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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담백한 모델 김성희

2018-11-15 11:40:57

[신연경 기자]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입지를 다지고 소위 명예를 얻었을 때 느껴지는 강한 포스가 있다. 자만이 아닌 일에 대한 자신감으로부터 말이다. 포기하려던 찰나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외 무대서 당당히 이름을 알리고 온 톱 모델 김성희를 만났다.

177cm의 큰 키, 가늘고 긴 팔과 다리,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를 지닌 그에게서 강한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긴장되던 첫 인사 후 촬영이 시작되고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놀랍게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고 겪어 보면 편한 느낌이 있어요”라는 그의 말처럼 동네 언니 같은 아리송한 매력이 느껴진 것.

아직 국내에서는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능력과 매력을 한 번 보게 되면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화려하고 거창한 미사여구 없이 그저 담백하게 ‘모델 김성희’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그를 만나보자.

Q.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동안 해외 활동이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국내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서울패션위크도 잘 마무리했다”

Q. 이번 2019 S/S 헤라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올랐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서울패션위크는 네 시즌 정도 올랐던 것 같다. 해외 활동을 시작하기 전과 지금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더라. 예전보다 쇼도 많이 줄었고 요즘에는 신인 모델이 많이 오르는 추세이기도 하니까(웃음). 그래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국내보다 해외 활동이 빛을 발했다. 해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나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모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모델이라는 직업을 26살까지만 해보고 그만두려던 찰나 해외에서 스카우터가 방문해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사실 그 스카우터는 다른 친구를 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운이 좋게 나도 함께 눈에 띄어 해외 무대에 오르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Q. 언어, 생활 등 도전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터. 두렵거나 힘들진 않았는지

“그때의 나는 잃을 게 하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도전해보고 내 길이 아니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언어에 대한 두려움은 생기더라(웃음). 또 외로움을 견디는 게 가장 힘들었다. 뉴욕에 친구나 지인이 있지 않아 따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괜찮아졌지만(웃음)”

Q. 해외 활동을 통해 얻은 수확이 있다면

“내 이름(웃음). 해외 무대는 내가 지금까지 일을 잘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또한 가장 혹독하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았던 순간이기 때문에 많은 걸 얻었다. 지방에 있다가 서울에 오면 눈이 뜨인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해외에서 본 패션 시각들은 나의 관점을 넓힐 수 있었고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보수적이고 부정적이었던 부분들이 변화될 수 있었다. 그들은 티끌 하나에도 가치 있게 생각하고 즐거워한다. 그런 면에서 불안함이 많이 해소되었고 리액션도 많이 커졌다(웃음)”

Q. 국내 활동에 대한 아쉬운 점은 없는지

“그래서 이제 시작하려 한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역으로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들어 온 모델 중 하나다. 때문에 한국에 들어 올 때면 일이 많은 편이라 아쉬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베이스를 한국으로 옮겼다. 물론 일이 있을 때는 해외에 나가고 있다”


Q. 발레를 전공했다고, 모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예고를 나와 대학 하나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무용과 공부를 했었다. 대학에 진학하니 목표가 사라진 느낌이 크더라. 또 내가 추구하던 무용 스타일이 다르기도 해서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키가 크면 주변에서 모델에 도전해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자연스레 모델에 관심을 보이게 됐고 잡지를 보며 내가 이 속에 들어가면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을 많이 해봤던 것 같다. 당시 ‘아이엠어모델’이 한창 하고 있을 때였는데 후배가 참가신청서를 제출해 출연하게 되었다. 감사하게 파이널까지 올라가게 되었고 지금의 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

Q.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 심적 부담이 컸을 법도

“그렇다.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무용을 해서 워킹이 힘들진 않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척 힘들더라.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모두 아카데미를 다녔기 때문에 어쨌든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있어 매일 물어보고 관찰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사진 촬영 미션이 가장 힘들었다(웃음)”

“그래도 힘들지만 재밌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델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모델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무용이라는 틀 안에만 있지 않았나.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흥미가 생기고 욕심이 커졌다. 그로 인해 느끼는 에너지도 너무 강했다”

