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K-fashion] 비싼 소재에 치솟는 옷값…디자인은 어디에?

2015-08-04 14:30:49
[손민정 패션전문기자]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 그야말로 숨 막히는 폭염에 냉풍기 없이는 호흡조차 곤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기온으로 살 속까지 타버릴 것만 같은 불볕더위를 경험하고 나서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 때문일까? 그간 에코 바람에 동참하는 듯 꼼수를 부리며 말로만 슬로우 패션을 외치던 패션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빠른 트렌드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눈송이처럼 불어나게 된 버려진 의상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에 눈을 돌리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각적인 것에만 치중하던 패션계가 환경을 논하기 시작한 조짐은 이미 한 두 해 전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움직임에 주목할 만한 점은 겉치레에 불과하던 친환경 열풍이 ‘눈 가리고 아웅’하던 술수에서 벗어나 슬로우 패션에 대한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친환경’ 소재만 파는 패션 기업들

슬로우 패션을 논하기에 앞서 요즘 패션 업계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일부 패션 대기업들이나 인지도 높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친환경을 필두로 고가의 에코 소재를 사용한 값비싼 옷만을 선보이고 있다는 현실이다.

문제는 과연 그렇게까지 좋은 소재가 필요할까 싶을 정도라는 것. 가뜩이나 브랜드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고급 소재까지 가세하면서 치솟는 옷값에 대한 부담도 더욱 만만치 않아졌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고급 소재의 사용에도 불과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일부 옷들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소각로로 직행해야만 한다. 이는 환경과 옷 모두에게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소수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그간 환경에 대한 우려를 담은 디자인 리싸이클이 꾸준히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소수의 디자이너들이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의 리싸이클 아이템을 선보인다고 해도 실제 패션 시장을 좌지우지 주무르는 패션 대기업들의 선시행, 선투자 없이 디자인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돛단배가 큰 파도를 만나는 격과 다를 게 없는 일. 살아남기 희박한 생존경쟁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패스트패션 브랜드 만들기에는 글로벌 기업 못지않게 앞장서는 패션 대기업들의 선시행, 선투자가 환경을 생각하는 슬로우 패션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조금은 절실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 없는 옷에 뭔 놈의 상품성?

일부 패션 대기업에서는 최근 환경,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 못지않은 상품성을 담은 아이템을 선보이며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작은 불씨에도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기존 에코를 부르던 아이템들이 친환경을 필두로 고가의 소재만을 앞세워온 것과는 달리 판매되지 못해 소각 처리 위기에 놓인 새 상품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싸이클해 선보이는 일명 ‘업싸이클’ 아이템을 내놨다는 점 때문이다.

소재 또한 진부한 의미에서의 친환경 소재를 탈피했다. 일부 아이템은 수명을 다한 낙하산 등을 활용한 리얼 밀리터리룩으로 재탄생됐을 정도. 그러나 이를 슬로우 패션의 초석으로 만든 진짜 놀라운 비밀병기는 리싸이클에 대한 상투적인 시도나 참신한 소재가 아닌 고퀄리티 디자인에 있었다.

디자인 빼면 볼 것 없는 패션 시장에서 좋은 디자인의 제품이 등장한다는 것은 사실 놀랄 일 만도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패션 업계에서 좋은 디자인의 등장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걸음마 시작에 불과한 패션계의 슬로우 패션 불씨, 이러한 움직임에 소비자를 동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눈 깜짝하면 잊혀질 환경 캠페인이나 백 마디 말이 아니다.

소비자의 의식과 참여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역지사지로 바라본다면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스타일리시하기로 소문난 패션인들은 환경만 생각하면서 저질 디자인의 옷을 구입할 용기가 있을까 싶다.

눈 가리고 아웅 하기는 이제 그만, 패션의 기본이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에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만들기에만 너도나도 앞장서고 있는 패션 대기업들은 환경을 생각한 옷이든 새 옷이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퀄리티 높은 디자인의 제품을 원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매서운 평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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