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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전히 싱그러운 그녀, 임정은

2017-07-17 15:23:26

[허젬마 기자] 여배우에게 결혼은 일반적인 의미 이상일 것이다. 특히 한창 잘나가는 여배우에게 결혼은 마치 연기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 2002년 영화 ‘일단 뛰어’로 데뷔한 후 ‘심은하 닮은 꼴’로 유명세를 탔던 배우 임정은은 2014년 결혼 후 연기활동을 잠시 미루고 가정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3년 사이 사랑하는 남편과 예쁜 딸까지 얻은 그녀의 얼굴에 공백기에 대한 조급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행복한 가정생활로 얻은 여유와 편안함, 그리고 활동 재개에 대한 긴장과 설렘만이 서려 있었을 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정, 결혼 후 더욱 강해진 연기에 대한 의욕, 거기에 여전히 상큼하고 싱그러운 외모까지 갖춰졌으니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마쳤다. 이제는 다시 대중 앞에 나설 때.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멋진 여자를 꿈꾸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한다.

Q. 화보소감

오늘처럼 자연스러운 화보는 처음 찍어본 것 같아요. 사진 찍는 걸 좀 어색해 하는 편인데 작가님과 스탭분들이 잘 리드해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청바지 입고 찍었던 컷이요. 평소에 즐겨 입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내추럴한 룩을 입고 찍은 화보는 처음이거든요. 편안하게 웃으면서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평소에 화려하게 꾸민 스타일보다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나 봐요

네 완전요(웃음). 너무 차려 입고 다니는 걸 불편해하는 스타일이에요. 뭐 가끔은 괜찮지만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Q. 결혼 이후 한동안 TV에서 얼굴 보기가 힘들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가정에 충실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일을 계속 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가정에 좀 더 충실하고 싶었고 또 그 생활이 편안하고 행복했고, 저와 잘 맞기도 했고요. 사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흐른 줄도 몰랐어요. 그냥 결혼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금껏 시간이 흘러왔던 것 같아요.

Q.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으셨나요?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결혼 이후에는 그 생활 나름대로 또 바쁘게 지냈거든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요. 그랬는데 최근 들어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이제 나도 엄마가 아닌 배우로서의 모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크면서 제법 말이 통하기 시작하는 때가 오니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좀 제 자리를 다시 찾고 싶어요.

Q. 배우로 데뷔하게 된 계기

일반 회사에 취직하러 갔다가 우연히 이쪽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면접을 보는데 대뜸 저에게 배우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회사가 자회사로 엔터테인먼트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저를 보시더니 제안을 주셨던 거죠. 이후에 회사에서 주최하는 여러 대회에 출전하면서 조금씩 준비를 하면서 데뷔를 하게 됐어요.

Q. 그럼 그 전에는 배우가 될 생각을 못 하셨던 거예요?

네. 어렸을 때 라디오를 들으며 아주 막연하게 어렴풋이 꿈꿨던 거 말고는 배우가 되리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특히나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신기하게 데뷔를 하게 된 케이스예요.

Q.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애착이 남는 캐릭터

사실 저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던 거 같아요. 데뷔를 하게 된 계기도 그렇지만 데뷔하고 난 이후에도 일이 꾸준히 들어왔죠. 그래서인지 연기에 대해 아주 크게 욕심을 부렸던 적이 잘 없었던 거 같아요. 소중함을 몰랐던 거죠. 그러다가 ‘적도의 남자’에서 최수미 역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제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열의와 욕심을 가지고 연기를 했어요. 그 작품을 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연기가 조심스럽고 브라운관에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적도의 남자’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가 해보고 싶은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었죠. 그 이후에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붙기 시작했고 스스로도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Q.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결혼을 했는데

배우로서의 생활도 만족스럽고 행복했지만 사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저에게는 더 큰 목표였어요. 배우이기 이전에 여자로서 제 삶의 행복의 중심에는 가정이 먼저였던 거죠. 결혼 이후에 삶이 너무 행복했고 그러면서도 또 마음 한 켠에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자연스럽게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죠.

Q. 결혼 이후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이 많이 풍요로워졌어요. 여유가 생겼고 또 그만큼 인내심도 생겼죠.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아요. 결혼 전에는 낯가림도 심하고 누군가와 쉽게 친해지지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보니 여러 상황에 있어 마음의 문턱도 낮아지고 많이 너그러워진 걸 느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여러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예전 같으면 들어오는 역에 따라 ‘이건 못할 것 같은데’ 싶은 걱정들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 역이라도 도전을 해볼 수 있을 거 같고 또 그게 무엇이든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이 잡힌 건 아니지만 슬슬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에요.

Q. 쉬는 동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가 있다면

TV를 안 봐서 사실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아기 때문에 안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돼서 아예 안 봐요. 대신 최근에 영화 ‘박열’을 보면서 극 중 후미코 역을 인상깊게 봤어요. 그런 역을 맡아봐도 좋을 것 같아요.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정말 우연히 배우가 된 케이스라 데뷔 후에 다른 연기자들과 친해지는 게 어렵고 불편했어요. 여전히 그들은 저에게 너무 특별하고 먼 존재처럼 느껴졌던 거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부분이 참 아쉽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나마 드라마 ‘루비반지’를 하면서 배우 이소연 씨와 그 외 함께 했던 팀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겼던 거죠.