Q. 독특한 콘셉트를 소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 비결 혹은 자신만의 매력은?

“많은 아티스트 분들이 나에게 도전을 많이 하신다(웃음). 해외에서는 동양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아시아인들에게 많은 것을 꾸미지 않지만 유독 나에게는 달랐다. 속눈썹도 많이 붙이고 코스튬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기회가 많았다. 그냥 도화지처럼 꾸며놓으면 꾸며진 그대로 잘 표현이 되는 얼굴인 것 같다”

Q. 따라 하기 힘든 다양한 포즈를 선보이기도, 포즈 연구는 어떻게 하는지

“좋아하는 모델의 포즈를 참고하기도 하고 촬영 전 미리 받아본 시안과 비슷한 분위기의 이미지를 정말 많이 찾아본다. 많이 보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또 손끝을 사용하거나 디테일한 포즈는 발레가 많은 도움이 됐다”

Q. 모델 일을 하면서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은?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잡지에 실린 첫 광고를 확인했을 때였다. 신인에게 큰 기회의 광고 촬영이었는데 촬영할 때는 긴장도 되고 실감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잡지로 확인하니 정말 멋진 광고 촬영을 내가 했더라(웃음)”

“반면 매 시즌 패션위크를 할 때마다 울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매 시즌 30개 이상의 캐스팅에 참여한다. 워킹을 하고 있으면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거절을 당할 때가 있다. 신체로 평가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고 많은 모델이 겪는 일상이지만 사람인지라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견디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쇼에 오르면서 스타일이 파악되고 나를 불러주는 곳도 있기 때문에 무던해졌다”

Q. 패션쇼 무대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활동 범위에 제약이 느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요즘에는 예능이나 연기 등 모델테이너의 활약이 뛰어나다. 쇼는 줄었지만 번외로 활동하는 영역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 현재 매거진팀과 함께 화보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아직 안 해본 일들이 더 많기 때문에 방송이나 다양한 기회들이 주어진다면 부담 없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Q. 도전적인 성격인 것 같다. 평소 성격은?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몸을 사리는 편은 아니다(웃음). 털털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철저하고 혹독하다. 하지만 보는 것과 달리 둥글고 유한 편이다.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지만 대화를 나누고 겪어 보면 편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Q. 동안 외모를 가졌다. 관리 비결은 무엇인가

“화장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피부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클렌징 워터나 오일을 사용하지 않고 순한 성분의 보디로션으로 메이크업을 지운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메이크업을 지울 수 있다. 또 예전에는 에센스, 앰플, 아이 크림 등 많은 화장품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좋은 성분의 제품을 선택하여 스킨, 로션, 크림 세 가지만 바르고 있다”

Q. 뷰티 브랜드 모델로 발탁되기도

“평소 지인들에게 추천할 정도로 좋아하는 브랜드였는데 모델로 함께 하게 돼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평소 다닐 때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레드 립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어떻게 내 시그니처를 알아봐 주신 것 같다(웃음)”

Q. 몸매 관리 비법은?

“해외 활동을 할 때는 안 먹으면 살이 잘 빠졌다. 디톡스를 일주일 동안 한 적이 있는데 5kg 정도가 쉽게 빠졌지만 신체 리듬이 무너지고 몸이 망가지는 게 느껴지더라. 이렇게 살을 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확실히 운동하니까 아침에 개운함이 다르다. 또 공복에 양배추즙과 케일을 3개월 정도 마셨는데 장 활동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가 있다면

“해외나 패션 업계에서는 김성희라는 이름을 알아주는 분들이 많지만 아직 대중분들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열심히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나를 더 알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 내 이름을 들으면 ‘모델 김성희’가 연상되었으면 좋겠다. 담백하게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응원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더욱 활발한 국내 활동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모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도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니 잘 지켜봐 주길 바란다”

에디터: 신연경
포토: 권해근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FRJ Jeans, YCH
슈즈: 모노톡시, 바이비엘
주얼리: 바이가미, 위드란(WITHLAN)
백: 토툼(TOTUM)
헤어: 스타일플로어 현정 부원장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조히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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