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프로 볼러로 돌아온 신수지, “운동이 아니면 행복하지 않다”

2014-12-19 10:46:34

[김보람 기자]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정신을 만들어가는 창조자들이 있다. 최근 본인의 전문 분야인 리듬체조를 넘어 각종 스포츠 분야를 불문,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리매김한 신수지를 만났다.

이 여자, 못하는 게 뭘까. “운동이 아니면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 빛나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에는 20대의 뜨거운 자신감이 깊게 물들었다. 아니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일지도 모르겠다.

20대 중반. 인생의 ‘시즌’을 맞을 그에게 ‘은퇴’라는 너무 이른 마침표를 붙일 용자가 있을까. 그로부터 유쾌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인터뷰를 공개한다.

은퇴 후 프로 볼러로 전향했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취미로 동호회를 통해 게임을 하다 재미를 붙였다. 처음엔 구멍이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 하루 서른 게임씩 한 달을 쳐 180점까지 올렸다.

뭔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볼링장에서 만난 박경신 프로님을 무작정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는 뜻을 전했다. 그때가 2월이었는데 11월에 있는 테스트까지 포기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건으로 받아주셨다. 많은 연예인들이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데 중간에 포기한다더라.

골프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공치는 걸 좋아한다. 골프는 프로가 되려면 필드에 살다시피 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스코어를 내기보다는 친목도모를 위해 즐기는 정도로 하고 있다. 여자치곤 비 거리가 많이 나는 편이라 조금 더 열심히 할 의지가 생긴다.

승부욕이 강한 것 같다.
피곤할 정도로 많다. “그만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공을 치고 있다. 볼링 칠 땐 손이 찢어 질 정도로 했던 거고 골프도 손에 굳은살이 터졌는데도 하고… 여하튼 집착한다.

다른 것도 많이 해봤지만 운동을 끈기 있게 해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왔을 때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 보통 운동하는 사람들이 한 종목에서 끝장을 보면 다신 운동 안 한다고들 하는데 난 특별 케이스다. 운동이 아니면 행복하지가 않으니.


은퇴하고 다른 종목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나 역시 은퇴하고 무조건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지도자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부하는 동안 운동을 하며 즐겨보자”라고 했던 그게 또 운동이었다. 야구, 수영, 승마, 테니스, 골프, 배드민턴 찾아다니면서 했다.

그중에서 볼링을 택한 이유는.
물론 모두 즐기며 했지만 볼링은 열정이 생긴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볼링 핀이 눈앞에 보였고 스트라이크 소리에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스케줄 끝나고 새벽에도 찾아가 연습을 했으니 말이다. 내가 ‘해야겠다’가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은퇴 후 개인 시간이 늘었을 법. 주로 무얼 하는지.
처음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선수 생활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녔지만 친구들과 함께 일본이며 제주도, 부산까지 먹을 것 위주로 돌아다니며 값진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 언제든 야식을 먹기도 했고…

또한 학교에 충실한 편인데 학부 때 채우지 못 했던 것들을 보강하고 바로 석사로 가 대학원을 다녔다. 프리젠테이션 후 논문 준비할 시간에 볼링에 빠져 둘 다 놓칠 것 같아 잠깐 휴학하고 볼링에 전념했는데 내일부턴 학업에 열중할 생각.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다.

술도 먹나. 주량은.
사람들이 술 잘 먹게 생겼다고 ‘육지에 사는 고래’같이 생겼단다. 그런데 집안사람들도 술을 못하고 주량은 한 잔, 많이 먹어야 세 잔에서 다섯 잔이다. 센척하고 싶은데 아니니까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

몸매 관리에 특별 노하우는 있나.
은퇴 후 7킬로 가까이 쪘는데 식단관리는 전혀 안하고 먹고 싶은거 먹고 뛴다. 반드시 몸매 유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운동이 좋아서 하다 보면 저절로 유지된다.


연예계 동료도 늘었을 것 같은데.
송가연과는 가끔씩 자주 보고, 배우 태미와도 친하다. 윤진이와는 같은 대학교 영예과 수업에서 만나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왔다.

