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제일모직, 이랜드… 토종 SPA, 2조원 시장 판도 뒤흔들까?

2012-05-31 10:10:14

[윤희나 기자] 과연 SPA의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몇 년 전만해도 생소한 단어였던 SPA브랜드, 패스트패션은 이제 패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한번은 들어봤을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됐다.

‘자라’, ‘유니클로’, ‘H&M’으로 대표되는 SPA브랜드는 단순히 ‘매출 몇천억원 달성’이라는 수준을 넘어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부터 라이프스타일, 패션업계의 패러다임까지 바꿔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PA시장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08년 약 5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3년 만에 3배 이상 확대된 것.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3,280억원(작년 8월 결산법인 기준)을 기록했고 ‘자라’는 1,673억원(1월 결산법인 기준), H&M은 632억원(작년 11월 결산법인 기준)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가 예상된다.

SPA 브랜드가 이토록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꼽을 수 있다. 여성, 남성, 아동, 액세서리, 이너웨어까지 다양한 상품 구성과 트렌디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대, 여기에 한 달에 두 번이상 매장 전체 상품이 바뀔 정도로 스피디한 상품 공급은 SPA 브랜드의 핵심 포인트이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트렌디한 옷을 저렴하게 입을 수 있는 SPA브랜드는 매력적인 ‘맞춤’ 브랜드인 것.

이들의 파워는 국내 브랜드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SPA브랜드의 상품과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점차 중고가 백화점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여성복 브랜드들의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성복 브랜드들의 매출 부진은 경기 침체, 날씨의 영향도 있지만 SPA브랜드에게 소비자를 빼앗긴 것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최근 몇몇 영캐주얼 브랜드들은 중단을 결정했으며 일부 브랜드들은 백화점대신 쇼핑몰로 유통망을 전환하기도 했다.


토종 SPA 브랜드 반격 준비 완료! 에잇세컨즈 기대주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제 SPA 시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자라’, ‘H&M’이 국내 SPA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면 최근에는 토종 SPA 브랜드가 반격에 나서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사실 그동안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SPA 브랜드를 표방했지만 진정한 SPA브랜드라 부를 수 있는 브랜드는 스파오, 미쏘를 비롯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글로벌 SPA브랜드의 체계적 시스템과 대규모 물량 등은 국내 브랜드가 따라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최근 토종 SPA브랜드들이 탄탄한 자본력과 시스템, 물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SPA브랜드에 대항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가 가진 약점들을 보완해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소비자 체형에 맞는 핏 개발과 시장 상황과 날씨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스피드한 기획 시스템, 품질력을 무기로 삼고 있는 것.

현재 토종 SPA브랜드의 기대주로 떠오른 것은 에잇세컨즈이다.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이 몇 년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브랜드로 이미 론칭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단 론칭 100일이 넘은 에잇세컨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제일모직이라는 대기업이 가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디자인부터 상품, 매장,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SPA브랜드에 대항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시킨 것이 주효했다.

여성, 남성, 데님, 라운지, 액세서리 5가지 상품 라인별로 디자인실을 세팅하고 명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서울 중심권에 대형 매장을 확보했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만들었다는 품질력과 소비자 체형에 맞는 패턴, 합리적인 가격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에잇세컨즈는 론칭 3개월만에 5개 매장에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 연말까지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또한 2015년부터는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브랜드로 성장시킨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아직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경쟁브랜드보다 미흡한 상품력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랜드월드는 토종 SPA브랜드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009년 스파오, 2010년 미쏘를 론칭한데 이어 이너웨어 SPA 브랜드인 미쏘시크릿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스파오는 베이직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쏘는 여성 SPA브랜드로 ‘한국의 자라’를 표방한다. 한국 여성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과 핏, 그리고 자사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가격 경쟁력, 품질력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SPA 집결지라고 불리는 명동에 진출했다. 올 한해에만 2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 연매출 1,500억원 브랜드로 육성시킨다는 전략이다.

SPA열풍은 유통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는 자사 PL상품인 데이즈를 SPA브랜드로 전환, 한국판 유니클로를 꿈꾸고 있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상품 기획과 생산을 맡고 이마트에서 유통을 담당,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SPA브랜드와 편집숍을 합친 편집형 SPA브랜드를 추구하는 브랜드도 나타났다. 대규모 자본력과 시스템화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SPA시장의 니치마켓을 공략한 것.

랩과 스파이시 칼라, 코인코즈가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동대문 등 국내 의류 생산벤더와 손잡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에 스피디하게 공급하는 것이 특징. 여기에 개성있는 국내외 브랜드를 편집해 구성함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구매패턴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SPA 브랜드 규모 UP! 경쟁 더욱 치열!

앞으로 국내 SPA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브랜드 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 론칭도 잇따르면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제일모직이 전개했던 망고는 직진출을 선언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시장에서 더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아직 국내에 미도입된 아베크롬비&피치, 홀리스터의 진출이 확정됐으며 톱숍도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최근에는 정부도 토종 SPA 브랜드를 활성화에 나섰다. 한국형 SPA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20억원 이상의 자본을 투자,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 생산유통 관리 시스템 혁신부터 패션유통 전문 인력 양성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글로벌 SPA브랜드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SPA브랜드의 반격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만큼 철저한 시장 조사와 소비자 분석, 상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객들은 또다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국내 브랜드라는 이점과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 토종 SPA브랜드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에잇세컨즈, 미쏘, 자라, H&M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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