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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링스톤’ 디자이너 박종철, 헐리웃이 선택한 아시아 대표 브랜드 되다

2015-10-23 11:41:45

[김희옥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한류 스타들이 사랑하는 남성복 브랜드 ‘슬링스톤’의 디자이너 박종철. 디자이너로 살아온 30년 중 그의 브랜드는 이제 10주년을 맞이했다.

세월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한터라 슬링스톤을 그는 ‘늦게 핀 꽃’이라고 말한다. 빨리 핀 꽃은 빨리 지지만 천천히 핀 꽃은 오래 피어 있다가 늦게 지는 법이라며. 정말 이 말이 맞는 모양인가보다. 10주년을 맞은 지금 슬링스톤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컬렉션을 국내외에서 진행해 왔다. K-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그의 옷은 세계가 보기에 너무나 매력적이었을 것.

그 결과 헐리우드가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써 영화 시상식 레드카펫 의상으로 선택했다. 또한 중국 상해에서 오픈 패션쇼를 비롯 2017년에는 파리 컬렉션을 앞두고 있다.

# 독학으로 일군 노력과 땀의 결실 ‘슬링스톤’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박종철 디자이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보릿고개 시절 레슨을 받을 수가 없어 교회에서 풍금을 치며 홀로 피아노를 배웠고 추운 날엔 손가락 끝을 녹이며 연습을 했을 정도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 실력은 꿈과는 다르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학에서 관련과를 전공하지 않고는 정말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판단,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패션 디자인 역시 스스로 공부해야했다. 현재 3개의 박사학위를 받았고 뉴욕 주립대학에서 특강을 하는 교수님이지만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독학으로 일군 결과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패턴 공부는 30년 째 하고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입어도 옷이 맞춤 의상처럼 핏이 좋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 데뷔 30년, 런칭 10년. ‘위기가 곧 기회’


처음에 데뷔했을 때에는 너무 열악했다고 회상했다. 음악을 포기한 뒤 더 잘 살아보겠다고 패션을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더 어려운 형편이 되어버렸던 것. 하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매장을 하나하나 늘려가며 안정세에 접어들 때 쯤 IMF로 매장을 전부 접게 된다. 그 때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었다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복을 접고 오히려 새로운 시장인 남성복을 시작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옷을 워낙 좋아해 평소에도 구제 시장에서 옷을 직접 사 밀리터리 룩에 계급장 등의 와팬을 붙이며 리폼을 해서 입었다. 주위에서 종종 ‘직접 파는 것이 어떻겠냐’, ‘사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10년 전 그렇게 여성복을 접고 남성복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

옷감 하나를 놓고, 빈티지룩을 리폼하면서 ‘슬링스톤’을 만들었다. 특히 여성복을 했던 그의 옷들은 남성복이지만 여성적인 실루엣이나 디테일이 접목되어 있던 것이 특징이었는데 그 시기에 한류가 유행이 되면서 꽃미남 시대가 도래, 많은 연예인들이 ‘슬링스톤’의 의상을 너도나도 찾아 ‘스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 때 첫 손님이 가수 비, 이어 동방신기였다.

인생에 ‘포기’란 없다며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고 문제가 있으면 답이 꼭 있더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를 보는 것이지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오기 마련”이라는 그가 일군 결과다.

# 헐리웃이 인정한 아시아 최고의 브랜드, 이제 세계로!


어떠한 사람은 ‘박종철 디자이너의 옷은 마치 호흡하는 것 같다’, ‘말을 할 것같이 생명이 불어넣어진 옷 같다’고 한다. 그가 대중적인 기성복을 만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의상 하나하나에 핸드메이드로 정성을 기울인 특별한 룩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박종철 디자이너는 이처럼 상업화를 통해 브랜드의 몸집을 불리기보다 퀄리티와 희소성있는 옷을 만들겠다는 이념으로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크고 작은 컬렉션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헐리우드 레드카펫에 슬링스톤의 옷을 선보이게 됐다.

미국 헐리웃 영화사에서 시장성이 좋은 아시아 쪽 디자이너 브랜드를 찾기 위해 몇 달간 시장조사하던 중 단독으로 슬링스톤이 채택이 된 것. 2016년 8월 영화 시상식에서 미국 헐리우드 스타들이 입게 된다.

