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이호원 “또 나왔어? 말 들을 정도로 연기든 음악이든 최대한 많이 해보고 싶다”

2018-10-22 11:12:51

[김효진 기자] 드라마 ‘마성의 기쁨’과 ‘댄싱하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호원. 춤꾼 호야와 배우 이호원을 넘나들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춤을 사랑한 이호원은 어느덧 멘토로 성장해 ‘댄싱하이’ 팀을 이끌며 그 속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한 기쁨을 한껏 만끽하는 중이라고 한다. 가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하며 그야말로 현실 타격을 받지만, 함께 따라와 준 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 말하며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즐겁고 좋다는 이호원. 춤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사랑도 뜨겁다. 그는 극중 역할을 위해 일상에서도 캐릭터 고민에 빠져 있는다고 한다.

쉬운 연기도 많이 고민 하고, 준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그. 항상 노력해 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는 이호원의 모습은 베테랑 배우 못지않았다. 앞으로 양보다 질이 아닌 양과 질로 승부하는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Q. 요즘은 근황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최근 한두 달 동안은 드라마 촬영과 ‘댄싱하이’ 연습으로 인해 거의 한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혼자 사는데, 집에 있을 땐 영화나 드라마 다시 보기로 온종일 시간을 보낸다. 이번 추석 때도 이틀 동안 집에 혼자 있었는데, ‘신과 함께’, ‘목격자’, ‘어벤져스’ 등 하루에 4~5개씩 몰아서 봤다”

Q.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지?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깐 지쳐서 보통 이주에 한 번씩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한다. 이사 전에는 집 바로 옆에 영화관이 있어서 거의 매일같이 심야 영화를 봤다. 집에 있다가 심심하면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은 영화관이 너무 멀어서 주로 집에서 본다”

Q. 많은 분이 알아볼 것 같은데

“알아보셔도 그냥 터치를 안 하시는 것 같다. 제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서운 느낌이 드는지, 그냥 지나치시곤 한다 (웃음)”

Q. ‘마성의 기쁨’에 출연 중이다. 극 중 성기준은 어떤 캐릭터인지

“캐릭터 성격이 저랑 정반대라고 생각했었다. 단순하고 밝은 모습의 캐릭터가 처음엔 너무 어색했다. 나중엔 연기가 아닌 장난치듯이 편하게 연기하니깐 많이 편해진 것 같다. 요즘엔 실제 성격이 극 중 캐릭터 성기준화 된 것 같다. 저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댄싱하이’ 연습팀 친구들이 실제 성기준과 비슷하다며 놀려대곤 한다. 저도 사실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장난기도 많고 까분다”

Q. ‘마성의 기쁨’에서 이주연과 커플로서 호흡을 맞추는데, 얼마 전 키스신도 있었다고

“사실 궁금했었다. 촬영 때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키스신을 하게 된다면 무슨 기분이 들까 말이다. 하지만 촬영 전부터 많은 선배님이 막상 들어가면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하셨었는데, 실제로도 어떤 각도로 해야 잘 나오고 잘 보일지만 신경 썼던 것 같다”

Q. NG는 없었는지

“걱정은 했지만, NG 없이 넘어갔다 (웃음)”

Q. 실제 연애?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직까진 진지하게 누굴 만나고 싶다기보단, 일이 우선이다. 나름 워커홀릭인 것 같다. 어쩌다가 좋아하는 감정이 생겨도,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게 되는 것 같다”

Q. 결혼 생각은? 설마 독신주의는 아닌지

“예전엔 독신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아기를 너무 좋아해서 그 생각은 약간 변했다. 아기들은 아니지만 ‘댄싱하이’를 통해 10대 친구들과 함께하다 보니 더 큰 애착이 생겼다. 결혼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꼭 키우고 싶다”

Q. 그렇다면 어떤 매력의 이성이 좋은지

“겉모습은 도도하지만 속은 따뜻한 사람이 좋다. 나이는 크게 상관없다. 나이 차이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Q. 연기 할 때, 캐릭터에 잘 빠져드는 편인지

“빠져드는 것 같다. 사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보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늘 캐릭터에 심취해 있으려 노력 중이다. 한 캐릭터를 맡으면 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그 캐릭터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Q.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지

