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대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가로수길, 득과 실 ①

2012-06-20 14:15:48

[윤희나 기자] 핫 플레이스 신사동 ‘가로수길’이 달라지고 있다.

신사역부터 시작해 총 700m의 짧은 거리인 가로수길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가로수길은 국내 디자이너의 쇼룸과 디자인 매장이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보세 매장과 감각적인 까페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트렌디한 패션피플이 즐겨 찾는 곳, 서울의 ‘소호거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사이에 가로수길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해 현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은 매장과 소품, 한산했던 거리 풍경들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자라, 포에버21, 에잇세컨즈 등 SPA브랜드부터 띠어리, 라코스테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대형 매장을 속속 오픈했으며 거리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몰려 제대로 길을 걸을 수 없을 만큼 번화한 거리가 됐다.

트렌디한 가로수길에 패션업체와 글로벌 자본들이 모여들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가로수길에 모여드는 것일까?

지리적으로 가로수길은 트렌드가 가장 빠르다는 서울 강남에 위치해있다. 또한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까페, 편집숍들이 많아 돋보이기를 원하는 패션피플이 자주 찾는 곳이 됐다. 가로수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간다는 상징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가로수길의 상징성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체들을 움직였다. 패션피플에게 인정받는 감각적인 브랜드, 또한 유행에 민감한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한층 앞선 트렌드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들이 가로수길에 매장을 오픈하게 만들었다.

♦ 지금 가로수길은 365일 공사 중


가로수길을 걷다보면 공사 중인 곳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서만 2층 이상의 대형 매장이 약 10곳에 이를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로수길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과 대형 프렌차이즈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전에 디자이너 쇼룸, 편집숍이 의류매장과 대형 프렌차이즈 커피숍들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프렌차이즈 커피숍들도 빠져나가고 SPA브랜드와 브랜드 플래그십숍과 같은 대형 매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메인거리가 패션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올해 오픈한 매장을 살펴보면 커피빈이 있던 자리는 자라로, 네스카페 자리는 에잇세컨즈로, 1세대 가로수길 까페였던 불룸앤구떼는 라코스테로, 음식점 스쿨푸드가 있던 곳엔 스파이시칼라가 들어섰다. 이 밖에도 띠어리, 파슬, 스마일마켓 등 기본적으로 2층 이상을 사용하는 대형 매장이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이었던 메인 스트리트의 커피숍, 작은 보세 가게들은 매장을 이전하기 바쁘다. 거리 곳곳에는 매장 이전을 알리는 표지판들이 즐비할 정도.

가로수길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자본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거품이 끼기 시작해 불관 2년 전보다 현재 임대료가 3배 이상 뛴 곳이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가로수길에 매장을 열고 싶은 대기업들과 기존 소규모 세입자보다는 거액의 권리금과 임대료를 주는 대기업들을 더 선호하는 건물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시기에 건물을 임대하더라도 가격이 다 다르다. 부르는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메인 매장은 물건이 없어 들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부동산 임대료도 2억 이하부터 6억원, 10억원인 곳도 있으며 월세 또한 4,000~6,000만원 이상인 매장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매장의 경우 1~2년전 만해도 800만원하던 월세가 3,0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할 정도. 메인 거리와 떨어져 있는 작은 매장일지라도 권리금 1~2억원 이상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기존의 세입자들을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1세대 편집숍인 플로우는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점 높아지는 임대료와 기존의 트렌디하던 고객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신진 디자이너들도 발길을 돌려 다른 곳에 쇼룸을 내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쫏겨난 그들이 택한 곳은 메인 거리 뒤편의 세로수길이나 이를 잇는 작은 골목길 등이다. 아직까지 세로수길은 음식점들이 많아 패션상권으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세로수길 옆 조그마한 골목길에 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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