이번 2016 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 관련 관계자 및 바이어들이 참관하고 전 세계 유튜브에서 생중계되기 때문에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컬렉션이 될 것이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한국을 사랑하는 디자이너, 세계에 K-패션을 알리다

이번 컬렉션을 마치고는 곧바로 국제 패션쇼인 부산 프레타포르테와 함께 중국 광저우에 매장을 오픈한다. 또한 1월 말에는 GS홈쇼핑과 브랜드 런칭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수익금으로 2017년에 파리 컬렉션에 진출 할 예정이다. 뉴욕에서 소규모로 패션쇼를 진행해 해외 경험이 있지만 파리는 정식으로 하는 첫 개인 런칭쇼가 될 것.

현재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이라 파리 컬렉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아시아의 전 지역에 진출할 예정이다.

굉장히 신선했던 무대로 기억했던 ‘숭례문을 추모하며’라는 컨셉의 컬렉션에 대해 언급했다. 원래 애국심이 깊은 디자이너로 유명한 그의 컬렉션 백월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고 백의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들로 가득했다.

“감동적인 그 쇼를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다”며 박종철 디자이너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복을 접고 남성복으로 전향 후 가장 힘들었을 때 옛날 옷들을 전부 리폼해서 올렸고 돈이 없으니까 화이트 셔츠로 피날레를 장식했었는데 바로 영국에서 바이어가 계약을 원했다고. 그렇게도 한국을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이제 본격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겨졌다.

# 나에게 패션은 ‘꿈과 힐링’


누군가를 슬프게 할 수 도 있고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 패션이라는 그는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절망에 빠진 사람일지라도 마치 성형처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한 디자이너가 아닌 정성들여 옷을 만든다는 박종철 디자이너는 ‘슬링스톤’을 입고 사람들이 잃었던 꿈이 회복이 되는 것이 패션 철학이라고.

성황리에 종료한 이번 ‘헤라서울패션위크 2016 S/S’에서의 컬렉션에서도 세상을 치유하는 마음으로 ‘와이트 윙’을 모티브로 했다. 메르스 등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에 환경, 자연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감정들이 깃털이 공중에 날리는 것처럼 세계를 날아다니며 마음도 치유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때문에 이번 시즌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이러한 평화롭고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오간자 소재를 이용한 시스루 느낌을 남성복에 접목했으며 음악도 전체적으로 평화로운 느낌을 줬다.

# 늦게 핀 꽃 ‘슬링스톤’의 드넓은 미래


패션은 정말 중요한 산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박종철 디자이너는 “현재 K-패션이 세계적으로 많이 집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패션의 글로벌화를 위해 시급한 것은 ‘후배 양성’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의 진출이 사실상 많이 열악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정부에서 이점을 많이 도와야 한다고 피력했다.

앞으로 세계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매장수를 많이 늘려서 누구나 입는 기성복이 아닌 5년 10년 뒤 트렌드를 이끄는 핫한 연예인이나 패피들이 찾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소규모지만 주요 10개 도시에서 뉴욕, 일본 파리, 런던, 밀라노 등지에서 몇 개만 있어도 그것으로 이미 꿈은 이뤘다고 말한다.

데뷔 30주년에 본격적인 세계화를 눈앞에 둔 디자이너 박종철. 10년 전 마음 속 깊이 파고들었던 말을 꺼냈다. ‘빨리 피는 꽃이 빨리 지고, 늦게 핀 꽃이 오래 핀다’

늦게 핀 꽃처럼 언제 시들지 모르는 듯 그 역시 나이를 잊은 듯하다. 디자이너를 그만 두기에 충분한 경력이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슬링스톤의 글로벌화를 꽃 피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옷감 한 장으로 ‘슬링스톤’이 시작된 10년. 이제는 K-패션의 선두주자가 되어 한국의 미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준비를 마친 디자이너 박종철은 말한다.

“슬링스톤은 이제 시작입니다.”

(사진출처: bnt뉴스 DB, photo by 류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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