인으로서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후에도 이혜정은 2012 S/S 컬렉션에서 크리스찬 디올, 조르지오 아르마니,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의 무대에 서며 해외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했다. 그는 2012 F/W 크리스찬 디올 컬렉션도 앞두고 있다.

이혜정은 세계 3대 패션포토그래퍼 피터 린드버그와 작업하는 기회도 얻었다. “독일 헤어 브랜드 광고 촬영 때였다. 당시 함께 촬영했던 모델들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모델들이었지만 나는 아시아의 새로운 얼굴로 참여한 신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공주처럼 대접해줘 편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피터 린드버그의 명성에 대해 알지 못했던 나는 후에 그가 유명한 사진작가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델이란 ‘백조’ 같아요


뜨거운 조명 아래 심장이 터질 듯한 사운드에 몸을 맡긴 채 런웨이 위를 걷는 모델이란 그에게는 ‘백조’의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백조가 호수 위에 우아한 모습으로 떠 있으려면 수면 아래에선 ‘백조의 발’이 열심히 물질해야하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모델도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모델을 준비하는 그 순간부터 모델이 된 후에도 카메라 앞 셔터 소리에도 기죽지 않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런웨이 위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것처럼”

2012년 모델 이혜정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올 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 지금 해왔던 것보다 더 좋은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라며 “또 다른 나의 매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많이 가질 예정이다. 룸메이트 친구가 가야금을 전공하는 데 그 친구에게 가야금을 배워볼까요”라고 말했다.

어느 날, 중요한 무대에서 워킹을 하다 넘어졌던 이혜정은 백스테이지로 돌아와 여느 모델처럼 울지 않았다. 그는 “나 넘어졌어. 허허”하고 웃으며 넘겨버렸다.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꿈을 향한 도전은 2012년에도 그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헤어 메이크업 협찬: 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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