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패션왕’이 실화라면? 브랜드 품은 대기업… 득일까? 실일까?

2012-05-16 13:13:29

[윤희나 기자] SBS 드라마 ‘패션왕’에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동대문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패션시장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거나 억지인 설정도 있지만 그래도 현재 패션업계의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극 중에서 국내 패션 대기업 이사 정재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될 법한 브랜드’를 인수한다. 그는 “패션은 디자인만 좋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야. 자본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브랜드로 키울 수 있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현재 국내 패션업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들의 패션시장 점유율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4대 대기업의 캐파가 전체 시장의 20%를 상회할 정도다. 대기업이 패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브랜드 인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기획력있는 중소 패션업체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 시스템에 브랜드의 기획력이 잘 더해지면 폭발력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대기업의 인수가 마치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지만 최근에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를 확장하고 싶은 중소업체에게 대기업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것.


그렇다면 과연 대기업의 품에 안긴 브랜드들은 잘 해나가고 있을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를 인수한 후 최근 여성복 톰보이를 리런칭했다. 브랜드 방향도 SPA형으로 잡고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을 장점으로 내세워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법한 전략이다. 현재 톰보이는 주요매장에서 1억원 이상의 매출을 보이는 등 순항 중이며 업계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디자이너 브랜드 쿠론을 인수한 뒤 소위 ‘대박’이 났다. 최근 여성들의 잇백으로 떠오르면서 과거 단순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디자인력과 자본력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제대로 발휘한 것.

쿠론으로 재미를 본 코오롱은 최근에 디자이너 브랜드 쟈뎅드슈에뜨를 인수, 여성복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인수 후 아직 구체화된 활동은 없지만 올 여름에 쟈뎅드수에뜨의 디퓨전라인인 럭키슈에뜨 론칭할 예정이다. 모 브랜드의 하이엔드 이미지는 유지하되 대기업의 시스템으로 가격과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제안, 폭 넓은 소비자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해외 전시회 참가 등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화한다는 중장기전략을 수립했다.

그동안 숱한 소문으로 M&A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한섬은 결국 현대홈쇼핑에 인수됐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과 한섬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한섬의 수입 브랜드 사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상호 패션 네트워크를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섬의 패션 노하우와 현대백화점의 자본, 유통망을 결합,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것. 아직 인수 후 구체화된 활동계획은 없지만 국내 최고의 패션전문기업과 유통업체의 만남만으로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예전에 비해 최근 대기업들의 인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단순히 자본력으로만 밀어붙였다면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 점점 새로운 전략과 시스템을 마련,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패션시장은 더욱 글로벌해지고 그만큼 대기업들의 파워는 커질 것이다. 하지만 토종패션 전문기업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사진출처: 쿠론, 쟈뎅드슈에뜨, 톰보이, 타임 홈페이지 캡처)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올 여름 ‘핫 팬츠’가 꼭 필요한 이유
▶킬힐 벗어던진 ‘운도녀’를 아는가
▶성년의날 '키스' 부르는 달콤 스타일링
▶‘신들의 만찬’ 성유리 어깨에 걸린 백은 뭐?
▶배우 유아인이라 쓰고 패션왕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