물론 자주 만나는 사람은 골프 선생님들. 아, 베이징 올림픽 때 남현희 언니가 옆방 쓰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이해심도 많으시고 천사 같다. 특히 아이를 낳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신 것에 너무나 큰 존경심이 든다.

최근 캄보디아 방문. 후원 아동도 있더라.
플랜코리아의 홍보 대사로 위촉되면서 여, 남 한 명씩 후원해왔다. 어느 날 직접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해서 선뜻 가겠다고 했다. 처음엔 덥고 말라리아 걱정에 암담했지만 다음날 아침 멋진 환경을 두 시간 달리면 나오는 마을을 보고 그저 기대가 됐다.

멀리서 온 나라는 손님을 마을 전체가 축하해주고 같이 밥을 해 먹고 지낸 것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현지 아이들의 욕심 없이 해맑은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내가 잘 되면 꼭 다시 가서 펌프 설치를 해줘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항상 당차고 큰 포부를 가지며 사는 것 같다.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원래 대장부답고 목표의식이 굉장히 뚜렷해 계획을 세우면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선수 생활을 내려놓고 잠시 방황했었는데 ‘목표’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발전적인 삶과 역동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부터 에너지가 나온다.

루머나 스캔들에 힘들기도 할 것 같은데.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을 비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체조선수 시절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알아주시고 안쓰러움의 박수도 있는 것 같다. 완전 긍정적이고 힘든 상황에도 힘들다고 잘 못 느낀다.

남들 시선도 신경 안 쓰이나.
민낯으로 잘 돌아다니고 먹는 것도 내숭이 없다. 이런 내 모습을 사람들이 더 편해하고 친근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떤 남자 스타일 선호하나.
운동 좋아하는 남자. 라운딩도 같이 나가고 볼링 내기도 하면 좋지 않은가. 스포츠인으로서의 나의 삶을 대단하게 느껴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 남자다. 더 바란다면 자상하고 했으면 좋겠고 외모는 거의 안보지만 내가 어깨도 있고 키도 커서 체격이 있길 바란다. 예전에는 배우 송일국을 좋아했다. 지금은 올겨울 따뜻하게 보낼 남자친구가 어서 생기길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출전 체조선수로서의 자부심 클 것.
그에 대한 자존감이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 생각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도움 없이 홀로 싸워온 그 고생을 잊을 수 없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인생이 수월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나는 ‘체조에서의 신수지’가 밑 거름이 되고 있지 않나.

운동선수의 길을 초기에 선택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다른 직업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면.
무조건 운동이다. 이렇게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운동일 것이다. 다른 종목으로라도.

앞으로의 신수지가 더 이뤄야 할 꿈들.
프로 볼러로서 상위권 진출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나서는 지도자가 돼야 하기에 학업에 열중하고 준비해 신수지 이름으로 체조교실을 차려 꿈나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연재 밑으로 체조 선수들을 더 배출하고 싶다. 내가 잔머리 많이 써 운동했기에 그런 노하우 전수랄까. 여하튼 큰 소리가 오가기보단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 것.

10년 후를 그려본다면.
아마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아이들 가르치고 결혼을 했을 것 같다. 결혼은 빨리하고 싶다. 엄마도 바라시고… 멋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준비돼있다.

기획 진행: 김보람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이보름
의상: 르샵, 주줌, 나인걸, 스타일난다
주얼리: 뮈샤, 라뮈샤
안경: 반도옵티칼
슈즈: 탠디
쿠션: 블루멜로우
헤어: 스타일플로어 예슬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조히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패션의 신’ 황정음&아이비 스타일 따라잡기
▶ 강소라 vs 아이유 vs 최지우, “올 유행은 ‘시스루’ 아니었나요?”
▶ 공항에 나타난 ‘COZY COMFORT’
▶ [스타일 色] 레드와 블루의 만남, ‘페미니즘’ 컬러 퍼플
▶ 올 겨울 트렌드 ‘플레어’를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