“어렸을 적엔 운동도 좋아해서 액션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막연하게 하곤 했는데, 가수가 된 이후론 춤과 음악에만 집중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됐고, 사투리를 쓸 줄 안다는 이유 때문인지 ‘응답하라 1997’에 출연하게 됐다. 사실 촬영 당시엔 고향이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사투리가 어색했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사투리를 꼭 고쳐야 하겠단 생각에 몇 달 동안 고향 친구, 가족들과 연락조차 하지 않으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독하게 사투리를 고쳤는데, 사투리 덕을 볼 줄 몰랐다. 그렇게 사투리를 고쳤고, ‘응답하라’ 출연 당시엔 표준어가 익숙해진 탓에 연기하면서 약간의 어색한 면이 있었다”

Q.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주로 어떤 사람들과 에너지가 잘 맞는지?

“연예인 친구가 많지 않다. 요즘엔 ‘댄싱하이’ 연습팀 동생들과 친하고, 주로 춤을 함께 추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즐겨 논다. 평소에 길을 다닐 때도 가리지도 의식하지도 않고 잘 돌아다녀서 인지 연예인 친구들이 많이 없다. 연예인 친구라 하면 필독이가 있는데, 필독과는 18살 때부터 부산에서 함께 춤을 추며 지냈다. 더불어 동갑내기 진영이와 창섭이, 솔라, 은지가 유일하게 밖에서 보는 친구들이다”

Q. 연예인 친구들끼리 만나면?

“가식 없고 편한 좋은 사람들이다. 밥도 먹으러 다니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예전엔 당연하게 제가 밥값을 내고 그랬는데, 이 친구들은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싸운다. 그래서 좋다 (웃음). 솔직하고 서로를 많이 생각해줘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Q. 뮤지컬 ‘모래시계’에서도 활약했다. 평소 공연도 즐겨보는지

“공연을 일부로라도 많이 보는 편이다. ‘마성의 기쁨’ 들어가기 전엔 혼자서 대학로 가서 하루에 연극 3편씩 보기도 했다. 대중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대학로에 있는 TOP10 뮤지컬은 거의 다 챙겨봤다”

Q. 무대 위에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하는 뮤지컬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땐,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스트리트 힙합 댄서로서 약간의 허세가 있었다. 뮤지컬은 짜인 각본 속에 어색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노래하다 갑자기 춤을 추고, 이야기도 과장해서 하는 것이 저랑은 맡지 않았다. 그러다 ‘라라랜드’나 ‘위대한 쇼맨’을 보고, 뮤지컬 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막상 연습을 해보니깐 겉으로 볼 땐 몰랐던 뮤지컬의 세계에 빠져들어 지금은 뮤지컬을 사랑한다. 최근 ‘댄싱하이’ 무대도 뮤지컬 콘셉트로 만들어 우승했다”

Q. 그렇다 얼마 전 호야팀이 1등을 했다. 연습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저는 연습을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함께하는 팀원들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저는 경연을 싫어했었다. 경연은 짧은 시간 안에 공연을 준비해야 했기에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 그런데 막상 해보니깐 제가 경영 체질이란 걸 알았다.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노력한 만큼 그대로 나온다. 온전히 쏟아부은 시간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Q. 어느덧 멘토로 성장해, ‘댄싱하이’에 출연 중인데

“처음엔 이걸 해도 되나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민망했다. 나이는 들었지만, 20대 초반에 멈춰 있다고 생각했다. 누굴 가르친다기보단 배우러 다니고 혼자 연습을 했는데, 갑자기 동생들이 생겨 약간은 당혹스러운 면이 있었다. 동생들이 생기고, 제가 멘토가 된 걸 보니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하다 (웃음). 사실 이제는 그래야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경험 없어 모든 게 어색했던 저를 잘 따라와 주고 보람을 선사해준 동생들에게 정말 고맙다. 무대 위에서 동생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했다. 평균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들을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느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마음이었다”


Q. 앞으로 계속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면?

“현역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서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댄싱하이’를 통해 일부를 경험해보니 교육자로서의 길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을 했다”

