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백화점 MD가 밝히는 강남스타일 “브랜드보다 OOO”

2012-08-07 11:09:10
[박영준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장기적인 불황에 백화점이 자구책을 찾았다. ‘자주형 편집숍’이라 칭하는 남성 브랜드 편집숍이다. 쇼핑계의 큰 손으로 자리 매김한 남성고객들의 작은 백화점을 말한다.

소위 편집숍 개념은 길거리에서 출발한다. 소비자 입맛에 맞춘 해외 유명브랜드를 직접 수입한 로드숍을 의미했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해외 브랜드의 제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발 빠른 강남고객들의 구미를 잡아 당겼다.

로드숍의 성격은 다분히 소비자 지향적이다. 고객의 성향에 맞춘 상품선택이 주가 된 것. 마니아층을 위한 아이템이 많다. 대신 백화점의 편집숍은 유통과 마케팅이라는 강점을 십분 살렸다. 물량을 유동성 있게 공급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마니아의 취향을 대중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백화점 편집숍의 성공 이유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백화점도 그 중요성을 인지했다. 각 백화점에서는 백화점에서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로열 마일’, 신세계백화점 ‘맨 온더 분’, 갤러리아백화점 ‘지 스트릿 494옴므’ 등이다.

이 중에서 로열 마일을 기획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상품본부 MD 이성환 과장을 만났다.

“백화점의 획일화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간판을 떼고 백화점만 있다고 가정하자. 현대백화점과 다른 백화점을 구분할 수 있을까? 로열 마일이 탄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백화점에 색을 입힌 것이다”

로열 마일의 배경,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의 성과는 평효율이 좌우한다. 즉 매장의 평수 대비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리느냐는 것. 남성 전문 잡화 편집매장 로열 마일은 18평 남짓한 공간에서 1년이 안된 기간 동안 월매출 1억 이상을 창출한다.

이 과장은 남성 잡화 전문 MD에 대한 필요성으로 기업문화의 변화를 꼽았다. 캐주얼한 복식으로 변하는 기업문화가 남성 잡화에 대한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것. 정장보다 캐주얼한 의상에 구두, 벨트, 넥타이, 가방 등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잡화의 종류가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로고플레이’에 대한 반발도 그 이유다. 강남 고객의 성향이 명품 브랜드 로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로고는 더 이상 품질과 디자인적 만족도를 평가하는 척도가 아닌 것. 소비자는 브랜드의 히스토리가 증명하는 품질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그는 “강남 고객들은 상품만 봐도 품질을 안다”고 표현했다. 로고가 없기에 품질을 뒷받침할 브랜드가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편집숍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편집숍 내 브랜드들을 잘 알지 못한다. 대신 품질과 브랜드가 가진 히스토리, 브랜드의 장인이 생산하는 제품의 만족도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서구 유럽의 명품 브랜드만? 품질이 만족스럽다면 ‘전 세계’ 제품 취급

현재 로열 마일 내 90% 이상의 제품이 서유럽 혹은 일본의 명품 브랜드다. 세계적인 장인이 만들어낸 증명된 품질의 남성 잡화가 프리미엄에 가깝다는 이유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편집매장과 소비자 사이의 합의점도 존재한다.

이 과장은 로열마일에 입점 된 ‘엘도노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엘도노반은 꼼꼼하기로 소문난 국내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다. 해외 명품브랜드의 가죽제품에 공급되는 ‘행롱’사의 원피를 사용했다. 케이스 외형은 티타늄으로 마감하는 등 원재료에 투입된 비용 또한 크다.


그는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것도 백화점과 국내 브랜드의 역할이다. 엘도노반의 핸드폰 케이스는 동종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하고 유니크하다. 로열마일의 상품은 고부가가치 지향이다. 이 말이 한국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엘도노반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품질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어느 브랜드든 관계없다”고 말했다.

엘도노반은 현재 로열 마일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효자 상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먹힌’다는 점은 분명 국내 브랜드가 편집매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백화점 편집매장은 국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육성했다. 황금알을 낳는 포지셔닝이 결국 한국 브랜드에서 나온 것.

결국 백화점의 ‘상생’ 그리고 ‘체질개선’

마지막으로 그는 편집숍의 역할을 백화점과 백화점 내에 들어오지 못한 브랜드의 상생이라고 말했다. 편집숍이 브랜드의 시험대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도 가능성이 보이는 브랜드를 편집숍에 구비한다. 성과가 보이고 2~3년 동안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일 때 백화점에서 개인매장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구상중이라고 한다.

이 과장은 “편집숍 속 국내 브랜드가 가진 장점은 생산과 유통의 유연한 피드백이다. 생산자가 국내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백화점이 캐치해내고 전달한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에 더욱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백화점은 로열 마일을 통해 품질과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전 세계의 제품을 직접 선택하고 수입한다. 제품을 진열하며 고객과 소통한다. 해외여행을 통해 직접 제품을 구입하거나 인터넷 직거래 등에 눈을 돌린 고객들을 다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백화점의 체질개선 속에 자주형 편집숍이 가진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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