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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Talk] 로맨틱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

2014-06-09 09:04:38

[최원희 기자] “여자들은 중요한 일이 있으면 보통 블랙 드레스를 고른다. 검정색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녀가 그날 밤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빨간 옷은 방 안에 불이 켜지듯 화려한 등장을 하기에 완벽하다”

예술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들에게서 오트 쿠튀르의 거장이 나오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파리 오트 쿠튀르의 마법 같은 환타지를 펼쳐낸 이탈리아 유일의 디자이너인 발렌티노 가바라니는 프랑스의 자수기법과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디자인 세계를 구성한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실루엣에 작은 개성 그리고 연한 컬러들의 향연, 무난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그의 디자인에는 언제나 전통성이 숨어있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안정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

■ “나는 로맨틱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한다”

1932년 이탈리아에서 전기부품상의 아들로 태어난 발렌티노 가바라니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17세가 되던 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 곳에서 미술학교와 쿠튀리에를 양성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장 세데 숍에서 견습생으로 일하며 쿠튀리에로서의 기본을 익혔다.

1959년 로마로 돌아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60년에 작은 아뜰리에를 열며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2년 뒤 프로방스 피티궁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자신의 꾸띄르 작품을 출품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7년 작품들을 선보이는 발표회를 열며 화려한 색감이 유행하던 때에 무채색의 섬세한 디테일로 신선한 충격을 준 그는 여세를 몰아 1969년 기성복 상점을 열고 여성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독특한 패션 세계를 알렸다.

■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1972년 로마와 밀란에서 첫 번째 부티끄를 열며 자신의 서명을 가진 상품들뿐만 아니라 상업화에 있어 라이선스 법인을 받은 그는 1980년대에는 미국과 일본 등에 진출하며 예술적인 일대기에 한 획을 그었다.

롱 스커트, 화려한 자수, 매듭. 대조와 과장기법을 사용하며 패션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바라니. 한 번쯤 입어보게 하는 욕망을 가지게 하는 우아한 레드 컬러 드레스와 장미 무늬 드레스는 도도하면서도 품격을 가진 여성들의 로맨틱함을 대변해준다.

1984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특별한 상을 수상 받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초대를 받는 것과 같은 공식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그는 같은 해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 이탈리아 운동선수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하기도 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 “지금이야 말로 내가 패션계에 영원한 안녕을 고하기에 완벽한 타이밍”


블랙, 화이트, 레드 등의 단색 컬러 대비를 이용해 클래식한 느낌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바라니는 45주년을 맞이하던 해 유명 인사 300여 명을 초대한 파티를 개최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나는 발렌티노를 입은 여성이 방에 들어섰을 때 모든 이가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고 감탄하고 숭배하기를 원한다. 내가 생각하는 패션이란 아름답고 우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1950년대부터 패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크리스찬 디오르, 이브 생로랑,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위베르 지방시, 피에르 가르댕, 엠마뉘엘 웅가로와 같은 패션계 거장들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암시였다.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2007년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힘쓰겠다는 말과 함께 은퇴하지만 아름답고도 우아한 창작물을 선보이며 현재도 많은 디자이너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 발렌티노 공식 홈페이지 및 런던 소머셋 하우스 공식 홈페이지 내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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