Q. 평소 성격은 어떤 편?

보이는 그대로예요. 밝고 털털하고 꾸미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요(웃음). 솔직한 게 좋고 불편한 게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Q. 외모에서는 공백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관리 비결이라도?

일단은 나이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는 거고요(웃음). 성격상 피부과에 가서 관리를 받는다거나 네일아트를 받는다거나 하는 걸 잘 못해요. 물론 가끔씩 하기는 하지만 관리를 받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요. 오히려 집에서 홈케어하는 게 훨씬 편해요. 피부관리는 집에서 홈케어를 열심히 하는 편이고 평소에 물 많이 마시고 식단에 신경 쓰면서 지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런 기본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몸매 관리 역시 마찬가지로 헬스장 같은 데 가는 건 귀찮아서 잘 못 가기 때문에 식이요법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홈트’를 꾸준히 함으로써 관리를 하는 편이에요. 특히 요즘은 다시 복귀하기 전 제대로 관리를 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더 열심히 관리하고 있어요.

Q.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집순이’ 기질이 있으신 거 같아요

네 맞아요(웃음). 성향이 좀 그런가봐요. 집에 있는 게 편하고 또 나가려면 꾸며야 하잖아요. 피부관리든 몸매관리든 집에서 편하게 하는 게 저에게는 잘 맞아요. 또 집에서 그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보고 배우거든요. 아이의 눈이 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돼요. 그게 무엇이든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도 그런 습관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 더 열심히 하는 게 있어요.

Q. 평소 취미 생활은?

일단 저는 남편이랑 함께 하는 걸 제일 좋아해요. 같이 산책도 가고 등산도 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필요성은 아직까지는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결혼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고 가끔씩은 떨어져 있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은 뭘 해도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게 좋아요. 결혼생활이 저에게 잘 맞나 봐요(웃음).

Q. 잘 맞는 분을 만나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맞아요. 잘 맞기도 하고 잘 해주고. 그러니까 저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요.

Q. 남편 분은 결혼 이후 활동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그냥 전적으로 저를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일을 하고 싶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해도 좋지만 대신에 할 거면 완벽히 준비하고 나가라고 해요. 일에 있어서는 냉정하게 조언을 해주는 편이죠. 남편의 정말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반자예요.

Q. 부부싸움

당연히 하죠. 그런데 갈 때까지(?) 싸우지는 않아요(웃음). 서로가 조심해야 될 부분을 알기 때문에 싸움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거죠. 부부가 서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Q. 이상적인 30대를 보내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 선택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배우로서든 결혼생활이든 욕심을 내자면 끝도 없거든요. 어떤 적정선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건 자기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에서 저는 평범한 삶에 대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거고요. 평범한 남편을 만나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 저의 환경이 저에게는 잘 맞고 행복해요. 또 이렇게 가정에서 안정을 느끼다 보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소중함도 더 잘 느끼게 됐고요. 돌아갈 수 있는 일터가 있고 또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이가 생겼고.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오히려 결혼 이전보다 더 강해진 거 같아요. 결혼 이후 여러모로 많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Q. 보통 여배우들의 경우 결혼 또는 육아로 인한 이미지의 변화에 대해 두려움이 있지 않나요?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 같아요. 살아보니 어떤 일이든 욕심 낸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혼한 사람이 너무 아가씨처럼 보이려고 하면 사실 부담스럽잖아요.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 그대로에 맞게끔 나아가고 싶어요.

Q. 엄마 역할도 괜찮으신가요?

그럼요. 오히려 그런 걸 더 하고 싶어요.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연기가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Q. 딸은 누구를 닮았나요

성향은 저를 닮았어요. 외모는 아빠랑 똑같이 생겼고요(웃음). 감성적이고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지금처럼 깨끗한 감성 그대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Q. TV를 안 보는 것도 육아법의 일종인가요?

최대한 멀리하려고 하는 거죠. 아이들은 한번 보여주기 시작하면 계속 보고싶어 하거든요. 물론 저도 한번씩은 태블릿 등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TV를 안 보다 보니 스스로 막 찾거나 하진 않아요. 아무래도 너무 어릴 때 TV에 자주 노출시키다 보면 시야도 좁아지고 생각의 폭도 작아지니까요. 좀 자연주의 방식으로 키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키즈 카페 같은 곳도 잘 안가요. 자연에서 뛰놀게 하고 책 많이 읽어주고.

Q. 육아 관련 예능 프로에 나와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제든 환영이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끝으로 오랜 시간동안 기다리고 있을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활동을 오래 쉬면서 팬들의 존재가 어색해지리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거 같아요. 아직까지 저를 좋은 기억으로 기다려주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좋은 기억 그대로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빠른 시일내에 인사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여러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에디터: 허젬마
포토: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김시영
의상: 스타일난다, 제이플로라, FRJ
슈즈: 와이초, 레셔널오브제
주얼리: 도나앤디
선글라스: 룩옵티컬
시계: 망고스틴
헤어: 작은차이 김정원 부원장
메이크업: 작은차이 수미 원장
장소: 살롱드도나 도나앤디 플래그십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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