Q. 나에게 춤이란? 그리고 ‘댄싱하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 아직 춤을 추는 게 가장 재미있다. ‘댄싱하이’를 계기로 처음 전체 기획을 했는데, 이 길이 나의 길인 것 같았다. 춤은 오래 췄지만, 출 때마다 매번 새로운 재미를 찾게 된다. 연습하면서 몸은 아주 힘들다. 특히 ‘댄싱하이’와 ‘마성의 기쁨’을 동시에 촬영했기 때문에, 그땐 차에서만 잠을 잔 것 같다. ‘마성의 기쁨’ 촬영장에서도, 대기실에선 거의 죽어있었다. 그러다 ‘댄싱하이’ 연습실을 가면 다시 살아났다. 그게 바로 춤이 나에게 주는 힘이다. ‘댄싱하이’를 함께하는 동생들은 그야말로 춤이 좋아서 하는 친구들이다. 어떠한 페이와 대가를 원하지 않고 진짜로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연습에 끝이 없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저도 10년 만에 그 뜨거운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Q. 춤추는 이호원과 연기하는 이호원?

“춤을 출 땐 정답을 가지고 하는 것 같다. 연기는 아직 정답을 찾는 과정인 것 같다. 춤을 출 땐 어떻게 해야 멋있어 보이는지 명확히 알지만, 연기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 사실 이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

Q. 호야? 이호원?

“크게 상관은 없는데, 별명보다 본명이 아주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Q. 주변 배우 선배들로부터 받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말은?

“조정석 형이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편하게 막 하라는 말이다. 준비할 때 많이 계산하고, 연습하지만 그 연습을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라고 하셨다. 준비는 정말 많이 하되, 촬영 순간엔 다 잊고 편하게 하라는 뜻인 것 같다. 덕분에 저도 연기할 때 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Q. 한방에 대한 기대?

“어렸을 땐 기대가 컸다. 실제로 한 방으로 된 적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를 전혀 안 한다. 김칫국 마시고 설레발 치지 않는다. 사실 모든 일에 한 방은 없는 것 같다. 조금씩 쌓아 놓은 일들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이 한방은 찾아오지 않는다. 이젠 한방으로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이 잘 안 되도 상처받지 않고, 잘 돼도 기쁨이 크진 않다. 요즘엔 한방보다 자주 그리고 꾸준함을 꿈꾼다. 음악도 계속하고 싶고 연기도 꾸준히 하고 싶다”

Q.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쉬운 연기도 고민 하고 준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많은 경험이 없지만, 무슨 일이든 편해지면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항상 노력해 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배우가 될 것이다”

Q. 나만의 일탈?

“이미지 관리 안 하는 것. 예전엔 진짜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썼다. 아무도 모르는 신인일 때도 마스크를 쓰고 오버스럽게 가리고 다녔다. 반면에 요즘엔 길거리도 편하게 다니고, 보여지는 모습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억지로 착한 척한다기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편. 스스로 봉인 해제를 하곤 한다. 실제 편하게 다녀도 별일은 안 생기는 것 같다”

Q. 바쁜 와중에도 꼭 생각나는 것들

“팬분들. 방송이 아닌 공연이나 팬 미팅을 통해 팬들을 만나 함께 현장감을 느끼고 싶다. 실제 팬분들과 만난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Q. 20대를 보내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일은

“확실히 자리를 잡는 것. 지금은 무슨 일을 해도 안정적인 느낌이 없다. 아직 계속 올라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30대가 되기 전에 불안감은 떨치고 조금 더 자리를 잡고 싶다”

Q. 지금까지 가장 크게 용기를 낸 일은?

“아무래도 고등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 당연하게 다녀야 할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은 그때 당시 꽤 큰일이었다. 그러나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게 가장 큰 결단인 것 같다.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Q. 이호원의 계획

“한 가지 이미지로 굳혀지기 전, 조금이라도 어릴 때 여러 이미지에 도전해보고 싶다. 연기든 음악이든 최대한 많이. 예전엔 무조건 양보다 질이었는데, 요즘엔 질은 당연하고 양을 늘리고 싶다. 음악과 연기 모두 또 나왔어? 할 정도로 자주 뵙고 싶다”

에디터: 김효진
포토: 윤호준
의상: FRJ jeans, 앤더슨벨, 필로비스놑, 사일런트 소사이어티
슈즈: 엑셀시오르
양말: 보타
시계: 포체밀라노
헤어: 백혜진 실장
메이크업: 정보영 실장
장소: 한남살롱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